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래스틱 생산기업들은 글로벌 규제 강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플래스틱산업은 자국의 식품용 기구 및 용기포장 포지티브 리스트(PL) 개정판에 이어 유엔(UN)의 플래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공개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일본 포지티브 리스트 개정판은 2020년 공개된 포지티브 리스트에 기초해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한 것으로 도입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유엔 플래스틱 오염방지 협약은 구체적인 사항이 11월에야 최초 공개될 예정이고 내용에 따라 관련기업의 생사를 좌우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식기‧용기포장, 포지티브 리스트 도입 순항
일본은 2018년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해 식기 등 기구와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병을 포함한 용기포장에 사용되는 합성수지에 대한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포지티브 리스트는 화학연구평가기구 식품접촉 소재 안전센터가 업무를 계승한 구 폴리올레핀(Polyolefin) 등 위생협의회를 비롯한 산업계
단체가 실시한 자율규제를 참고해 2020년 공표했다.
하지만, 현장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경과조치 기간 5년을 두고 산업계 관계자 및 학계 전문가 의견을 모아 리스트를 다듬어왔다.
포지티브 리스트 2020년 버전은 대상 합성수지 범위를 열가소성 유무와 플래스틱․엘라스토머(Elastomer) 등을 기준으로 열가소성이 없는 열경화성 엘라스토머, 즉 고무는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침을 취했다.
2023년 개정판 역시 같은 방침을 계승했으며 고무 및 무기물질은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상물질 중 기재는 합성수지 중합체로, 첨가제는 기재 성질을 변화시키는 물질과 최종제품에 화학반응 없이 잔존시킬 의도로 사용하는 물질 등으로 정의해 구체화를 시도했다.
개정판은 약사·식품 위생심의회에서 수차례 논의를 거쳤으며 주 이슈는가 대부분 해결된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9월 공표 후 공모 의견을 수집할 예정이나 커다란 반발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염방지협약의 생산규제 앞두고 “초긴장”
반면, 플래스틱 오염방지 조약은 관련기업들에게 우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플래스틱 오염방지 조약은 유엔이 2024년까지 플래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드는 첫 국제 협약으로 2022년 3월부터 유엔환경총회(UNEA) 주도 아래 논의되고 있다.
유엔환경총회는 유엔 회원국 전체가 참여해 주요 환경 현안을 논의하는 최고위급 환경회의이며 플래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마련에 합의한 2022년 3월 제5차 회의에는 163개 회원국을 포함해 정부 대표단, 국제기구 관계자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협약에는 플래스틱 생산·사용·소비 등 전체 생애주기 차원에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에도 유엔환경총회가 해양 플래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의안을 다수 도출했으나 해양에 한정하지 않고 생애주기 전체 관리를 다루는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간 교섭위원회(INC)를 통해 진행된 2차례의 협상이 국가별 의견 표명에 지나지 않았고 2023년 11월 케냐에서 개최될 3차 협상에서야 비로소 조문으로 정리된 개념안이 최초로 공표될 예정이기 때문에 관련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유럽은 플래스틱 오염방지 조약을 두고 생산규제에 적극 나서며 재활용을 베이스로 한 오염대책 수립을 목표로 하는 일본과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역시 파리(Paris)에서 개최된 2차 협상 직전 비공식 진보연합(HAC: High Ambition Coalition) 참여를 표명해 유럽 제안에 타협하는 자세를 드러낸 바 있어 플래스틱 생산기업들은 특정물질 생산 금지가 합의된다면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2050년까지 플래스틱 100% 재활용
일본은 2050년까지 플래스틱 용기‧포장재 100% 재활용에 도전한다.
자원순환 사회 구축을 목표로 하는 CLOMA(Clean Ocean Material Alliance)는 2050년까지 용기‧포장 등에 사용된 플래스틱을 100% 리사이클할 계획이다.
대량으로 생산‧소비‧폐기하는 선형 사회 구조를 순환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미래상을 그리고 이르면 2023년 말까지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도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회원사들로 구성한 워킹그룹을 재편했으며 먼저 2030년까지 30% 리사이클을 달성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하는 대규모 실증을 진행하거나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CLOMA는 2022년 여름에 2050년 미래상을 정의한 바 있으며 구체적인 행동계획 설정을 위해 회원사로부터 선발한 정예멤버 12명으로 미래 디자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CLOMA는 설립 초기부터 회원사들이 축적해온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사업 매칭, 공동 개발 등을 추진했으며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는 등 일정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현재 속도대로면 2050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위기감 아래 미래 디자인 TF를 출범시켰으며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2050년 미래상을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회원사들이 꿈꾸는 2050년 미래상인 깨끗한 바다와 풍족한 생활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의 분별 회수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일괄 회수, 지점 회수, 커뮤니티 회수, 방문 회수 등 지역별 특성을 가미한 새로운 사업 모델 개념을 도출하기도 했다.
2030년 30% 리사이클 목표로 TF 구성
CLOMA는 현실과 이상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행동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 디자인 TF 참여기업인 미츠비시(Mitsubishi) 종합연구소가 일본 플래스틱순환이용협회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2050년 일본 전체 플래스틱 소비량은 총 622만톤에 달하고 배출‧회수량은 550만톤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용기‧포장에서 소비되는 양이 267만톤, 잡화용은 102만톤으로 CLOMA가 주요 대상으로 분류하는 플래스틱이 전체의 70%에 해당하는 369만톤에 달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CLOMA는 MR(Mechanial Recycle)로 전체의 46%인 253만톤을, CR(Chemical Recycle)로는 24%에 해당하는 130만톤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폐기물 회수율이나 구체적인 리사이클 능력, 재생 소재 품질 등이 목표 달성을 가로막을 수 있어 어느 과정에서 코스트가 소요되는지 정확한 데이터를 도출하는 작업을 마친 다음에야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23년 7월에는 기존 △플래스틱 사용량 감축 △MR 비율 향상 △CR 기술 개발 및 실용화 △생분해성 플래스틱 개발‧이용 △종이‧셀룰로스(Cellulose) 소재 개발 및 이용 등 5대 워킹그룹 중 일부를 통합해 △미래 디자인 행동계획 △소비자 의식‧행동 변화 △DX(Digital Transformation) 플랫폼 등 6개로 재편했다.
새로운 워킹그룹은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지방자치단체와 폐플래스틱 유통 경로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취급해 목표 달성에 탄력을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CLOMA는 한정된 자원을 유효하게 활용하고 솔선수범해 폐기물을 분별 회수하는 생활양식을 재팬 에센스로 정의하고 일본식 자원순환 모델을 구축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다만, CLOMA 단독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기 때문에 2030년까지 정부, 지방자치단체, 관련기업 연합, 소비자들과 함께 하는 자원 순환 가시화 작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정부에는 관련 보조금 및 규제 관련 제안을 실시하며 CLOMA가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2030년까지 수만톤급의 대규모 리사이클 실증을 여러 지역에서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EPW, 미처리 플래스틱 감축 “성공”
AEPW(Alliance to End Plastic Waste)는 미처리 플래스틱 감축 활동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AEPW는 해양 폐플래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다우(Dow)의 짐 피터링 최고경영자(CEO)가 이사장을 맡고 일본 미츠비시
케미칼(Mitsubishi Chemical) 그룹,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 등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초기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면서 AEPW 지원으로 줄어든 미처리 플래스틱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존 미처리 플래스틱 감축량은 AEPW가 출범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440톤으로 집계됐으나 2022년 감축량을 더하면 3만5789톤으로 대폭 증가하고 AEPW가 지원한 활동이 전세계에서 53건까지 늘어나면서 성과는 비약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AEPW는 충분한 서비스를 지원받지 못하는 지역의 폐기물 처리 인프라 정비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3년 8월 공개한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미처리 플래스틱 감축 뿐만 아니라 재활용 등을 통해 가치 창출에 성공한 양은 3만9113톤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현재 AEPW가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15만6845톤의 재활용 능력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AEPW는 현재 회원사가 70곳 이상이며 모집한 자금을 통해 2억2500만달러(약 3004억원)를 지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657개 단체와 협력했으며 교육활동 참가 인원이 약 19만명에 달하고 지원 활동을 통한 폐기처리물 개선으로 수혜를 입은 사람은 4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