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수소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마당이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대폭 감축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기술로는 탄소중립을 달성할만한 마땅한 대책이 없고, 수소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수소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0)화하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비롯해 재생에너지, 바이오연료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효율성 면에서 한계가 분명하고, 특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어려운 영역에서는 수소가 부상하고 있다.
수소는 대표적으로 자동차 연료로 투입할 수 있음은 물론 철강, 화학 제조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수소 사업이 과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들이 수소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나 과연 대기업들이 공표한 수준으로 수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시장이 없고 기술도 없으며 역량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소 사업 전개에 있어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Bain)이 제시하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베인은 글로벌 수소 시장이 2021년 1억1500만톤에서 2050년 3억톤 수준으로 급성장하고 무탄소 원료로 생산하는 그린수소와 저탄소를 활용하는 블루수소의 성장률이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코스트와 가치사슬을 고려하지 않는 투자는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수소경제에 올라타기 위해 블루수소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불루수소가 그린수소 또는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고, 수소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성을 갖춘 특정 지역에서만 수소연료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그린수소 코스트가 블루수소에 비해 2-3배 높으나 재생가능 에너지 공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람과 햇빛이 풍부한 지역은 그린수소 생산 코스트가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칠레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소 프로젝트가 거의 없으나 풍력, 태양열이 풍부해 2025년까지 톤당 2000달러 미만으로 저탄소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사우디가 북서부에서 개발하고 있는 미래 도시 네옴도 에어프로덕트, ACWA Power와 50억달러를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낮에는 태양열, 밤에는 풍력으로 생성된 전기로 그린수소를 생산함으로써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신이 속한 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수소가 차지하는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화학산업은 석유 베이스를 탈피하기 위해 수소화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석유 베이스로는 더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소의 잠재력과 경제성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