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대폭 인상에 쫓겨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린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나섰다.
우리은행은 최근 희망퇴직 대상과 조건을 공지했다. 관리자는 1974년, 책임자는 1977년, 행원급은 1980년 이전 출생자가 대상으로 연초 415명에 이어 400-500명을 추가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NH농협은행도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해 최종 퇴직자 대상 확정을 앞두고 있다. 10년 이상 근무한 일반직원 중 40세(1982년생) 직원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했다. 최종 퇴직 대상자는 약 500명으로 2021년 427명을 넘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1월 KB국민은행이 674명, 신한은행이 250명을 정리했고, 하나은행은 상반기 478명을 포함 521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은 아직 희망퇴직 공고를 내지 않았으나 곧 신청받을 것으로 알려져 2022년 은행권의 희망퇴직자 수가 최소 3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은행들이 내건 희망퇴직 조건이다.
우리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1967년생은 월평균 급여의 24배, 나머지는 36배로 책정했을 뿐만 아니라 자녀 1인당 최대 2800만원의 학자금, 최대 33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권, 30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까지 지원한다고 한다. NH농협은행도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의 20-39배를 지급하며, 수협은행은 15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최대 월평균 급여의 37배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은행들이 예대 금리 차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고는 하나 가관이다.
삼성그룹이나 SK그룹도 감히 제시할 수 없는 조건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이익이 대폭 증가함으로써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졌다고 해도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함부로 줄 수 없는 수준이다. 디지털화와 함께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금융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점포·인력 축소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예금-대출 금리 차이만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금융당국이 은행, 증권 등 금융기관에게 엄청난 특혜를 부여함으로써 누워서 헤엄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금융상품이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특정 금융기관을 정해 퇴직금을 매월 납부하도록 강제할 뿐 수익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수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과는 상관없이 관리비 명목으로 수익을 웃도는 돈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쟁도 없다. 금융기관 한곳과 거래하면 함부로 옮길 수도 없고, 2곳 이상과 거래할 수도 없게 대못을 박아 놓았다.
그뿐인가? 20-30년 전에는 은행에 가면 2-3분, 늦어도 10분 안팎이면 예금·적금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20-30분은 기본이고 복잡다단한 사인에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음성녹음을 포함하면 1시간을 넘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과거에는 고졸 여직원이 처리하던 업무를 지금은 대졸로도 부족해 경력 10-15년 이상의 차장·부장, 심지어 경력 20년 안팎의 부지점장까지 동원된다. 비효율화의 상징이며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 연금, 교육을 3대 개혁과제로 제시했으나 공공기관과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관 개혁 없이는 어떠한 개혁도 성공할 수 없음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공무원·공기업과 함께 금융기관의 차별적 특권을 폐지하고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국가 전반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작업이 개혁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