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정유‧석유화학 분야 투자를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관련당국이 2021년 10월부터 11월에 걸쳐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설비를 대상으로 에너지 절감 및 생산성 기준을 발표함으로써 기준에 미달하는 설비는 퇴출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 온실효과가스(GHG) 배출량을 피크아웃시키고 2060년에는 실질적으로 제로(0)화하는 쌍탄목표 관련 정책이며, 2022년 이후 신규 진출‧투자 인가 조건을 강화해 생산성이 낮은 소규모 설비를 도태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 전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장려하며 에틸렌(Ethylene) 생산용 스팀 크래커의 전기화 등 다양한 혁신기술 도입을 지원할 예정이다.
에너지 효율 기준에 미달하면 투자 제한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발표한 에너지 효율 규제 엄격화를 통한 석유‧화학산업 에너지 절감 및 배출량 감축 추진 행동계획(2021-2025년)은 에너지 소비량이 많거나 탄소 배출량이 많은 프로젝트 확대를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유 정제설비와 스팀 크래커, 암모니아(Ammonia), 탄화칼슘 생산설비를 대상으로 생산단위당 원료 사용기준을 설정했으며 기존의 산업 구조조정 지표 리스트에서 정했던 투자 인가 및 철수 관련 기준 적용도 강화했다.
카바이드(Carbide) 설비 제한에서는 국제유가가 급등했을 때 생산이 급증하는 카바이드 공법 PVC(Polyvinyl Chloride) 생산을 억제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행동계획이나 리스트와 관계가 있는지 불확실하지만 최근 장쑤성(Jiangsu)에서 석유정제‧석유화학 컴플렉스를 건설해온 Zhejiang Petrochemical이 3번째 정유공장 증설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화학제품 생산 확대로 선회함에 따라 선별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행동계획에 따르면, 지방정부는 기존 생산설비나 신규 건설 프로젝트의 에너지 효율을 정확히 조사한 다음 선진, 후진으로 나누어 목록화해 공표하며 에너지 절감과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감축으로 성과를 올린 화학기업도 공개해 모범으로 삼도록 했다.
주요 석유화학 설비의 기술 전환 계획도 확정해 에너지 효율이 낮은 설비의 효율화를 촉진할 계획이다. 
합성가스부터 1단계 올레핀 생산, 원유 직접 분해를 통한 에틸렌 생산, 인공지능(AI)이나 디지털 기술 활용, 프로세스 폐열과 증기 회수, 핀치 기술(사용열량을 최소화하는 열교환 기술) 활용 뿐만 아니라 에틸렌 크래커의 전기화 관련 기술 개발 및 실용화를 지원한다.
산업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M&A도 장려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7대 석유화학산업 기지와 다른 대규모 화학공업원구의 공장 이전을 추진해 기지와 원구에서의 산업 집적 및 고도화를 도모하고 있다.
기지‧원구 내부에서는 원자력발전을 통한 전열 공급을 실증하고 여러 입주기업이 공동으로 용역설비와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공유하는 활동을 에너지 절감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수단으로 중시하는 등 이종산업간 협력을 촉진한다.
석유정제 대신 화학 중심 투자 장려
행동계획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중국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최근 비효율적인 정유공장 및 화학 플랜트 정리를 진행했음에도 민간 합작 대규모 석유정제‧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잇따르면서 대부분 생산품목에서 실질적인 생산능력 감축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행동계획은 에틸렌 생산능력이 30만톤 이하인 스팀 크래커나 10만톤 이하의 카바이드 설비를 대상으로 조기 가동중단이나 장기간 가동하지 않고 있는 좀비 플랜트의 폐쇄를 요구하고 있으나 국유기업이 관여하는 대규모 CTC(Crude to Chemical) 프로젝트나 석탄화학을 활용하는 소규모 올레핀 프로젝트가 계속 예정돼 있어 실효성 있는 에너지 절감이 이루어질지 의문시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각국과 동일하게 원유 수요 피크아웃과 화학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해 석유정제‧석유화학 일체화, 즉 CTC 프로젝트를 적극화하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공업연합회(CPCIF)에 따르면, 중국은 원유 정제능력이 2020년 말 기준 하루 약 1800만배럴로 미국에 이어 2위이며 앞으로도 일체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Zhejiang Petrochemical은 2021년 초 장쑤성 저우산시(Zhoushan)에서 No.2 석유정제‧석유화학 일체화 프로젝트를 완공했다. 총 15조원을 투자했으며 No.1 프로젝트를 포함한 원유 처리능력을 하루 80만배럴, 에틸렌 생산능력은 280만톤으로 확대했다.
Zhejiang Petrochemical에 51% 출자해 경영권을 보유한 Yingsheng Petrochemical은 원래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를 주력으로 유도제품인 폴리에스터 장섬유와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수지도 생산하고 있다.
Yingsheng 그룹의 PTA 생산능력은 일부 건설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포함해 총 1700만톤에 달하고 있다.
Yingsheng Petrochemical은 CTC 투자를 통해 서플라이체인에서 업스트림에 대한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PTA 원료 P-X(Para-Xylene)를 포함한 아로마틱(Aromatics) 생산에 진출함으로써 화학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했고 공급과잉에 따른 PTA 불황을 극복하는 등 수익기반을 강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Zhejiang Petrochemical은 No.3 프로젝트에서 원유 정제능력을 하루 40만배럴 추가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정유 투자는 포기하고 화학 투자만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추진한 5개년 계획의 원유 정제능력 총량규제와 최근의 에너지 절감 기준 설정이 영향을 미쳐 인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국유기업이 원칙적으로 독점해온 원유 수입을 민간기업에게 개방했고 민간기업의 CTC 투자 확대를 촉진했으나 쌍탄목표 달성을 위해 최근 다시 방향성을 변경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이후 CTC 프로젝트 영향 불가피
중국은 원유 처리능력이 현재도 과잉상태이며 지역, 처리량, 운영 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가동률이 60%대에 그치는 정유공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원칙적으로 기존설비의 가동중단이나 폐쇄가 전제되지 않는 이상 신규 정유공장 건설 인가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미 인가를 받고 착공한 CTC 프로젝트가 많다는 점은 우려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2022년 Shenghong Petrochemical이 장쑤성 롄윈강(Lianyungang)에서, Wanhua Chemical 등이 출자한 Yulong Petrochemical은 산둥성(Shandong)에서 원유 처리능력이 각각 하루 32만배럴, 40만배럴로 대규모인 석유정제‧석유화학 컴플렉스를 신규 가동할 예정이다.
미인가 프로젝트로는 Hengli Petrochemical의 랴오닝성(Liaoning) 창싱다오(Chang Xing Dao) No.2 40만배럴 프로젝트와 Yulong Petrochemical의 No.2 40만배럴 등이 있다.
국유기업 중에서는 2022년 사이노펙(Sinopec)이 광둥성 제양시(Jieyang)에서 석유정제‧석유화학 통합기지를 가동할 예정이고, 사이노펙과 푸젠성(Fujian)이 50대50으로 합작한 Fujian Refining은 타이완기업과 합작해 푸젠성 굴레이(Gulei)에서 석유정제‧석유화학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랴오닝성 판진시(Panjin)에서는 국유기업이 60만배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사이노켐(Sinochem), 켐차이나(ChemChina)의 통합으로 2021년 5월 출범한 신생 사이노켐은 2024-2025년 중국에서 에틸렌 1000만톤 이상을 상업 가동하고 정유공장과의 일체화 프로젝트도 다수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말 에틸렌 생산능력이 약 3500만톤에 달했고 앞으로 수년 동안 약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앞으로 석유화학 컴플렉스와 민간기업의 CTC 프로젝트가 인가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에틸렌 신증설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