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튬은 대규모 자원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리튬은 전기자동차(EV) 보급이 본격화되며 고품질 배터리 그레이드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의 직접계약에 따라 대규모로 거래돼 가격 등락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구조적으로 공급부족 만연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미국이 2022년 하반기 이후 중요광물 분야에서 탈중국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어 수급타이트 정도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 이후 북미산을 중심으로 리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포스코, 코스모화학, 에코프로도 국내에서 리튬 화합물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리튬 수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대형 무역상을 중심으로 중남미 지역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가속화하며 공급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환경규제 타고 염호 베이스로 전환 가속화
리튬은 금속 원소 가운데 가장 가볍고 이온화 경향이 커 LiB(리튬이온전지) 전극, 전해질 등에 사용되며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염호 베이스로, 오스트레일리아는 스포듀민(Spodumene) 광석 베이스로 생산하고 있다.
염호 베이스 리튬은 천일제염식 농축공정이 필요해 추출부터 화합물 생산까지 일반적으로 1년 반에서 2년 정도 소요된다.
반면, 광석 베이스 리튬은 1-2개월만에 생산이 가능하며 분쇄‧부선‧가열과 황 침출 등 처리공정 코스트가 크고 프로세스에서 이산화탄소(CO2)가 다량 배출되는 단점이 있으나 수산화리튬(Lithium Hydroxide)을 직접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 현재 유통되는 리튬화합물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세계 각국이 배터리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저탄소제품인 염호 베이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산리튬(Lithium Carbonate) 기준으로 염호 베이스의 제조코스트가 광석 베이스 대비 20%,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0% 적기 때문이다.
리튬 화합물은 2030년 글로벌 수요가 2019년 대비 10배 이상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전기자동차 배터리용으로 주로 투입되는 탄산리튬 대신 주행거리 연장에 기여하는 하이니켈계 LiB용 수산화리튬 수요가 급증하며 전체 성장세를 견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탄산리튬 역시 중국 전기자동차 생산기업들이 LFP(인산철리튬) 배터리 채용을 확대함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지 않고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산화리튬, 2022년 수입액 490% 폭증
리튬은 중국산 비중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의존도가 심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배터리 양극재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21억6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90.3% 폭증했다.
2017년 1억3000만달러로 1억달러를 넘어섰고 2018년 2억3000만달러, 2019년 3억9000만달러, 2020년 4억4000만달러, 2021년 6억7000만달러, 2022년 36억8000만달러 등 폭증 추세를 계속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양극재 제조에 쓰이는 수산화리튬을 거의 전량 수입하며, 특히 중국산
비중이 2022년 수입액 기준 87.9%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중국산 수입은 2022년 32억3000만달러(약 4조3000억원)에 달했고 2023년 1분기에만 18억2000만달러로 연말까지 73억달러(약 10조원)로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국내 배터리 관련기업들은 IRA 이후로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주력하고 있다.
IRA 규정상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을 40% 이상 사용해야 최대 375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사용 비중을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80%까지 높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 북미산 리튬정광 확보 “총력전”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리튬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5월 북미지역에서 리튬 광산을 운영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그린테크놀로지(Green Technology Metals)와 리튬정광 공급 및 7.89%의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리튬정광은 배터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핵심광물이며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 5년 동안 그린테크놀로지가 생산하는 리튬정광 생산량의 25%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약 1000만톤의 자원이 매장된 시모어(Seymour) 광산 채굴량을 공급받고 지분 투자를 계기로 북미에서 총 4곳의 리튬 광산을 운영하고 있는 그린테크놀로지와 중장기적인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밖에 캐나다 광물기업 일렉트라(Electra), 아벨론(Avalon), 스노우레이크(Snowlake)로부터도 수산화리튬 25만5000톤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또 미국 컴퍼스미네랄(Compass Minerals)이 2025년부터 7년 동안 생산하는 탄산리튬 및 수산화리튬의 40%, 캐나다 시그마리튬(Sigma Lithium)의 리튬정광 69만톤, 독일 벌칸에너지(Vulcan Energy)의 수산화리튬 4만5000톤, 오스트레일리아 라이온타운(Liontown)의 수산화리튬용 리튬정광 70만톤, 칠레 SQM의 수산화리튬‧탄산리튬 10만톤 등을 확보하는 등 IRA 대응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3년 4월에는 중국 야화(Yahua)와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모로코는 미국·유럽연합(EU)과 FTA 체결국이어서 IRA 조건 충족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포스코 염호 인수 이어 에코프로‧코스모도 화합물 생산
포스코는 2018년 리튬 자원 확보를 위해 아르헨티나 염호를 인수했다.
1단계 공장이 완공되는 2024년부터 현지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해 들여올 예정이며 2025년부터는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들여온 중간물질인 탄산리튬을 국내에서 가공해 전기자동차 약 60만대에 투입할 수 있는 2만5000톤의 수산화리튬을 직접 생산할 예정이다.
IRA 수혜를 위해 상공정은 현지에서, 하공정은 국내에서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염수 리튬과 광석 리튬,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을 통해 2030년까지 리튬 생산능력 30만톤 체제를 완성해 리튬 글로벌 3대 생산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에코프로는 2023년 2월 포항 영일만산업단지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에서 고순도 수산화리튬(LHM) 제2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이미 제1공장에서 수산화리튬 1만3000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제2공장 증설로 1만3000톤을 추가로 확보해 총 생산능력을 2만6000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코스모화학은 폐배터리에서 탄산리튬을 추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탄산리튬 추출능력 2000톤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니켈·코발트 생산능력에 맞춘 폐배터리 원료량을 투입하면 실질적인 생산능력은 1000톤이며 공사 인허가 및 자재수급 지연으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녹스첨단소재도 자회사 이녹스리튬을 통해 수산화리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5월 초 주주, 기관투자자,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수산화리튬 생산 사업을 정한 이유과 구체적인 투자계획 등을 밝혔으며 국내 배터리 메이저들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경쟁력 있는 사업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앞으로 4년에 걸쳐 총 4만톤의 수산화리튬 생산설비 2기를 순차적으로 건설하며 무수화물과 일수화물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생산설비를 건설함으로써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탄산리튬‧수산화리튬 모두 수입 확대
일본은 리튬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전체 리튬 수입량은 2021년 7년만에 감소로 전환됐으나 2022년에는 탄산리튬 수입량이 2만4600톤으로 2019년 대비 4.3% 증가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수입액은 426억7517만엔으로 319.5%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산리튬은 2013년까지 그리스 첨가제가 주력 용도여서 수입액이 50억-60억엔 수준이었으나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최근 10년 동안 수입액이 급증하고 있다.
다만, 배터리 그레이드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중남미산은 대부분 염호 베이스로 설비투자액이 크기 때문에 공급계약이 먼저 체결되지 않는 이상 선제적인 신증설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전기자동차 보급이 당초 시장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속도보다는 느리게 진행돼 한때 재고가 축적됨으로써 가격 상승 폭은 수산화리튬에 비해 제한된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영향도 상당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배터리 그레이드 조달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3년을 기준으로 2019년에는 수입량이 2만3500톤으로 186.0%, 수입액 역시 340억5500만엔으로 708.0% 폭증했으나 2020년에는 1만7700톤으로 23.8%, 수입액도 204억7200만엔으로 39.8% 감소했다.
수산화리튬 수입은 중국산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2년 수입량은 3만5500톤으로 전년대비 4.9% 증가했으며 사상 최대치였던 2019년에 비해 4.9% 적은 수준이나 중국산이 3만500톤으로 5.0% 늘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되찾은 것으로 평가된다.
수입액은 1526억300만엔으로 전년대비 257.8% 폭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특히 중국산 수입액이 1349억9700만엔으로 222.8% 늘며 전체 폭증세를 견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산화리튬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도 수입량이 3만7300톤으로 2013년에 비해 1314.3%, 수입액은 529억3400만엔으로 2533.3% 폭증한 바 있다.
중국이 배터리 그레이드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수준을 높임으로써 상대적으로 공급이 불안정한 중남미산 중심의 탄산리튬 대신 수산화리튬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은 2023년 상반기까지 리튬 수입액 증가세가 계속된 것으로 추정되며 중국이 2022년 말부터 저품위광을 사용한 리튬 생산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이미 높은 가격에 수입된 재고가 축적된 상태여서 2023년 전체 수입액 역시 증가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또 2023년 하반기 가격이 하락해도 큰 폭으로는 떨어지지 않아 2024년 이후로도 수입액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IRA 영향 확대되나 중남미 투자 계속…
미국은 리튬을 중요광물로 지정하고 탈중국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리튬 자원 확보와 중국 의존 해소를 위해 2022년 8월 IRA를 통과시켰다. IRA는 전기자동차를 새로 구매할 때 1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을 공제할 예정이나 자동차 조립이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 채용 부품‧소재는 어느 국가에서 생산됐는지에 따라 공제 조건을 달리하고 있다.
리튬은 미국 혹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했을 때만 3500달러의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으나 IRA 조건이 공개된 후 미국과 중요광물 서플라이체인 강화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FTA 체결국에 준하는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리튬 공급국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북미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규 개발 프로젝트와 폐배터리 리사이클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현재와 같이 중남미산 염호 베이스 리튬과 오스트레일리아의 광석 베이스 리튬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산 리튬도 오스트레일리아산 광석으로 생산해 사실상 미국이 원하는 대로 중국산에서 탈피하는 것은 어려우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혹은 미국 외 국가로 리튬 시장 판도가 갈라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9월 리튬 서플라이체인 확보를 위한 특정 중요물자 공급 안정화 및 확보를 위한 기본방침을 채택했고 2023년 1월에는 경제산업성이 중요광물 공급 안정화를 위한 방침을 책정했다.
무역상 중심 신규 개발 프로젝트 본격화
일본은 무역상들이 리튬 투자를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이 오스트레일리아산 광석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중남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도요타통상(Toyota Tsusho)은 2014년부터 아르헨티나 북서부 후후이주(Jujuy)의 올라로스(Olaroz) 염호에서 탄산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량은 연평균 1만7500톤으로 100% 판매 대리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생산능력을 4만2500톤으로 확대하기 위한 2차 투자에 착수했다.
또 2022년 후쿠시마현(Fukushima)에 일본 최초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건설해 주목된다.
도요쓰리튬(Toyotsu Lithium)이 가동하는 설비로 올라로스 염호에서 생산한 탄산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하고 있으며 생산능력은 1만톤이다.
다만, 아직 수요기업 인증을 진행하고 있어 현재까지의 생산분을 일본에서 바로 사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된다.
한와흥업(Hanwa)은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24년 이후 이른 시기에 환경우위성을 갖춘 고품위 리튬 화합물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이온교환막을 활용한 리튬 회수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고품위 리튬 화합물을 1개월만에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 국가들의 리튬 투자 주도 움직임은 일본의 투자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칠레는 리튬산업을 국유화하기 위해 2023년 4월일 국가리튬전략을 통해 앞으로 국영 리튬 생산기업 ENL이 모든 리튬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하도록 해 중장기적으로 국영기업이 리튬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무역상들은 이미 인도네시아가 자국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니켈 광석 수출을 금지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현지에 진출한 해외기업들이 가공제품까지 생산함으로써 리스크를 회피했듯이 칠레 리튬 프로젝트도 비슷한 방식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칠레의 결정이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등 다른 리튬 자원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따라 투자 동향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
표, 그래프: <중국산 수산화리튬 수입의존도, 리튬 화학물 수입비중(2022), 일본의 리튬 수입 동향, 일본의 수산화튬 수입량 변화, 일본의 탄산리튬 수입량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