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래스틱 포장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플래스틱 포장은 상품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해양 플래스틱 문제, 일회용품 사용 감소, 탄소중립,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소비패턴 변화의 영향으로 대체소재 전환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플래스틱은 저렴하고 가벼우며 가공성이 좋아 호평을 받았으나 환경보전 측면에서는 최악이라는 평가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플래스틱 포장도 사회적 흐름과 마찬가지로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맞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플래스틱 포장, 편리성 증대와 폐기물 감축 “상반”
미국 조지아(Georgia)대학교의 제나 잼벡 박사 연구팀은 2015년 해양에 유출되는 플래스틱 쓰레기가 연평균 800만톤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해양 플래스틱 쓰레기는 5mm 이하의 입자를 미세 플래스틱으로 지칭하고 있으나 더욱 미세화된 나노 플래스틱도 관측되고 있다. 나노 플래스틱은 소화관을 통해 생체에 축적될 가능성이 있으며 해양 플래스틱 쓰레기에 포함된 첨가제가 생체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해양 플래스틱 쓰레기는 플래스틱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문제시되기 시작했다.
세계 플래스틱 생산량은 1980년 1억톤을 돌파한 후 2015년 4억5000만톤으로 확대됐고, 포장재가 전체 플래스틱 쓰레기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플래스틱 포장재는 수명이 6개월 미만으로 자동차부품 13년, 전기제품 6년에 비해 매우 짧으며 대부분 리사이클되지 않고 폐기되고 있다.
그러나 포장 기능을 달성한 후 바로 폐기됨에도 불구하고 내용물을 보호하고 운반을 가능케 하는 기능을 보유해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이후 슈퍼, 편의점 등 소매점에 점원이 상주하지 않는 셀프 스타일이 주류를 이룸으로써 각종 표시를 포함한 커뮤니케이션을 포장지에 의존하고 있고, 한국도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에 제조자가 특정 공장에서 집중적으로 생산해 출하한 후 물류과정에서 대량의 포장이 필요해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판기 보급도 소비패턴에 변화를 일으킨 요인이 되고 있다.
1960-1970년대에 캔커피가 등장한 이후 밖에서 음료를 마시는 행위가 일반화됐으며 1990년대 들어서는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병이 등장했다. PET병은 재사용이 가능한 편의성이 소비패턴과 맞물려 수요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해양 플래스틱 쓰레기 문제의 영향으로 포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리스크가 등장함에 따라 안전과 위생을 제공하는 포장의 중요성이 다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택배용 포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으로 소비자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EU, 플래스틱 사용감축‧재활용 통해 순환경제 선도
유럽연합(EU)은 순환경제, 탈탄소 사회에 관한 행동계획 및 환경규제가 플래스틱 포장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경대응에 선행하고 있는 EU는 2019년 말 세계 최초로 2050년까지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유럽 그린딜(Europe Green Deal)을 발표한데 이어 2020년 3월 그린딜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순환경제 행동계획을 확정했다.
순환경제 행동계획은 포장, 플래스틱을 포함한 7개 분야에 관한 방침을 담고 있다.
포장 분야는 2030년까지 모든 상품의 포장소재에 대해 재이용(Reuse), 재활용(Recycling)이 가능하도록 할 것과 과잉포장을 금지하고 폐기물 감축을 위해 수치적인 목표를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플래스틱 분야는 포장재, 건축자재, 자동차 등에 대해 리사이클 소재 함유량에 관한 필수조건을 규정하고 미세플래스틱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포장 폐기물 지침에서는 2030년까지 중량 기준으로 포장재의 70%를 재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단일소재를 주목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소재 포장재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개정된 일회용 플래스틱 지침에서는 2030년까지 음료용 병에 재활용 소재를 30% 이상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빨대, 숟가락, 포크 등 특정 일회용 플래스틱제품 사용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담배필터를 비롯한 일부는 플래스틱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표시하거나 적절한 폐기방법을 나타내는 마크를 기재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EU 가입국은 2021년 7월까지 국내법에도 적용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폐기물 프레임워크 지침에서는 상품이 폐기된 후에도 생산자가 일정수준 책임을 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제시했다.
EPR은 생산자의 의무범위를 생산제품 뿐만 아니라 포장재로 발생한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까지 확대한 것으로 2024년 말 모든 포장재에 대한 EPR 적용을 목표로 재활용까지 반영한 요금 설정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EU는 플래스틱 폐기물 감축을 위한 방안으로 플래스틱세도 도입하고 있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래스틱 폐기물에 kg당 0.8유로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가입국이 EU에 납부하는 방식으로 2021년 1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EU는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실행력으로 세계적인 순환경제 흐름을 리드하고 있다.
포장 수요기업도 자원순환전략 강화
포장은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 코로나19를 비롯한 지각변동에 따라 새로운 물결이 나타나면서 그린 이노베이션 시대를 맞고 있다.
스웨덴의 포장재 생산기업 BillerudKorsnas는 플래스틱 포장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줄일 수 있는 종이 베이스 배송 포장재를 개발했으며 벤처기업 ifoodbag은 냉장·냉동식품 배송용으로 재이용·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보냉백을 공급하고 있다.
아일랜드 포장재 생산기업 Smurfit Kappa는 박스 타입의 3리터 와인용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와인 대국인 프랑스 등에서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장에 플래스틱 사용을 감축하는 대책도 잇따르고 있다.
스웨덴 Ecolean은 탄산칼슘을 배합한 가벼운 파우치, Scanfil은 미네랄 성분을 50% 배합한 용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BillerudKorsnas는 오스트리아 용기 생산기업 Alpla와 공동으로 재활용 및 퇴비화가 가능한 탄산음료용 종이팩을 개발했다.
유럽에서는 코카콜라(Coca-Cola), 펩시코(PepsiCo) 등 음료 메이저도 PET병을 100% 재활용 소재로 전환하고 있다.
이노베이션은 포장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있으며 코카콜라, 유니레버(Unilever), Procter & Gamble(P&G) 등 포장재를 이용하는 글로벌기업들도 직접 플래스틱 재활용, 폐기물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2017년 플래스틱 포장소재를 2025년까지 100% 재이용, 재활용, 퇴비화가 가능한 설계로 변경하고 재활용 소재 사용비율을 25%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2019년에는 2025년까지 플래스틱 포장에 대한 비재생 플래스틱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판매량보다 많은 플래스틱 포장재 회수 및 재생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방안을 발표했다.
유니레버는 2018년 인도네시아에 플래스틱 포장재 재활용 기술을 실증하는 설비를 건설했다. 독일 프라운호퍼협회(Fraunhofer-Gesellschaft)와 공동 개발한 CreaSolv 기술을 채용했고, 용제를 이용해 세제 포장에 사용된 PE(Polyethylene) 성분을 녹여 추출한 후 재생원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 인디아에서 플래스틱 쓰레기 회수 및 재활용을 추진하기 위해 프랑스 Veolia와도 제휴했다.
P&G는 2030년까지 주요 20개 브랜드의 포장을 100% 재활용·재이용 가능한 소재로 전환하고 석유 베이스 포장소재 사용량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카펫, 종이기저귀에 함유된 PP(Polypropylene)에서 색소, 냄새, 오염물질을 제거해 고순도 재생소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미국 벤처기업 퓨어사이클(PureCycle Technologies)에게 실시권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미국, 재생소재 기술 개발 박차…
P&G 기술을 확보한 퓨어사이클은 실증을 거쳐 미국 오하이오(Ohio)에 상업생산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재생소재를 식품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허가를 신청했다.
퓨어사이클은 로레알(Loreal), 네슬레(Nestle) 등과 재생소재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2035년까지 세계적으로 50개 생산설비를 건설할 계획이다.
네슬레는 2025년까지 포장재를 100% 재활용·재이용 가능한 소재로 전환할 방침이며 2020년 1월에는 플래스틱 쓰레기 대책으로 2025년까지 20억S프랑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재생소재에는 15억S프랑을 투입해 연평균 최대 200만톤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자사에서 사용하는 용기 전량에 해당하는 분량을 회수해 재활용하고 PET병에서 재생소재가 차지하는 비율을 5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리사이클 분야에서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Eindhoven)공과대학에서 출발한 벤처기업 Ioniqa Technologies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Ioniqa Technologies는 사용이 끝난 PET에서 색소, 불순물을 제거하고 모노머(분자) 수준으로 분해해 신규 수지와 동등한 수준의 재생소재를 생성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에서 1만톤 실증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유니레버를 비롯해 세계 최대의 PET 메이저인 타이 Indorama Ventures(IVL) 등과도 제휴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플래스틱을 화학원료로 환원하는 CR(Chemical Recycling) 기술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 바스프(BASF)는 ChemCyclin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 루트비히스하펜(Ludwigshafen) 소재 컴플렉스에 플래스틱 쓰레기 베이스 분해유와 가스를 투입하고 생산된 플래스틱 및 화학제품에 매스밸런스 공법으로 재생소재 비율을 할당해 공급하며 100% 재활용제품도 생산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다우케미칼(Dow Chemical)은 2035년까지 포장재 용도의 생산제품을 모두 재이용·재활용 가능케 하고 2030년까지 플래스틱 폐기물을 100만톤 회수하는 지속가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에는 스탠딩파우치 등 포장재용으로 단일소재 설계가 가능한 PE를 투입했으며 서플라이 체인의 모든 관련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미국 테라사이클(TerraCycle)은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용기 수거·재이용 프로젝트 Loop를 진행해 주목받고 있다. 참여기업의 상품을 내구성 있는 용기로 소비자에게 전달한 후 사용한 용기를 수거·세척해 다시 상품을 충전함으로써 반복 사용하는 프로젝트로 미국 등에서 시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시세이도(Shisheido), 유니참(Unicharm), 아지노모토(Ajinomoto), 에스티(S.T.), 기린(Kirin), 캐논(Canon), 이온(Aeon)이 참여해 2021년 시작할 예정이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