
석유화학 폭등 현상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나프타가 600달러대 초반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에틸렌은 1160달러, 프로필렌은 1140달러로 초강세 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부타디엔은 폭등을 계속해 1140달러로 올라섰다. 합성수지도 LDPE 1600달러, HDPE 1200달러, PP 1300달러, PVC 1300달러, PS 1450-1870달러, ABS 2500달러로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2020년 상반기는 물론 최근 3-4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주춤해지는가 싶더니 최근 소비 열풍이 불어 백화점을 들어가기도 힘든 것처럼, 자동차‧전자‧건축을 등에 업은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타고 폴리머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이다. 투기자금이 유입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합섬원료도 MEG가 700달러로 폭락했을 뿐 AN은 2700달러를 넘어 3000달러를 넘보고 있고 카프로락탐 역시 20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물론 SM은 1200달러대 초반으로 폭락했고 벤젠도 800달러대 중반으로 하락하는 등 일부는 하락세로 전환됐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석유화학제품 현물가격의 고공행진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어 플래스틱을 비롯해 합성섬유는 적자의 구렁텅이에 빠져든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것도 아니고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한창이고 한국, 일본은 접종을 시작한 단계이며 변종까지 나타나고 있는 마당에 글로벌 경기가 활성화된 것처럼 현물가격이 폭등에 폭등을 거듭한 나머지 초강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비정상적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역상들이 일시적 수급타이트 현상을 이용해 폭등을 유발하고 중국 메이저들이 선제적으로 폭등을 유도했으며 한국 석유화학기업들이 폭등전략에 맞추어 공급을 줄임으로써 추가 폭등을 유발하는 3자 카르텔의 징후가 뚜렷하지만 플래스틱이 덩달아 춤을 추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현상이다. AN이나 카프로락탐은 합섬원료로 분류하고 있으나 최근의 폭등현상은 ABS와 나일론이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플래스틱은 무엇을 믿고 폴리머의 폭등을 받아들이고 추가 폭등을 유발하는 사재기에 나서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투기꾼들이 현물시장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그러면서도 일부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은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가 쌓인다며 엄살이 한창이다. 농업용 필름을 중심으로 합성수지 폭등을 플래스틱제품에 100% 반영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나 엄살이 심하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플래스틱 가공기업들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하고 무리한 요구에는 당연히 거부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중소기업 또는 군소기업이어서 힘이 없느니 보호 장벽이 필요하다는 등 구시대적 엄살은 더이상 통할 구석이 없다.
자동차, 전자, 건축‧건설, 화학섬유와 함께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에게도 충고 한마디 던지고 싶다. 주먹구구식 판단으로 폴리머 구매에 나설 것이 아니라 폴리머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체크하고 전망하는 기능을 갖추라고…
단독으로는 여력이 없다면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고, 조합이나 연합회 기능을 활용하면 못할 것도 없다. 언제까지 중소기업 타령으로 날을 샐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플래스틱도 디지털 시대에 맞게 경영을 혁신하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날개를 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