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성고무는 수요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합성고무는 자동차부품부터 공업용, 잡화, 의료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며 SBR(Styrene Butadiene Rubber), BR(Butadiene Rubber)은 대부분 자동차 타이어용으로 투입되고 있다.
최근 중국 경기침체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수요 부진이 심각한 가운데 중국이 생산을 확대하며 글로벌 공급과잉을 부추기고 있어 수급 개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동차 감산 종료에도 코로나 이전 회복 “불가능”
합성고무 시장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되며 자동차 타이어용 수요가 회복되고 있으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 수준을 되찾기에 역부족으로 평가된다.
특히, 2023년 봄 이후 회복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자동차 타이어 생산량 중 고가의 교체용 타이어는 호조를 나타낸 반면 수요량이 많은 범용제품은 거래량이 적었다는 점이 우려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타이어 외 자동차부품용 수요 역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감산 사태는 종료됐으나 부품 생산기업들이 자동차 감산 중에도 서플라이체인 유지를 위해 생산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재고가 과잉 축적된 상태여서 재고 소진이 본격화될 2024년 봄까지 수요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최근 동북아 지역에서 합성고무 포함 석유화학제품 생산기지인 NCC(Naphtha Cracking Center) 가동률이 80% 이하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진 것 역시 수요 침체 장기화 예상에 힘을 싣고 있다.
합성고무 무역 또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해제에도 경제 침체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경기까지 악화됨에 따라 감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SBR은 범용 ESBR(Emulsion Styrene Butadiene Rubber)을 중심으로 공급과잉이 심각하며 중국의 신증설 투자 확대로 하락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석유화학 자급화 전략을 통해 SBR 포함 합성고무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나 자동차 생산이 침체돼 타이어용 수요가 부진하며 금호석유화학, LG화학 등 국내기업들은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ESBR을 공급하는 가운데 중국의 흡수능력이 약화돼 수익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저연비 고성능 타이어용 SSBR(Solution Polymerized Styrene Butadiene Rubber)은 일본이 주력 생산하고 있으나 2020년부터 장기간에 걸쳐 수요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자동차기업들이 전기자동차(EV)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고 타이어 생산기업들도 저연비‧내마모성 강화에 주력해 수요 자체는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SBR은 기술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일본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으나 최근 중국의 신규 진출 및 생산능력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를 타고 글로벌 시장의 약 20% 수준을 차지할 만큼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부타디엔 공급과잉 심화로 수요 예측 혼란…
합성고무 시장은 세계 각지에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유럽은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자동차를 활용한 이동 수요가 급감하며 타이어 교체 수요가 함께 감소했고 SSBR 수요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과 함께 러시아에서 공장을 가동해온 미국, 일본 타이어 생산기업들이 감산하며 SBR, IIR(Isobutylene Isoprene Rubber), IR(Isoprene Rubber) 수급이 완화됐고 잉여물량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유입돼 가격 하방압력을 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IR은 러시아가 세계 최대 생산국이어서 생산량이 감소했으나 수요기업들이 부족분을 천연고무로 충당하고 있어 공급과잉 해소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원료 부타디엔(Butadiene) 가격 변화도 합성고무 수요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타디엔은 아시아 가격이 2022년 1분기 톤당 1400달러를 형성했으나 나프타(Naphtha) 하락과 합성고무 수요 둔화 영향으로 3분기에는 800달러 이하로 급락했다.
이후 NCC 감산을 타고 4분기 1000달러대를 회복했으나 중국이 에틸렌(Ethylene) 생산을 확대하며 부타디엔 공급이 함께 늘었고 유럽산 합성고무가 아시아까지 유입되며 수급이 붕괴된 영향으로 2023년 1분기에는 800달러 후반으로 다시 하락했다.
10월 중순 국제유가와 나프타 가격 상승을 타고 1100달러대로 반등했으나 중국 무역상들이 원유 및 나프타 추가 급등에 대비해 부타디엔 구매를 적극화했기 때문이며, 중국기업들이 부타디엔 생산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어 아시아 공급과잉이 해소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은 2022년 말 제로코로나 정책을 종료하며 2023년부터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부동산 침체로 합성고무 거래가 부진하고,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합성고무 수요 회복이 가로막힌 상황이어서 글로벌 시장 전반적으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나타내고 있고 중남미 역시 신규 자동차 생산이 증가하며 자동차부품 수요와 함께 합성고무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꾸준히 인상함으로써 신규 자동차 구매심리가 냉각되고 있다.
일본, 특수고무 중심 수요 침체 심각
일본 합성고무 생산기업들은 코스트 감축 등 수익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수년 동안에 걸쳐 대대적인 구조재편을 단행했으나 현재까지 원료, 수송비 등 코스트 부담 확대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고 물류비 상승 역시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22년 타이어 생산량이 1억3425만개로 전년대비 3.7% 감소했다.
전체 수요 중 70% 상당이 교체용이나 2022년 하반기 물가 상승으로 타이어 교체 수요가 침체됐고 신차 타이어용 역시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침체돼 0.9%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고무공업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타이어 및 튜브용 합성고무 출하량은 2022년 3.0% 증가했으나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2021년에 비해 크게 침체된 것으로 파악된다.
공업용 출하량 역시 경기침체로 17.2% 급감하며 특수고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NBR(Nitrile Butadiene Rubber), CR(Chloroprene Rubber) 등 특수고무는 고무벨트, 호스 등 공업용 부품과 의료용 장갑처럼 자동차용 이외 용도가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합성고무 생산량은 고무제품 수요 침체의 영향을 받아 137만8410톤으로 6.9%, 소비량은 76만9200톤으로 4.6% 감소했으며 수출 역시 글로벌 수요 부진 심화를 타고 12.0% 급감했다.
SBR은 생산량이 44만4540톤으로 14.2%, 출하는 41만2996톤으로 13.2% 감소했으며 BR은 생산이 30만6234톤으로 0.4% 증가했으나 출하는 27만5547톤으로 5.4% 감소했다. NBR은 생산이 9만5784톤으로 17.5%, 출하는 8만7686톤으로 21.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온, HNBR 용도 확대로 수익 개선
제온(Zeon)은 한국과 중국이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SBR을 포함한 범용 합성고무 생산을 줄이고 시황 변동에 쉽게 좌우되지 않는 고수익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NBR 등 특수고무 판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HNBR(Hydrogenated NBR)은 증설 및 신규 수요 개척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NBR은 내유성, 내열성이 뛰어나 자동차 패킹, 다이어그램, 호스, 타이밍 벨트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PFAS(Polyfluoroalkyl Substance) 규제가 부상하며 불소고무 대체용 수요도 기대되고 있다.
제온은 HNBR 재고가 과잉 축적된 일본과 달리 자동차 보유기간이 길고 부품 교체가 활발한 해외를 중심으로 교체용 수요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전동바이크 벨트 용도에서는 신규 채용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일본 다카오카(Takaoka)에서 4000톤을 가동하고 있고 미국 텍사스 5000톤 공장을 2025년까지 증설해 전체 생산능력을 총 25% 확대할 예정이다.
제온은 LiB(리튬이온전지) 양극 바인더용으로도 HNBR 채용을 기대하고 있다.
1995년부터 LiB용 수계 바인더를 생산하며 음극용으로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용제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양극 역시 환경보호를 위해 수계 바인더 채용이 본격화되면 HNBR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국 자회사 Zeon Chemical의 텍사스 공장에 LiB용 수계 바인더 생산라인을 도입하고 있으며 북미 전기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궤도에 오를 2026년경 상업생산을 시작할 방침이다.
에네오스, 친환경 SSBR로 환경부하 저감
에네오스머터리얼즈(Eneos Materials)는 SSBR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에네오스(Eneos)는 JSR로부터 인수한 엘라스토머(Elastomer)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22년 에네오스머터리얼즈를 설립했으며 SSBR 등 합성고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 심화로 구조재편이 요구됨에 따라 SSBR 설비 합리화, 저수익제품 생산 중단에 나서고 있으며 SSBR과 배터리 바인더의 뒤를 이을 엘라스토머 사업 3번째 핵심 수익원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SSBR은 주로 타이어 트레드 소재로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타이어 내마모성을 향상시켜 도로 주행 시 타이어 마모에 따른 마이크로 플래스틱 발생량을 줄인 신규 그레이드 등 타이어 생산기업들의 환경부하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요카이치(Yokkaichi) 6만톤, 타이 10만톤, 헝가리 6만톤이며 헝가리 공장은 유럽 SSBR 수요 침체로 가동률을 낮춘 상태이나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유럽‧미국 타이어 생산기업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또 SSBR 등 합성고무의 자동차 용도 의존도가 70%로 높은 점을 문제로 판단하고 고분자 기술, 부타디엔 등 C4‧C5 유분을 활용한 신규 수요 개척을 중시하고 있다.
이밖에 물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화학기업과의 공동물류 프로젝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은 2024년부터 트럭 운전자의 시간외 노동시간을 제한할 예정이어서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공동물류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