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24.01.15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겉으로는 중국 경제가 침체되며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들고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사실은 중국이 자급률을 크게 끌어올림으로써 수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중국 경제가 침체하지 않고 성장을 계속했다면 공급과잉이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렇다고 석유화학산업이 호황을 이어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중국이 폴리머나 합섬원료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급체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0년경 에틸렌 자급률이 10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며, 앞으로도 국영·민영 메이저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일체화 투자를 진행함으로써 2030년경에는 수출국 전환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국내 석유화학·정유기업들은 에틸렌 신증설에 집중한 나머지 2018년 이후 에틸렌 생산능력을 연평균 6.3% 확대해 2023년 1280만톤에 달했으며 2026년에는 1460만톤으로 확대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토탈이 신증설을 멈추지 않은 가운데 GS칼텍스가 2021년 에틸렌 75만톤의 MFC,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으로 2022년 에틸렌 85만톤의 HPC를 완공했고,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에틸렌 180만톤 크래커를 건설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중국의 자급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신증설 투자를 계속했고, 정유기업들은 탄소중립 흐름과 전기자동차(EV) 보급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석유화학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나프타 크래커, MTO에 이어 에탄 크래커, PDH 플랜트를 대거 건설함으로써 석유화학 자급률을 빠르게 끌어올려 중국 수출이 차단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셰일가스 베이스 에탄 크래커와 함께 PE, PVC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앞으로 공급과잉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국내 크래커는 NCC 중심이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를 넘어서면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나프타 베이스 에틸렌은 생산 코스트가 톤당 400-1400달러 수준으로 높고 변동성이 큰 반면, 에탄 베이스 에틸렌은 중동이 200달러, 미국은 2012년 이후 4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나프타 거래가격이 상승해도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원가 상승분을 공급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태이다.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은 상황에 따라 등락함으로써 수익성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고 있으나 PE, PP, PVC, PS, ABS 등 합성수지는 코스트와 상관없이 저공비행을 장기화함으로써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에탄 베이스 에틸렌 신증설을 계속함으로써 2024년부터는 미국산 PE가 대량 유입될 것이 확실하고 합성수지 약세를 부추겨 적자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프로판을 중심으로 원료 다양화를 통해 나프타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으나, 사업구조가 범용 중심이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자동차, 전자, 반도체, 포장, 소비재 등 다운스트림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고부가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한계이다.
결국,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며, 생존을 위해서는 중국이라는 위험한 실체를 넘어서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2022-2023년 수익성 악화는 서막에 불과하고 앞으로 진짜 생존게임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화학저널 2024년 01월 15·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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