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강세를 장기화하고 경기침체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수소 프로젝트가 시들해지고 있다.
수소는 탄소중립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대체 연료·원료로 부상했으나 기술개발이 어렵고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많지 않아 많은 돈을 투입하고도 사업화를 장담할 수 없어 회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큰돈을 투입하지 않고 수소 기술을 도입해 사업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탄소섬유나 아라미드섬유로 수소탱크 소재를 생산하겠다는 정도에 그칠 뿐 수소 기술을 개발해 상업화하겠다고 나선 곳은 없다.
현대자동차가 제주도에서 수전해 시스템을 개발해 수소 생산을 실증하겠다고 나선 것이 고작일 정도이다. 수전해는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석유화학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으나 세계적으로 기술을 확보한 곳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다.
LG화학이 삼성물산, 남해화학,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암모니아 베이스 청정수소 생산에 나서겠다고 MOU를 맺었으나 사업화 추진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음도 불구하고 실현 가능성은 의심받고 있다. 청정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수입해 청정수소로 변환한 후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이나 청정수소 생산에서 도입·활용까지는 난관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청정수소가 상용화되면 여수의 나프타 크래커 연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하나 먼 이야기일 뿐이다. 청정수소는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탄소 배출량 감축 효과가 상당하나 언제 상용화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수소 상용화에서는 유럽연합(EU)이 앞서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수소 기술의 가치사슬 연구·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IPCEI(Important Project of Common European Interest) Hy2Tech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IPCEI Hy2Tech는 산업 공정과 모빌리티의 탈탄소화를 위해 수소 가치사슬 혁신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독일, 프랑스, 이태리, 폴란드, 스페인 등 15개 회원국이 최대 54억유로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모빌리티 부문을 중심으로 수소 생성, 연료전지, 수소 저장·운송·유통, 최종사용자 애플리케이션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기술을 개발한다.
수소 생성은 에스토니아의 Elcogen이 제조공정을 최적화하고 핵심 원자재 투입량을 감축한 전해조를 개발하며, 연료전지는 네덜란드 Nedstack이 효율성·적용성을 확대할 수 있는 고정용·선박용을 개발하고, 수소 저장·운송·유통 기술은 프랑스 아케마가 제조 시간·비용을 감축하고 재활용성·안정성 확대를 목표로 바이오 베이스 투입물을 활용하는 수소탱크용 소재를 개발한다. 모빌리티 응용 기술은 독일 다임러트럭이 액체수소로 구동되는 트럭 생산을 목표로 유럽의 대학, 연구기관, 중소기업을 비롯한 300개 이상의 외부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한다.
EU의 수소 프로젝트에서 주의 깊게 들여다볼 점은 Elcogen이나 Nedstack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코스트 효율성이 떨어지는 대기업이 수소 기술을 개발하기는 어렵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유리하다는 방증이다.
국내 정유·석유화학기업들도 유럽, 미국, 일본으로 수소 기술 도입처를 찾아 헤맬 것이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찾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