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23.02.27
미국이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이다.
중국 반도체 공장에서 일정수준 이상의 기술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한도를 설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SK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1년간의 유예를 인정받았으나 유예기간이 끝나가도록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한 가운데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 한도(cap on level)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부가 해결해주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공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외에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돼 있어 생산 차질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처지이다. 반도체는 국내 수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쑤저우에서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 충칭에서 후공정,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지급하는 총 390억달러(약 50조원) 상당의 보조금을 놓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SK하이닉스도 첨단 패키징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생산 규제와 함께 미국이 반도체 생산설비와 소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만약, 미국이 반도체 소재까지 규제하게 되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가지 수출을 규제한 이후 국산화를 추진했으나 일본산 의존도가 좀체 낮아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산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산화를 자신하며 일본의 수출규제를 무력화시키겠다고 장담했으나 국산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을 뿐 전체적으로는 첨단소재의 국산화가 지지부진해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규제를 현실화해 일본산 수입이 막히고 중국산까지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과의 적대관계가 어느 정도 해소돼가고 있어 한국·일본 정부의 규제 해제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나 미국의 규제는 회피할 방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는 2021년 이후 시스템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게 하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고, 최근에는 D램을 중심으로 공급과잉이 심해 현물가격이 폭락하는 등 불황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반도체 수요는 2021년 정점에 도달한 후 재고율이 상승하는 추세이다.
국내 경제는 반도체 수출 부진의 영향이 막대해 에너지 가격 폭등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무역수지 적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중국의 5대 반도체 공장이 가동에 차질을 빚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 통제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도 적극 대응해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특히, 반도체 소재는 일본산에 이어 중국산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화학기업들과 적극 협력해 국산화 노력을 강화함은 물론 수입 다변화를 통해 문제 발생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화학저널 2023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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