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지형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자체적으로 배터리 생산을 강화하는 공급망 재구축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중국·일본이 코스트·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등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는 듯했으나 중국이 어느 사이에 뒤쫓아 점유율 싸움이 한창이다. 일본도 배터리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실리를 취했으나 파나소닉, 도요타를 중심으로 배터리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희소금속이다. 아시아, 미국, 유럽의 대결국면이 계속되면서 배터리 생산량이 급속히 확대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배터리용 금속 조달 문제가 대두될 것이 확실시된다.
배터리는 최근 10년간 거래가격이 하락추세를 계속했으나 원료 조달난으로 생산 코스트가 상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희소금속이 핵심인 양극재·음극재가 배터리 코스트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희소금속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생산 코스트는 양극재 28%, 음극재 12%, 분리막 12%, 전해액 4%, 기타 10% 등으로 소재가 총 6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양극재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희소금속을 사용하는 삼원계가 주류이다.
배터리가 전기자동차 생산 코스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한다고 볼 때 전기자동차 공급가격을 떨어뜨려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코스트 감축이 불가피하나 시장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어 배터리용 희소금속 재활용을 촉진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세계 리튬 매장량은 600만톤(240년분), 니켈은 1억톤(37년분), 코발트는 830만톤(50년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생산 확대에 따라 사용년수 감소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특히, 희소금속 매장·가공이 중국을 중심으로 특정 국가에 한정돼 조달이 불안정하고, 미국·중국 갈등의 영향으로 중국발 공급이 불안정해지는 등 배터리 공급망의 취약성이 현저해지고 있다. 신흥국들도 배터리 관련 자원을 무기 삼아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0년 1월 니켈 광석 수출 전면 금지령을 발동하고 2021년 3월에는 니켈 생산부터 배터리 재활용까지를 취급하는 공기업을 설립하는 등 니켈을 무기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2021년 2월 희토류 관리조례를 제정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남미 3국도 리튬 자원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신흥국의 자원민족주의 움직임에 대응해 희소금속 광산의 권리 확보, 광산 관련기업과 배터리 합작을 추진하고 있으나 신통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자동차 메이저 테슬라는 광업기업과 리튬·니켈·코발트·흑연 공급계약을 체결하거나 권리 확보를 모색하고 있으며, 중국 배터리 메이저 CATL은 희소금속을 취급하는 광업기업에 출자함은 물론 인도네시아의 전기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는 등 희소금속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중국 갈등,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부각된 공급망의 취약성을 유럽·미국 중심으로 재편해 자체 배터리 관련 생산거점을 설립하려는 움직임 또한 가속하고 있다.
배터리는 높은 생산 코스트, 안전성을 비롯한 기술적 난제, 생산 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대량 배출, 취약한 공급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이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희소금속 자원 확보에서 단연 앞서가고 있고 LG화학이 위를 따르고 있으나 4대 배터리 소재는 분리막을 제외하고는 중국 의존도가 80%를 넘어 공급망의 취약성이 극에 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희소금속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의 취약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저널 2023년 7월 24·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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