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학산업에 있어 2002년은 어떠한 해로 기록될 것인가? 아마도 어떠할 것이라고 또렷하게 대답할 수 있는 관련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아니 2002년 역시 먹구름이 가득하다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화학산업 종사자는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2001년은 한국 화학시장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불황의 그늘에 휩싸인 한 해였다. 미국의 IT산업 붕괴에 따른 미국의 경기침체가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여기에 미국에 대한 테러가 미국의 소비를 얼어붙게 만들어 버림으로써 세계경제가 동토의 바다로 얼어붙게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미국수출 의존도가 막대한 한국경제가 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올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에 불과했다고 평해야 할 지경이었다. 한국 화학산업은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경제 일반과는 거리가 있는 반면, 중국수출 의존도가 지나쳐 미국경제의 감기 기운이 중국 화학산업에는 독감으로 번지고 한국 화학산업은 몸살을 앓아 드러누워야 하는 종속관계에 있다고 규정해도 될 정도이다. 한 예로 미국에 대한 항공테러 발생 이후 미국의 장난감 및 완구 소비가 줄어들면서 중국의 ABS, PS, PP 수요가 침체 또는 둔화됐고, 한국 석유화학기업들은 수출이 줄어들면서 고전에 고전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생산능력이 국내수요의 100%를 넘는 것은 당연하고 합성수지는 200%를 넘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니 국제시장이 침체되거나 수요증가율이 둔화되면 큰 타격을 받을 것은 자명하고, 오너체제의 한계와 경영진들의 무책임이 겹쳐 가동률 조절마저 힘들기 때문에 생산하면 할수록 가격 폭락을 유발함으로써 경영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1년에는 가을에 들어 일부 가동률 조정이 있었으나 시기를 놓쳤음은 물론 미미한 수준에 그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음은 석유화학기업 관계자들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는 2-3개 석유화학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의 나락으로 빠져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NCC를 가동하고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석유화학기업들은 대부분 적자로 전락하거나 적자가 연속되고 있다. 석유화학 뿐만이 아니다. Chemical이나 무기화학, FineChem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과 인디아에 이어 동남아 생산제품에까지 밀리는 형국이고, 공장을 계속 가동해야 할 지 판단해야 할 시점에까지 온 상황이다. 고부가 고기능성 화학제품은 선진국에, 저가제품은 중국·인디아·동남아에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 타령을 한 지가 20-30년은 족히 되었건만 단 한기지도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화학산업이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가? 1960년대에 태동해 1970년대 들어 발전을 시작했으며, 1980년대에 본 괘도에 들어섰다고 평가받는 한국 화학산업이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죽을 쓰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냉철한 판단과 자성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체념하면서 마냥 세월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수요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을 터인 즉, 국제경쟁력 약화요인이 과연 무엇인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늦었지만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 넓은 세상으로 뛰쳐나왔을 때 놀라고 경의로운 표정을 한국 화학산업계 관계자들도 되새겨보고 자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학산업도 중화학공업 육성책을 최우선 순위에 놓던 1970-80년대의 장막에서 벗어나 21세기 WTO체제에 맞게 다시 태어나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고, 나아가서는 에틸렌이나 합성수지 생산능력 세계 3-4위에 어울리게 세계시장 아니 동아시아 시장이라도 주도할 수 있는 확고한 의지와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화학저널은 11년 동안 한국 화학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매진해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날카로운 분석과 육감적인 예측을 통해 21세기를 이끌어갈 것임을 밝혀둔다. 그래프, 표:<화학제품 수출실적 비교> <화학저널 200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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