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섰으나 효과가 의문시된다.
중국은 코로나19(신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상하이(Shanghai) 봉쇄기간 동안 사회 유지를 위한 필수산업인 화학, 반도체 등 일부 제조업은 생산활동을 계속했으나 소재, 부품 분야의 전방산업에 해당하는 자동차, 가전 공장은 2개월 가량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서플라이체인에 재고가 축적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2년 3월 중순 봉쇄령과 관련된 소문이 퍼지면서 이른 단계부터 제조업의 재고 축적이 진행됨으로써 수급이 불균형해졌고 중국을 넘어 아시아, 글로벌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가을에도 베이징(Beijing) 시민들이 7일 안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곳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금지했으며 다른 지역 주민 중 7일 안에 감염자가 발생한 주거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베이징시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중국 정부는 10월16일부터 베이징에서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끝난 후 월드컵에 맺추어 백지시위가 확산되고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지해 앞으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디스플레이‧반도체 감산에 자동차는 호조
중국은 재고가 확대되고 있으나 TV, 컴퓨터 등 가전제품은 비대면 관련 성수기가 종료되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쳐 2022년 연말까지도 재고 소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생산기업들은 2분기 생산 감축에 나섰고 감축 대상에 중소형 뿐만 아니라 대형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 최대의 디스플레이 생산기업인 BOE는 9월 말 감산체제를 종료하고 가동률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2023년 춘절 연휴용 수요가 급증하는 9-10월 성수기에 돌입하면 10월 이후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자동차(NEV)와 반도체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자동차, 반도체는 최근 생산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8월 자동차 생산대수가 전년동월대비 38% 급증하는 등 회복추세를 나타낸 반면,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반도체 생산량은 24.7% 급감하며 1997년 통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2022년 1-8월 생산량도 전년동기대비 10.0%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기업들도 가동률에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SMIC는 8월 비교적 높은 가동률을 유지했으나 YMTC는 저장성(Zhejiang) 우한(Wuhan)에서 신규 완공한 낸드 공장 가동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미국 보조금 지원 법안이 삼성·SK 투자 좌우
반도체는 중국 제조업 고도화 정책인 중국제조2025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분류돼 2025년 자급률 70%를 목표로 정부 지원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메이저들은 7월 말 미국 상·하원에서 가결된 반도체 보조금 지원 법안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산시성(Shanxi) 시안시(Xian)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No.2 공장도 풀가동 상태에 도달함에 따라 추가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장쑤성(Jiangsu) 우시(Wuxi)에서 D램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2021년 12월 말 인텔(Intel)의 낸드 및 SSD 사업을 70억달러(약 10조원)에 인수했다. 랴오닝성(Liaoning) 다롄(Dalian)에 소재한 인텔 낸드 웨이퍼 공장 경영권도 2025년까지 인수할 예정이다. 다롄에서는 신규 낸드 공장 건설에 착수하는 등 중국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들과 인텔 등 해외기업 생산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약 30% 정도로 추산된다.
반도체용 소재를 생산하는 화학기업들은 미국의 중국 규제로 한국‧미국 반도체 생산기업들의 중국 투자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심리 둔화로 전자상거래 마케팅 변화
중국의 경제 침체는 그동안 소비 확대를 뒷받침해온 전자상거래(EC)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잡화, 소비재 생산기업들은 최근 T몰, 진돈 등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진출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몰인 618은 2022년 상반기에 상하이 봉쇄로 매출이 6959억위안(약 140조원)으로 13.5% 급증하는 등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은 매출액이 감소한 품목이 다수 있으며 일부 플랫폼은 취급 브랜드가 급감하는 등 소비 둔화에 따라 타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공략을 위해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온 글로벌기업 중에서는 소비 둔화와 함께 저가공세 효과가 낮아짐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이 기대되나 적극적 공세 전략에는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물류 혼란이 확대되면서 수입 브랜드는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화장품 분야에서는 중국산 브랜드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화학제품 가격 급락에 수출 확대 기조
중국 경기침체는 화학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3월 톤당 1400달러 수준에 거래되던 화동지구 에틸렌(Ethylene) 가격은 상하이 봉쇄를 거치면서 한때 1000달러대로 급락했고 9월 초에도 1200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식품포장용 필름 등에 사용되는 LLDPE(Linear Low-Density Polyethylene) 역시 화동지구 가격이 3월 9000위안에서 가을 8000위안대 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코로나19 확산 둔화 영향으로 국제유가, 천연가스 등 연료 가격이 급등함으로써 페트로차이나(PetroChina), 사이노펙(Sinopec), 중국해양석유(CNOOC) 등 국영 3사는 상반기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업은 2020년부터 정제마진 축소로 고전해 수익성 개선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NCC(Naphtha Cracking Center), ECC(Ethane Cracking Center) 등 스팀 크래커를 가동하는 석유화학 사업은 저가 원료 투입 효과가 약화되면서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일체화 컴플렉스를 구축한 석유화학기업은 정유공장 가동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원료 나프타(Naphtha)를 대거 소진하고 있으나 에틸렌 가동률은 수익성에 따라 갑자기 낮추기는 어려워 올레핀, 유도제품을 중심으로 공급과잉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국영 3사 역시 화학 사업은 상반기에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스팀 크래커들은 벤젠(Benzene) 등 아로마틱(Aromatics) 사업에서 수익 악화를 일부 상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젠은 중순 화동지구 거래가격이 3월 톤당 8000위안대 후반에서 6월 1만위안으로 급등했다.
중국 생산기업들이 SM(Styrene Monomer) 등 벤젠 유도제품 공급을 확대했고 동남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는 벤젠 수급타이트가 심각해 수출이 호조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중국 벤젠 가격은 9월 말 7000위안대 후반으로 하락했으나 아시아의 화학제품 수요가 꾸준하고 아로마틱은 동남아, 남아시아의 수입 수요가 상당해 호조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1-8월 기초화학 수출액이 3650억위안(약 74조7000억원)으로 50% 증가했으며 포괄적 경제협정(RCEP) 발효와 화학제품 자급률 상승 등을 계기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체화 프로젝트는 국영기업 중심 전환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 시행된 봉쇄 조치 속에서도 대규모 화학 프로젝트는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Zhejiang Petrochemical은 저장성 저우산(Zhoushan)에 건설한 2번째 석유정제‧석유화학 일체화 컴플렉스 가동률을 서서히 높이고 있으며, 장쑤성 롄윈강(Lianyungang)에서는 Eastern Shenghong이 670억위안을 투자해 일체화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시험가동에 돌입했다.
산둥성(Shandong) 옌타이(Yantai)에서는 Yulong Petrochemical이 원유 처리능력 하루 40만배럴에 에틸렌 생산능력 300만톤의 일체와 컴플렉스 건설에 착수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22년 민간기업 수입 인가량은 2억4300만톤으로 Hengli Petrochemical의 다롄 일체화 컴플렉스 등 일체화 컴플렉스를 가동하고 있는 민간기업들의 신규 인가 취득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산둥성에 밀집된 티포트 등 민간 독립계 정유공장의 원유 수입 인가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일체화 프로젝트와 함께 인재 유출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국영기업의 인재를 스카웃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고 있고 정유공장 신증설 기준이 강화되면서 일체화 프로젝트 투자 주체는 민간에서 국영기업으로 옮겨가는 반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페트로차이나는 7월 말 광시좡족 자치구에서 일체화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존 정유공장에서 석유제품 생산을 줄이고 NCC를 신규 건설해 유도제품까지 이어지는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전면 가동은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페트로차이나는 광둥성에서도 그룹 최대 일체화 컴플렉스를 2022년 말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도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또다른 국영기업 Norinco는 산하 North Huajin Chemical을 통해 Panjin Xincheng, 아람코(Saudi Aramco)와 합작으로 Huajin Aramco Petrochemical을 설립하고 랴오닝성의 판진(Panjin)에 원유 처리능력 일일 30만배럴의 정유공장과 에틸렌 생산능력 150만톤의 NCC를 중심으로 한 일체화 컴플렉스를 2024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할 예정이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