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석유화학 포함 12개 품목 규제 … 2025년 1월부터 관세 부과
국내 수출기업은 미국 청정경쟁법(CCA: Clean Competition Act)에 대한 대응이 요구된다.
미국은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유사한 CCA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해당 산업 집약도의 평균보다 탄소 배출 집약도가 높은 수입제품에 대해 탄소 비용을 부과할 계획이다.
미국 CCA는 규제 범위가 12개 품목으로 CBAM 6개보다 광범위하고 앞으로 전기·전자제품, 자동차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CBAM은 철강, 시멘트, 전기, 비료,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품목을 EU에게 수출하는 관련기업에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 비용을 부과하는 일종의 관세 제도로 2023년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2025년까지는 전환 기간으로 배출량 보고 의무만 있으나 2026년 본격 시행되면 배출량 검증, CBAM 인증서 구입 및 제출까지 추가로 의무화할 방침이다.
미국은 CCA를 통해 정유, 석유화학,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유리, 펄프·종이, 비료, 수소, 에탄올(Ethanol), 아디핀산(Adipic Acid)을 포함한 에너지 집약 12개 품목을 미국에게 수출하는 관련기업에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에 톤당 55달러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관세액은 첫해 55달러로 시작하나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다면 2030년에는 90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024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에너지·환경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나, CCA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지지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2025년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CCA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자 보호무역의 일환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CCA는 2022년 6월 미국 상원이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발의한 후 2023년 말 민주당이 재발의했으며 CCA가 시행되면 해외기업으로부터 세수 확보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공화당까지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원은 발의 당시 미국 제조업의 탄소집약도가 글로벌 평균의 50%에 불과한 반면 중국과 인디아는 탄소집약도가 각각 3배, 4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만으로 미국의 2030년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제임스 스톡 하버드대학교 경제학자는 IRA에 탄소세가 더해지면 2035년까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치인 50% 감축을 상회하는 66%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최근 최대 교역국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변하고 있어 미국 CCA 시행에 앞선 탄소배출 규제 대응이 급선무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 그동안 제1교역국 지위를 유지했던 중국과의 무역 구조가 글로벌 무역 갈등과 중국발 공급과잉 등에 따라 변화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수출액이 중국을 역전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중국 수출액이 1248억달러로 2022년 1558억달러보다 19.9% 급감해 40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으며 무역수지는 마이너스 181억달러로 1992년 이후 첫 적자 전환이자 역대 최대규모의 적자를 나타냈다.
2024년 1-5월 미국 수출액은 533억달러로 중국 526억9000만달러보다 6억1000만달러 가량 많았으며 20년만에 중국 수출액을 앞질렀다.
다만, 탄소배출권에 대한 투자는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높은 변동성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탄소배출권은 수요 측면에서 경제 성장률, 정부 규제, 무상할당 비율, 화석연료 가격, 자연재해 및 이상기온, 탄소저감 기술 개발 및 신재생에너지 도입 등에 영향을 받고 공급 측면에서는 정부의 규제 및 정책이 함축된 할당량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미국은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주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EU의 CBAM이 시행되면 미국 탄소배출권 가격이 EU 탄소배출권과 동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