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 동서‧SK와 협력관계 형성 … 일본, 공정위 가이드로 연계 지원
석유화학산업은 중장기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산업단지 내 연계가 주목받고 있다.
석유화학은 대표적인 이산화탄소(CO2) 다배출 산업으로, 최근 탄소중립 트렌드가 확산되는 가운데 재편이 시급한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 관련 설비는 대규모 인프라와 연결돼 있는 곳이 많으며 대부분 고도성장 시기에 건설해 노후한 편이기 때문에 탄소중립형으로 개량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 및 비용이 소요되고 화학기업이 단독으로 수행하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탄소중립 전환에 따른 수혜는 화학산업 전체가 누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인근기업과 연계하거나 산업단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금호석유화학과 동서석유화학, SK지오센트릭이 석유화학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장기적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3사는 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 금호석유화학의 합성고무 사업을 중심으로 일정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어 협력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SBR(Styrene Butadiene Rubber) 등 합성고무의 원료인 부타디엔(Butadiene)을 SK지오센트릭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으며, AN(Acrylonitrile)을 동서석유화학으로부터 공급받는 가운데 동서석유화학은 AN 원료용 프로필렌(Propylene)을 SK지오센트릭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3사는 2024년 2월 바이오 원료 공급망 구축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SK지오센트릭이 유채씨유, 폐식용유 등으로 제조한 바이오 나프타(Naphtha)로 바이오 부타디엔을 생산해 금호석유화학에게 공급하고, 프로필렌은 동서석유화학에게 공급함으로써 바이오 AN을 생산한 후 금호석유화학에게 공급하도록 해 지속가능한 밸류체인 생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노후화된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입주기업 간 연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야마구치현(Yamaguchi)의 슈난(Shunan) 석유화학단지에서는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 도소(Tosoh), 도쿠야마(Tokuyama), 제온(Zeon), 일본제철스테인리스(Nippon Steel Stainless Steel) 5사가 탄소중립을 위한 연료용 암모니아(Ammonia) 공동 구매 및 공동 발전설비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5사는 2023년 12월 암모니아 공동 구매를 포함해 준비하고 있는 바이오매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관련 협력이 독점금지법에 저촉되는지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했고, 2024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저촉되지 않는다고 확인하며 슈난단지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단지 내 연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5사는 앞으로 연료용 암모니아 분야에서 △공동 발전설비 설치 및 이용 △연료 공동 구매 및 저장탱크‧파이프라인 등 도입설비 공동 정비 △공동 발전설비 설치 시 필요 없어지는 개별 발전설비 폐기(공동 폐기) △개별 전력 사용량 및 암모니아 조달량 정보 교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바이오매스 분야에서는 △바이오 에틸렌(Ethylene), 바이오 프로필렌 등 바이오 기초화학제품 원료용 바이오매스 공동 구매 △공동 구매한 바이오매스로 바이오 기초화학제품 공동 생산 △원료 필요량 등 정보 교환을 추진하고, CCUS 분야에서는 산업단지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공동으로 포집한 후 연료나 원료로 이용하거나 지하에 저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3월 그린사회 실현을 위한 사업자 등 활동 관련 독점금지법 가이드라인을 공표하고 이산화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사업을 그린사회 실현을 위한 노력으로 분류했다. 5사 협력에 대해서도 신규 가이드라인에 따라 그린사회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경쟁제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독점금지법상 문제가 될 요소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5사가 협력하며 바이오 기초화학제품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대부분 생산제품에 경합관계가 없어 경쟁제한 효과가 없고, 일부 경합제품이 있으나 판매지역이 일본 전국이기 때문에 다른 경쟁 사업자가 다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일반상담 시 상담 내용은 물론 판단 기준을 공개하지 않으나 5사의 문의 내용이 석유화학산업 재편에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 아래 5사 동의를 얻고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인근인 게이요(Keiyo) 지역에서는 마루젠석유화학(Maruzen Petrochemical)이 NCC(Naphtha Cracking Center) 재편을 준비하고 있다. 게이요에는 일본 전체 에틸렌 생산능력 600여만톤 중 3분의 1이 집중돼 있다.
마루젠석유화학은 치바(Chiba)에서 NCC 2기를 가동하고 있으나 최근 중국 신증설, 올레핀 및 MEK(Methyl Ethyl Ketone) 등 주력제품 가격 하락으로 수익이 악화됨에 따라 석유화학 사업 재편을 도모하고 있다.
또 2023년 2월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과 석유화학 재편 및 탄소중립 대응에 나섰으며, 스미토모케미칼이 바이오 에탄올(Ethanol) 베이스 에틸렌 생산을 준비하고 있어 치바 NCC를 바이오 원료를 활용하는 신규 프로세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이밖에 스미토모케미칼과 합작 가동하고 있는 게이요에틸렌(Keiyo Ethylene)은 비교적 최신 설비를 갖추었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론(무인항공기)을 이용한 점검 및 스마트 보안 시스템 도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마루젠석유화학은 유분별 고부가화에도 투자하고 있으며 금속세정제, 화장품용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이소도데칸(Isododecane)의 생산능력을 2026년 3월 이전까지 3배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MEK와 사이클로펜탄(Cyclopentane), 이소옥탄(Isooctane) 등 중장기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유도제품 역시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C4 유분인 이소부텐(Isobutene), 노말부텐(Normal Butene) 활용을 적극화할 예정이다. C5 유분 유도제품인 DCPD(Dicyclopentadiene)계 석유수지는 2023년 11월 생산을 중단했으나 고순도제품 생산은 유지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