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SK글로벌 사태 중재 움직임 … 청산형 법정관리는 피해야 한치의 양보도 없던 채권단과 SK 간 벼랑끝 대치상황이 주말을 고비로 재협상을 통해 절충을 모색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석방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었던 SK 최태원 회장의 1심 선고공판이 2주 연기된 점도 양측 모두에게 심리적 여유를 준고 있어 중재를 통한 막판 대타협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 채권단 핵심 관계자는 “5월29일 SK글로벌의 석유 대금 지급중단은 SK 측이 채권단 요구를 거부하면 어떤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만 배임이고 그렇지 않아 회사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하는 것은 배임이 아니라는 식의 논리는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SK 측과 종전보다 훨씬 진지한 자세로 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이번 주 초까지 여유를 준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고 법정관리 신청을 결의한다던 채권단협의회 개최방안도 수면 아래로 일단 가라앉았다. SK가 채권단 요구에 노력하겠다는 쪽으로 자세를 고쳐잡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으며, 정상기업인 SK를 앞뒤 안가리고 밀어붙이는데 대한 안팎의 비판여론과 시장의 불안감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SK는 채권단 제재에 맞서 버티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사들이 거부한 채권단 요구를 재검토하는 것이 명분상 쉽지 않은 처지이다. 일단 채권단과 재협상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정작 핵심쟁점인 출자전환 부분에서는 별다른 양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출자전환 규모를 더 늘리는 것은 사외이사들과 주주들이 동의하지 않아 회사로서도 채권단 요구를 들어주는 데 한계가 있다”며 채권단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SK는 채권단 제제를 견뎌내기 위해 대비책으로 최근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수억달러의 자금을 지원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금융권에서 긴급자금 수혈을 요청하는 등 현금 확보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한편, SK와 채권단 양측 모두 재협상에 임하고 있지만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한 타결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는 것이 금융계의 관측이다. 그동안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달았던 양측으로서는 서로 물러설 명분이나 계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SK는 SK글로벌 대주주로서 우선적인 정상화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이익을 이유로 이사회 형식을 빌려 채권단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고,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채권단내의 충분한 의사결정 절차도 없이 청산카드를 공식화하는 바람에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혀 놓았다. 현재 진행중인 재협상도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청산형 법정관리라는 파국을 재촉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적절한 중재를 통한 타협 가능성이 금융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SK글로벌 법정관리가 불러올 국내외 파장을 감안해 양측의 명분을 적절히 살려주면서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된다면 양측이 무작정 기존 입장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교착국면을 타개할 기관으로 국책은행이자 SK글로벌 최대채권자인 산업은행이 모종의 역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일임한 채 뒤로 물러서 있었지만 SK그룹은 물론 금융ㆍ산업계 전반에 엄청난 악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불개입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SK글로벌 법정관리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정부 쪽의 분위기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측 대립의 정점인 국내 출자전환 규모와 관련해 SK 측이 기존(4500억원)보다 확실히 높여 성의를 표시하고 채권단도 기존 제시안(1조원)보다 한발 물러서 7000억-8000억원 안팎에서 타결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Chemical Journal 2003/06/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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