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이 2021년 1월27일 시행에 들어간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 산업재해나 시민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한 법규로 화학기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산업재해는 1명 이상 사망, 2명 이상 부상, 3명 이상 질병이면 중대 산업재해로 규정하고 있고, 사망은 10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부상·질병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대형 화재처럼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 중대 시민재해는 부상과 질병이 10명 이상으로 기준이 다르지만 처벌 수위는 비슷하다.
중대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질병의 범위도 24개로 넓다. 납·일산화탄소·크롬 등에 의한 급성중독은 물론 공기 중 산소 농도가 부족해 발생하는 산소결핍증, 의식상실·경련을 동반한 열사병, B형 간염까지 포함돼 있다.
물론, 우려됐던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은 제외됐다. 노동계가 과로사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며 주장했으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사업주가 예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500인 이상 사업장은 안전 전담조직을 설치해야 하고, 50인 이상은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고 적정 인력과 예산을 편성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화학기업은 대형 석유화학‧정유기업은 물론 중소형 정밀화학‧플래스틱‧제약이 모두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종업원 50인 미만의 군소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화학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석유화학‧정유는 폭발사고나 유독물질 유출 사고가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고 통제하기도 힘들어 철저한 대비책이 요구된다. 안전‧환경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주나 담당 임원은 형사적 책임을 지는 데 그치지 않고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할 수도 있다. 경영책임자는 20시간의 안전보건 교육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황당한 조항까지 들어 있다.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포괄적이고 불분명하며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지켜야 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 예측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으나 법규 자체를 외면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다. 질병 목록만 규정하고 중증 기준은 마련하지 않아 경미한 질병까지 중대 산업재해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고 적정한 예산, 충실한 업무 등등 모호한 규정도 문제이나 법정에서 다투지 않도록 예방하는 노력이 최선이다.
문제는 정유‧석유화학기업이다.
중소 화학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나 정유‧석유화학은 정기보수, 유지보수는 물론 운송과정에서 폭발, 화재,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울산, 여수, 대산단지는 폭발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물질을 다루고 있어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울산‧여수는 건설한 지 40-50년이 넘는 설비가 대부분이어서 조그마한 부주의도 안전사고를 부를 수 있다. 대산도 마찬가지이다.
정기보수나 유지보수에 하청을 주는 관행도 문제이다. 모든 작업을 직접 수행할 수는 없겠지만 하청을 줄일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부분의 안전사고는 하청 작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대대적인 개편‧보완 작업이 필요하나 안전사고를 줄이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