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지산업은 바이오 제조 기술 부상을 계기로 바이오 화학으로 전환하고 있다.
제지기업들은 최근 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화학 관련 기술을 활용하면서 다양한 유도제품을 개발하는 목재화학으로 변모하고 있다. 현재는 첨단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시장을 직접 개척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화학기업과의 공급망 연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히, 일본 제지 메이저들은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의 바이오제조 혁신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셀룰로스(Cellulose), 리그닌(Lignin), 헤미셀룰로스(Hemicellulose) 등 펄프와 부산물을 활용하는 2세대 바이오 에탄올(Ethanol), CNF(Cellulose Nano Fiber)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NEDO 프로젝트 계기로 목재화학 본격화
일본 제지기업들은 과잉 생산되는 펄프와 부산물을 통째로 활용하기 위해 바이오 화학을 정조준하고 있다.

바이오 화학 진출은 생존 전략의 일환이며 대규모 업스트림 생산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펄프를 베이스로 2000년대에 2세대 바이오 에탄올 연구를 시작했으며, CNF는 스페셜티 용도에서 주목받고 있다.
2세대 바이오 에탄올과 CNF는 NEDO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했으나 2023년 바이오제조 혁신 사업이 시작되면서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지(Oji Holdings), 일본제지(Nippon Paper), 다이오제지(Daio Paper) 등 3대 메이저는 모두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용 셀룰로스계 바이오 에탄올을 개발했으며 화학제품 생산까지 구상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으나 2세대 에탄올을 포함한 원료의 외부 공급을 통해 화학산업과 수직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제지기업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거치면서 포트폴리오 전환에 본격 착수했으며, 바이오 화학 진출은 바이오매스 특유의 코스트 문제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인큐베이팅이 필요한 신규 사업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지, 바이오 에탄올 및 당액 파일럿 설비 준공
일본 제지 3사는 2020년대 후반 바이오 에탄올 및 바이오 화학제품 실증설비를 스케일업할 예정이다.
특히, 오지는 가장 빠르게 2025년 5월 요나고(Yonago) 공장에서 바이오 에탄올 및 목질 베이스 당액 대형 파일럿 설비를 준공했다.
오지는 2009년에도 NEDO 프로젝트로 에탄올 생산을 실증했으나 기존 구레(Kure) 공장의 생산설비는 프로젝트 종료와 함께 철거한 바 있다. 그러나 신규 파일럿 설비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확보해 NEDO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도에 활용 가능한 상설 설비로 건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지는 바이오 에탄올의 업스트림인 당액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BDO(Butandiol), 이소솔바이드(Isosorbide) 공급을 고려해 파일럿 설비 건설 전부터 샘플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다수의 거래문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개발 분야에서도 젖산(Lactic Acid) 발효를 통해 얻은 PLA(Polylactic Acid) 출발 원료로 당액을 이용할 계획이다.
개발 대상 역시 활용 범위를 더욱 확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NEDO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바커스바이오(Bacchus Bio Innovation)가 공급하는 다양한 균주를 폭넓게 활용하고 요나고 파일럿 설비는 다양한 당화‧발효 프로세스를 구현하는 대형 실험장으로 구축할 방침이다.
바이오 화학기업으로 전환 추진
오지는 바이오 화학제품 직접 개발도 선도하고 있다.
기초연구 및 개발체제를 정비했으며 2025년터 바이오 화학기업 전환 전략을 처음 밝혔다. 반도체, 의약, 산업자재 등 분야별 전략을 갖추었으며 스페셜티 지향 포트폴리오를 구상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지는 몇년 전부터 목질 베이스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해 첨단 반도체 공정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기업과 협업을 검토하면서 자체 사업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으며 펄프 제조공정의 헤미셀룰로스를 항응고제에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오지는 목질 포토레지스트와 헤미셀룰로스 항응고제로 첨단 시장을 공략하고 볼륨존은 셀룰로스 복합수지 등 기존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앞으로 수년 동안 중간영역을 보강할 화학제품군을 개발할 계획이다.
요나고 파일럿 설비에서 생산하는 당액이 얼마나 유도될지가 관건이며 NEDO 프로젝트 확대를 통해 최종 용도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협업 파트너로는 도레이(Toray)가 당 베이스 아디핀산(Adipic Acid)을, ENEOS Materials가 바이오 에탄올 베이스 부타디엔 개발 및 사업화에 참여할 예정이다.
일본제지, SAF 공급 집중
일본제지는 3사 가운데 목재화학 상업화에서 가장 앞서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제지는 오래 전부터 화학제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경쟁이 적은 셀룰로스‧리그닌 라인업을 풍부하게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쓰(Goutsu) 공장은 일본에서 유일한 황산법 증해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와쿠니(Iwakuni) 공장은 변성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고쓰‧이와쿠니 공장에서 공급하는 용해 펄프와 특수 변성 리그닌은 토목‧산업‧나축전지‧LiB(리튬이온전지) 등 다양한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일본제지는 바이오 화학제품 원료 공급기업으로서도 높은 적합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제지는 2023년부터 NEDO 사업에 참여해 2세대 바이오 에탄올을 바이오 화학 사업 전략에 추가했다. 이와누마(Iwanuma) 공장에 준상업 플랜트를 건설해 2027년 1000킬로리터 이상을 생산할 계획이며, 2025년 2월에는 스미토모상사(Sumitomo), GEI(Green Earth Institute)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일본제지는 SAF 공급에 집중할 계획이다. 바이오 화학 진출은 이미 공급하고 있는 기능성 CNF‧리그닌 등 기존 포트폴리오 확장이 기본 전략이며 외부에 에탄올을 공급할 가능성도 있으나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우성 선임기자: yy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