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쉘, 싱가폴 정유·크래커 가동중단 계획 … LG화학도 매각 검토
아시아 석유화학기업들이 범용 석유화학 사업 정리를 추진한다.
쉘(Shell)은 2023년 1월 취임한 와엘 사완(Wael Sawan)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전략 재정비 작업의 일환으로 최근 싱가폴 정유공장 및 석유화학 플랜트 매각 혹은 가동중단을 포함한 전략적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쉘은 싱가폴 본섬 남부의 부콤섬(Bukom)과 주롱섬(Jurong)에서 에틸렌(Ethylene)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와 부타디엔(Butadiene) 추출 플랜트, 합섬원료 MEG(Monoethylene Glycol) 플랜트 등으로 구성된 화학단지를 가동하고 있다.
정리 검토 대상은 정유공장, 100% 출자 자회사 SEPC(Shell Eastern Petrochemicals)가 운영하는 화학 플랜트 등이며, 일본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과 합작한 PCS(Petrochemical of Singapore)와 TPC(The Polyolefin)는 포함되지 않는다.
쉘은 카타르 QP(Qatar Petroleum) 산하 화학기업과 합작으로 에틸렌 크래커를 가동하는 PCS의 지분 50%, 폴리올레핀(Polyolefin) 생산설비를 가동하는 TPC 지분은 30%를 보유하고 있다.
쉘은 과거 미국,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싱가폴 소재 화학공장을 바이오연료와 지속가능 화학제품 생산기지인 Energy & Chemicals Park로 전환한 바 있으며, 부콤 정유공장은 2021년 원유 정제능력을 50%, 에틸렌 생산능력은 80만톤으로 20% 감축한데 이어 앞으로 폐플래스틱 베이스 열분해유 장치를 신설하고 바이오 디젤 및 바이오매스 베이스 항공연료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와엘 사완 CEO는 취임하자마자 총 55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바이오연료 투자 계획을 백지화했고 싱가폴 자산 대부분을 재검토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쉘은 싱가폴 에틸렌 생산능력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요기업 대부분이 파이프라인으로 에틸렌을 공급받아 유도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스팀 크래커를 가동 중단한다면 전체 싱가폴 화학산업이 받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폴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전기요금이 폭등하며 화학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됐음에도 GDP(국내총생산)의 20%를 차지하는 제조업 중에서도 특히 화학산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인식 아래 지원을 계속했으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2030년부터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톤당 최대 80S달러(약 8만원)의 탄소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어 화학기업들이 대응을 적극화하고 있다.
산업용 부지 공급가격 급등 역시 화학기업들의 수익을 압박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이 종료되며 경제활동이 재개돼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동시에 산업용 부지 임대가격도 올라 해외기업 중 일부는 투자회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싱가폴 투자 계획을 포기하고 다른 동남아 국가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쉘은 독일 정유공장도 재검토 대상으로 설정했으나 중국 사업장은 투자를 계속할 계획이다.
2023년에는 중국 CNOOC와 합작한 CNOOC & Shell Petrochemical이 광둥성(Guangdong)에 500억위안(약 10조원)을 투자해 No.3 에틸렌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2027-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여수 No.2 NCC(Naphtha Cracking Center)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투자은행(IB)을 통해 대형 정유기업에 입찰의향서를 전달했고, 해외에서도 중동 석유화학기업 등에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No.2 NCC는 여수시 중흥동 산업단지 33만평방미터 부지에 자리잡고 있으며 생산능력은 에틸렌 80만톤, 프로필렌(Propylene) 48만톤이다. LG화학은 2021년 증설을 포함해 No.2 NCC에 2조6000억원을 투자했으며 매각이 성사되면 3조원 안팎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에틸렌-나프타(Naphtha) 스프레드는 톤당 200-250달러 수준으로 15개월째 손익분기점 250-300달러를 밑돌고 있으며, LG화학은 2023년 4월 정기보수를 목적으로 No.2 NCC 가동을 중단한 후 정기보수 종료 후에도 7월 초까지 재가동하지 않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가동률이 2020년 92% 수준에서 2022년 81.4%, 2023년 1분기 77.4%로 떨어졌고, 석유화학 사업 매출은 2022년 21조7234억원에 달했으나 영업이익은 2022년 4분기 마이너스 1659억원에 이어 2023년 1분기에도 영업적자가 508억원에 달했다.
LG화학은 범용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은 가동중단, 철수, 지분매각, 합작투자 전환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