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료전지 자동차 확대로 백금 수요 증가
2023년 귀금속 가격은 종합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백금(Pt)가격은 2015년 유럽에서 발생한 디젤 자동차 배기가스 시험성적 조작 문제를 계기로 디젤 자동차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급락했으나 2020년 말부터 2021년에 걸쳐 확대된 가솔린 자동차 대체 트렌드의 영향으로 디젤 자동차 대비 10배의 백금을 사용하는 연료전지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1트로이온스당 1200달러 이상까지 상승한 바 있으며 2022년 6월 이후 1000달러 전후에서 진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안정적인 팔라듐(Palladium) 대체 수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백금은 2023년에는 1100달러로 시작해 4월 1128달러까지 상승했으나 여름 이후 1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가 12월에 100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팔라듐 가격은 변동 폭이 컸다. 팔라듐은 2017년부터 급등을 계속해 2020-2021년 사상 최고가 페이스를 이어갔으며 2021년 후반부터 소폭 진정돼 2022년 3월 3180달러로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급락했다.
팔라듐 가격은 2022-2023년에 전체적으로 하락하던 가운데 2023년 4-5월 일시적인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11월에는 1000달러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12월 들어 영국 정부가 러시아산 금속 거래 제한을 발표함에 따라 공급불안을 노린 투기세력의 구매가 확대돼 1124달러까지 급등했으나 이후 하락 전환해 2024년 초에는 1000달러를 밑돌고 있는 가운데 팔라듐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로듐(Rhodium) 가격은 가장 변동성이 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로듐은 2020-2021년 동안 빠르게 상승했는데 2020년 12월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주요 금속 가운데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인 1만6000달러를 기록해 시장에 충격을 주었고 2021년 3월에는 2만9800달러까지 폭등했다.
2022년 3월 2만2000달러로 떨어진 이후 급락해 2023년 7월 4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2023년 말까지 저점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
2023년의 낮은 귀금속 시황은 촉매 출하액 통계와 완전히 부합된다.
귀금속을 사용하는 고가 촉매의 대표주자인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용 촉매 수요가 반도체 부족 등으로 둔화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영향을 받음에 따라 귀금속 가격까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생산 속도가 회복되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 수준 회복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귀금속 가격 역시 2024년에는 투기 등 일부 리스크를 제외하면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연구원, 백금 절감해 원가부담 “해소”
촉매 시장은 원가 부담 해소를 위해 백금 소재를 절감하고 있다.
백금은 금보다 단단하고 열팽창률이 작은 특성이 있으며 화학 촉매 등 주로 산업적으로 이용한다.
수소화, 탈수소화, 이성질체화 반응 등의 촉매로 연료, 비료, 플래스틱, 합성 섬유, 의약품, 실리콘(Silicone) 수지 등을 생산하는데 활용하나 비싼 가격으로 경제성이 떨어지고 반응 조건에 따라 금속 원자 구조가 불안정해지는 한계가 있다.
백금 촉매는 수소자동차용 양성자 교환막 수소연료전지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 투입되나 저가의 대체 촉매 모색이 요구됨에 따라 수많은 원소 조합이 새로 탐색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일반 화학전지와 달리 제조과정에서 환경오염물질이 나오지 않아 차세대 친환경에너지로 각광받으며 전기자동차(EV), 항공기, 열차 등 이동수단 전반에 적용되기 위한 연구개발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23년 상반기에 백금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도 대량생산이 가능한 연료전지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전자선을 활용해 백금 사용량을 기존대비 40% 저감해도 고품질·대량생산이 가능한 코어-쉘 구조의 수소연료전지용 촉매 제조기술을 개발했으며 기술이전료 5000만원과 미래 매출액 1%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으로 제브에게 이전하는 기술실시계약을 체결했다.
수소연료전지 중에서도 가벼운 무게로 주목받는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는 내부에서 전기와 열이 효과적으로 발생하도록 백금과 탄소를 섞어 만든 촉매를 이용하나 촉매 제조를 위한 전구체의 종류를 고르기가 까다롭다는 문제를 비롯해 여러 단점이 있어 제조 시간이 길고 대량생산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촉매 소재 용액에 전자선을 조사해 1-3분 안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촉매를 만드는 방식으로 전구체 종류에 상관없이 수소연료전지용 촉매를 빠른 속도로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신기술을 적용하면 10MeV(메가전자볼트)급 고에너지 전자선을 통해 1회에 약 50리터의 대용량 조사가 가능하며 촉매를 kg 단위로 제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포항공대(POSTECH) 화학공학과 공동 연구팀은 2023년 하반기 백금보다 1000분의 1 이상 저렴한 공기극용 단일원자 철·질소·탄소·인 소재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원자 단위로 분산된 미량의 철 원소 주변을 질소와 인이 결합하는 구조의 신소재를 개발하고 활성 메커니즘을 규명했으며 신소재를 촉매로 이용하면 현재 상용제품에 적용되고 있는 수소자동차용 양이온 교환막 연료전지(PEMFC) 뿐만 아니라 차세대 연료전지로 평가받는 음이온 교환막 연료전지(AEMFC)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은애 한국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양이온 교환막 연료전지와 음이온 교환막 연료전지 모두 신소재 촉매를 적용했을때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활용해 성능 2배 향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은 2023년 하반기 인공지능(AI) 선별법으로 백금 촉매보다 저가이면서 성능은 2배 향상된 합금 촉매를 개발했다.
KIST 계산과학연구센터·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은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과 새로운 AI 기반 촉매 선별 방법론을 통해 구리-은-백금(Cu-Au-Pt) 3원소계 합금 촉매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고체물질 전체 특성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촉매의 성질을 결정하는 표면 특성 예측에 특화시켜 촉매 표면에서 흡착물질이 결합하는 에너지를 빠르게 예측하는 촉매 구조 그래프 합성곱 신경망(SGCNN) AI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AI모델을 활용해 기존 시뮬레이션 계산법으로 수년이 걸리던 3원소계 촉매 3200개의 특성 예측을 하루만에 완료했으며 백금 촉매보다 뛰어날 가능성이 있는 10개 촉매를 실험으로 검증해 구리-은-백금 합금 촉매를 개발했다.
신규 촉매는 순수 백금 촉매에 비하면 백금 원소를 37%만 사용하나 촉매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인 반응전류밀도는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은 2024년 초 고려대·경희대 교수팀과 세계 최고 효율로 폐플래스틱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이산화티타늄(TiO2) 활용 백금 촉매를 개발했다.
이산화티타늄 촉매는 인체에 무해하며 은폐력이 크고 열 안정성이 뛰어나 빛이나 자외선에 의한 변화를 방지하는데 사용한다.
연구진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용 산화물인 이산화티타늄을 지지체로 활용하고 별도의 전기나 열에너지 없이 태양광만을 이용해 상온에서 원자 분산 촉매를 합성했으며, 새로 합성한 원자 분산 백금-이산화티타늄 촉매는 1g 사용 시 시간당 3.7L의 수소를 생성하는 세계 최고 효율을 나타냈다.
또 폐플래스틱 광 개질 반응에서 98%의 플래스틱이 수소로 전환돼 기존 최우수 촉매에 비해 효율이 10배 이상 개선됐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은 “원자 분산 백금-이산화티타늄 촉매는 사용하는 지지체와 금속 촉매 종류에 따라 광촉매, 열 촉매 등으로 다양하게 합성할 수 있어 화학산업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희 기자: kj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