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화학기업이 증가하면서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거래계약)가 부상하고 있다.
PPA는 전력 사용자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상호 동의한 기간과 가격으로 전기를 매매하는 장기계약으로, 사용자는 전기요금 상승과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고 생산자는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크게 직접 PPA와 제3자 PPA로 구분하며 직접 PPA는 재생에너지 생산자와 사용자가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방식인 반면, 제3자 PPA는 생산자와 사용자 사이에 중개자(제3자)가 있는 차이가 있다.
직접‧제3자 방식 기준 완화로 지원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 9월부터 직접 PPA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기 사용자가 직접 재생에너지 전기를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없어 수요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한전이 중개하는 제3자 PPA 계약을 체결해야 했으나 직접 PPA 제도를 통해 전기 사용자가 재생에너지 공급자로부터 직접 재생에너지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직접 거래가 허용되는 발전원은 글로벌 RE100 캠페인과 동일하게 태양에너지와 풍력, 수력, 바이오, 지열, 해양에너지이며 전기 사용규모는 제3자 PPA와 동일하게 1MW 초과로 정할 예정이었으나 실제 수요를 고려해 300kW 이상으로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PPA를 통해 폐쇄적이었던 전력 판매 시장이 일부 개방됐고 다수의 전력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적정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제3자 PPA 관련 기준도 직접 PPA 수준으로 완화함으로써 PPA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3자 PPA는 재생에너지 생산자와 전력 사용자 사이에 중개자가 있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한국전력공사가 중개 역할을 맡아 재생에너지 생산자와 한전, 전력 사용자와 한전이 각각 계약을 체결한다.
다만, 수요기업들은 부가비용 중 하나인 복지특례할인비용이 제외되기 때문에 직접 PPA를 제3자 PPA보다 선호하며 제3자 PPA의 까다로운 기준과 조건도 수요 증가를 가로막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8월 전력 구입비 부담을 완화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전력의 제3자간 전력거래계약(PPA)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고시했다.
제3자 PPA 전기 사용자 요건을 현행 1MW 초과 일반용 또는 산업용 고압 전기 사용자에서 300kW 이상 전기사용자로 완화했으며, 계약 절차도 기존 전기위원회 심의 및 산업부 인가를 거래 개시 전 산업부 신고로 간소화함에 따라 앞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SK 그린워싱 논란 확대되며 PPA 주목
PPA는 RE100(사업장 사용 에너지 100% 재생에너지 베이스로 전환) 이행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RE100 달성 방안 가운데 하나인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기존 전력을 공급받으면서 REC 구매만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을 수 있어 국내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나 탄소 감축 효과가 떨어지고 가격 변동성이 높아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능력이 낮은 단점이 있다.
사용자가 직접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설치해 전력을 소비하는 자가소비형은 부지 등 인프라 구축비용이 큰 부담이 있으며, 한전으로부터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만 따로 구매하는 녹색프리미엄은 단기적인 가격 경쟁력 우수하나 그린워싱 문제로 재생에너지 불인정 리스크가 있다.
SK, SK실트론, SKC,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SK텔레콤, SK하이닉스, 포스코, 포스코홀딩스 등은 녹색프리미엄 납부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했다고 표시‧광고한 문제로 표시광고법 및 환경기술산업법 위반관련 논란을 겪고 있다.
반면, PPA는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에도 계약기간 고정단가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고 자가발전과 달리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강점이 있다.
주로 미국‧유럽기업들이 사용하며 최근 글로벌 수요기업들이 RE100 달성을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국내기업들도 탄소 감축 효과가 큰 PPA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큐셀, 해외 직접 PPA 사업 본격화
최근 재생에너지 사용기업이 증가하면서 PPA 계약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PPA 계약은 SK E&S와 아모레퍼시픽 간 직접 PPA였으며, GS EPS도 PPA 사업에 진출하며 2023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PPA 계약은 20건을 기록했다.
SK E&S는 국내 민간 최대 재생에너지 사업자로 아모레퍼시픽 이후로 SK스페셜티, 바스프(BASF), LG이노텍, 일진글로벌 등과 직접 PPA 계약을 체결했다.
GS EPS는 LG화학과 바이오매스 발전기업 여수그린파워를 설립하고 직접 PPA 방식을 통해 LG화학 화치공장 사용 전력을 조달하기로 했다. 여수그린파워는 2026년 상반기부터 폐목재 우드칩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며 연간 40만톤의 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LG화학은 해외에서 제3자 PPA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21년 중국 전구체 생산법인 Huajin New Energy Materials에서 저장성(Zhejiang) 최대 발전기업인 Zhejiang Zheneng Electric Power와 제3자 PPA 계약을 체결해 RE100을 달성했으며 연간 3만5000톤의 탄소 감축 효과를 얻고 있다.
한화큐셀은 태양광 사업을 활용해 독일, 일본에서 직접 PPA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4년 1분기 미국 사업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EPC(설계‧조달‧시공)기업 주비(Juwi)로부터 8.4MW급 태양광 발전소를 인수하고 PPA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일본법인 한화재팬은 기존 중개무역 중심 사업구조를 2011년 태양광 패널 판매 및 발전‧임대 사업 중심으로 변경하고 산업용 PPA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에는 제지기업, 건축자재 생산기업, 자동차 장비 생산기업, 포장재 생산기업 등 8사와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태양광 성장 타고 계약 증가 추세
PPA는 주로 태양광 시장 성장과 함께 계약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2021년 말 1만8521MW에서 2023년 말 2만3947MW로 2년만에 29.3% 증가하며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 중 76.3%를 차지했으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22년 4만6000GWh로 전체 발전량의 8.1%을 차지했다.
태양광 PPA는 수요기업 사업장 부지를 사용하는 온사이트 방식과 발전기업의 부지를 사용하는 오프사이트 방식으로 구분된다.
온사이트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입한 수요기업의 공장 지붕이나 유휴지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수요기업이 전력을 자가소비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LG이노텍이 구미 2공장, 3공장에 적용하고 있으며 광주, 파주 사업장도 적용할 예정이다.
동서발전은 LX판토스의 물류센터 지붕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온사이트형 직접 PPA 계약을 체결했으며 20년간 약 1만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프사이트형 PPA는 발전 사업자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요기업 사업장에 송전하는 방식으로, 기존 수요기업 사업장을 사용하는 온사이트형으로는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어 등장했으며 한화큐셀이 해외에서 추진하고 있는 PPA 사업 대부분은 오프사이트 방식으로 알려졌다.
오프사이트형 PPA는 송배전망을 사용해 실제 전력을 조달하는 피지컬 PPA(P-PPA)와 환경가치만 거래하는 버추얼(가상) PPA(V-PPA)로 구분되며 한화큐셀은 동서발전과 가상 PPA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버추얼 PPA는 기존 전력계약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수요기업이 가격 변동 리스크를 안는다는 단점이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온사이트 PPA 개선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는 태양광 PPA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도포 방식으로 발전층을 형성할 수 있으며 필름에 도포하면 유연한 형태로도 완성할 수 있어 빌딩 전체를 태양광 발전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온사이트 PPA 발전량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론지그린에너지(LONGi Green Energy)는 2023년 11월 결정질 실리콘(Silicone)-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로 변환효율 33.9%를 기록했으며,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KAUST)는 5월 변환효율 33.7%를 달성한 바 있다.
변환효율이 20%대 초반에 그치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발전량 확대에 유리하며 장기적으로 40%대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와 독일 카를스루에 공과대(KIT)가 협력한 10개국 21개 기관의 연구진은 최근 증기 기반 증착 공정을 활용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산업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탠덤 태양전지 및 모듈 조기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한화솔루션이 2020년부터 정부과제를 주관하며 대면적 탠덤 태양전지와 모듈을 개발하고 진천에 40MW 탠덤 태양전지 및 모듈 파일럿 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세키스이케미칼(Sekisui Chemical), 도시바(Toshiba), 가네카(Kaneka) 등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에 나섰으며,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5년부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서 생산되는 에너지 가격을 기존 태양광 발전 대비 kWh당 10엔(약 9원) 이상으로 책정해 관련기업들의 수익 보전을 지원할 방침이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
표, 그래프: <PPA의 종류,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 변화, 국내 직접 PPA 계약(2023.10 기준), 오프사이트 PPA의 구조,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셀 >
<화학저널 2024년 05월 13·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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