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크레이튼 1조8900억원에 인수 … 바이오화학 생산능력 70만톤
DL케미칼(대표 김상우)이 미국 크레이튼(Kraton)을 인수한다.
DL케미칼은 2021년 9월27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석유화학기업 크레이튼 지분 100%를 주당 46.5달러(약 5만5000원), 총액 16억달러(약 1조8900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크레이튼은 글로벌 석유 메이저 쉘(Shell)에서 분사된 화학기업이며 폴리머‧케미칼 2개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고 미국, 유럽 등에서 13개 공장과 5개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매출액은 15억6300만달러(약 1조8500억원), 조정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2억6200만달러(약 3100억원)를 기록했다. 
DL케미칼은 자체 보유한 현금과 차입을 활용해 인수자금을 조달하고 2022년 상반기 모든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DL케미칼은 2020년 크레이튼의 수술 장갑용 합성고무 사업부 카리플렉스(Cariflex)를 인수했고 2021년 6월에는 브라질 공장 증설을 마무리했다.
크레이튼은 2000년 쉘에서 분사된 후 사모펀드가 인수했고 2009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했고, 폴리머 사업부의 주력은 SBC(Styrene Block Copolymer)이며 미국과 유럽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BC는 위생용 접착제, 의료소재, 자동차 내장재, 5G(5세대 이동통신) 케이블 등에 활용되는 첨단 소재이며 크레이튼은 높은 품질로 부가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크레이튼은 소나무 펄프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정제해 화학제품을 제조하는 최대 바이오화학기업으로도 자리를 잡고 있다.
바이오 화학제품 생산능력은 70만톤에 달하며 친환경 연료, 고기능성 타이어 소재, 친환경 접착제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DL케미칼 관계자는 “크레이튼 인수로 단숨에 미국과 유럽의 1위 SBC 생산기업 및 최대 바이오화학기업으로 도약했다”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외형 확장을 통해 글로벌 석유화학 선도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DL케미칼은 크레이튼이 보유한 800개 이상의 특허를 활용해 핵심 소재 국산화에 나설 계획이다.
화학 신소재는 해외기술 및 수입 의존도가 높았으나 DL케미칼은 기술개발을 통해 원천기술을 추가 확보하고 투자를 확대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김상우 DL케미칼 부회장은 “크레이튼 인수로 소수의 기술 선진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독점해온 핵심 기술의 국산화와 함께 고성장세를 이어가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를 적극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DL케미칼은 2020년 3월 크레이튼의 합성고무 사업부인 카리플렉스를 인수한 후 크레이튼 인수를 비밀리에 추진했고 김상우 DL케미칼 부회장이 물밑 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상무 출신인 김상우 부회장은 2012년 대림산업에 합류한 후 석유화학사업부 대표를 맡았고 2021년 초 DL케미칼이 분할된 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크레이튼 인수는 DL그룹의 중심축을 석유화학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이해욱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건설사업으로는 더이상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석유화학 시황이 빠르게 식으면 유동성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크레이튼은 영업이익이 2018년 2억5073만달러(약 3000억원)에 달했으나 2019년 절반 수준인 1억1946만달러로 격감했다.
DL케미칼은 2020년 영업이익이 987억원이며 합작기업인 여천NCC와 폴리미래 영업이익을 모두 포함해도 2814억원에 불과한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