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프, 잔장 페어분트 가동 … 코베스트로·머크·에보닉도 확대
중국과 독일이 화학산업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 올라프 숄츠 수상은 2022년 11월 초 G7 정상회의 참여 후 선진국 정상으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경제관계 강화 및 기후변화 등을 주제로 회담했다.
양국은 화학산업에서 예전부터 긴밀하게 연계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투자가 둔화된 속에서도 바스프(BASF)가 광둥성(Guangdong)에 중국 1호 페어분트(Verbund)를 건설하고, 머크(Merck)가 바이오 의약품 관련 투자를 진행하는 등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 경제연구소(IW)에 따르면, 독일은 2022년 상반기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약 100억유로(약 14조5000억원)에 달해 2000년대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베이징(Beijing), 상하이(Shanghai) 등 대도시에서 폭스바겐(Volkswagen), 포르쉐(Porsche), 아디다스(Adidas) 등 독일 자동차와 스포츠용품 등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독일 브랜드가 널리 정착돼 있다.
화학산업에서는 바스프, 코베스트로(Covestro), 머크, 에보닉(Evonik), 랑세스(Lanxess) 등 메이저들이 중국 현지에서 생산기지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바스프는 상하이, 난징(Nanjing) 등 4개 도시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독일기업 중에서도 최대급 투자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직후 저장성(Zhejiang) 핑후시(Pingfu)에서 세계 최대 코팅 공장을 가동했다.
부식성과 환경성이 우수한 실린계 박막 페인트를 포함해 최첨단제품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자동차와 항공‧우주, 일반 산업 분야에서 급증하고 있는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바스프는 2022년 7월에도 광둥성 장먼시(Jiangmen) 소재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공장을 증설하는 등 중국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코팅 시장은 아시아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바스프가 총 100억유로를 투입해 광둥성 잔장(Zhangjiang)에 건설하고 있는 페어분트는 중국과 독일의 대표적인 경제협력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첫번째 생산설비인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플랜트는 2022년 완공했으며 앞으로 핵심 생산설비가 될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 100만톤의 스팀 크래커나 유도제품 플랜트들은 2030년 전면 가동을 목표로 순차적으로 착공 및 완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잔장 페어분트는 완공 후 독일 루트비히스하펜(Ludwigshafen) 본사와 벨기에 앤트워프(Antwerp) 페어분트 다음으로 생산능력이 큰 사업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베스트로는 상하이에 약 5000만유로를 투자해 2023-2024년경 완공을 목표로 PU(Polyurethane) 엘라스토머와 분산제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PU 엘라스토머는 해상풍력발전기와 태양광발전 패널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PU 분산제는 환경성이 우수한 수계 코팅 및 접착제용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
코베스트로는 상하이에서 PC(Polycarbonate)와 우레탄(Urethane) 원료 등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 11곳을 가동하고 있으며 글로벌 사업장 가운데 가장 큰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독일 사이에서는 의약품 관련 투자도 활성화되고 있다.
머크는 2022년 4월 장쑤성(Jiangsu) 우시(Wuxi) 사업장의 바이오 의약품 제조용 싱글유즈 원료 믹서 조립 및 설계능력을 대폭 확대했고,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제조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앞으로 6년 동안 총 1억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9월 상하이 바이오 의약품 시험센터 1호 시설을 개설하고 의약품 제조 인가 취득에 필요한 제조 프로세스상 바이러스 제거 및 불활화(VC) 평가 시설을 열었으며 2023년 하반기까지 세포주 특성 평가를 위한 2번째 시설을 개설할 계획이다.
싱가폴에 아시아 생산 허브를 두고 있는 에보닉은 중국에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했으나 앞으로는 주요 화학제품 생산능력을 확대함으로써 중국 공급을 안정화할 방침이다.
2021년 장쑤성 전장시(Zhenjiang)에서 현지 Xinan 그룹과의 합작공장을 통해 미립자 실리카(Silica)를 생산하고 실리콘(Silicone), 페인트, 접착제 용도로 공급하고 있으며 상하이에서는 유동성, 도막 균일성 및 외관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 페인트용 특수 첨가제 생산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206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화학 등 8개 산업에 배출량 감축을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도 친환경 기술을 다수 보유한 독일과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베스트로는 중국 국영기업인 CGN New Energy와 장기 전력 구매계약을 체결했으며 2023년부터 풍력‧태양광발전으로 얻은 전력을 매년 300MWh 구매함으로써 상하이 공장의 전력 수요 가운데 30% 정도를 재생에너지 베이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13만톤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베스트로는 2023년 전기자동차(EV)와 바이오연료를 활용한 저배출 물류 시스템도 구축한다.
바스프 역시 중국 국영 전력기업인 SIPC와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계약을 체결했으며 2025년까지 잔장 페어분트에서 필요한 전력을 전량 재생에너지 베이스로 충당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온실가스 대량 배출 산업 8개를 대상으로 탄소 감축에 그린 파이넌스를 활용할 것을 장려하고 있어 독일 화학기업들은 중국 금융기관과의 연계까지 강화하고 있다.
중국 국영 컨테이너 운송기업 코스코(Cosco)가 최근 독일 최대 항구인 함부르크(Hamburg)에서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는 독일기업의 지분 25%를 취득한 것은 양국 경제협력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가 반대해 출자비중이 당초 예상보다는 낮아졌으나 중국이 고성능 반도체를 둘러싸고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화학산업에서는 독일과의 연계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