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폭락에 사고로 얼룩진 한해… 2005년 화학산업은 국제유가의 초강세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가격의 폭등과 폭락이 지배한 가운데 미국에서는 2개의 대형 허리케인 상륙으로 Gulf 연안의 정유 및 석유화학 공장들이 큰 피해를 입었고, 중국에서는 화학공장 폭발사고와 벤젠오염 사태로 홍역을 치루었다.국내 화학시장은 국제유가 강세를 타고 폭등지세를 보인 기초유분과 코스트 상승분을 전가할 수 없었던 폴리머 및 화학섬유의 갈등이 첨예화됐으며, 중국의 합작 크래커가 연쇄적으로 가동하고 중동의 저코스트 수출제품이 밀어닥치면서 불길한 앞날을 예고했다. 1. 기초유분 폭등-폭락 거듭하며 “요동” 2005년에는 기초유분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며 요동쳤다. 아시아의 올레핀(Olefin) 및 BTX 가격은 2004년 하반기 폭등한 후 2005년 상반기까지 호조를 유지했으나 5월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8월말-9월초 미국 Gulf 지역을 강타한 대형 허리케인 Katrina와 Rita 쇼크로 잠시 반등한 이후 11월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에틸렌(Ethylene)은 2004년 11월 FOB Korea 톤당 1073달러에서 2005년 2월 1133달러까지 급등했다 5월 619달러로 폭락한 이후 10월 981달러 반등에 성공하고 11월 741달러로 급락했다. 부타디엔(Butadiene)은 에틸렌 및 프로필렌(Propylene)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 2004년 11월 FOB Korea 톤당 1266달러에서 2005년 4월 1367달러까지 폭등했으나 10월 1163달러로 급락을 거듭한 이후 12월에는 1000달러가 붕괴됐다. 벤젠(Benzene)은 2005년 3월 FOB Korea 톤당 1138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한 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으며 허리케인 이후에도 중국의 SM(Styrene Monomer)과 PS(Polystyrene) 수요가 살아나지 못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톨루엔(Toluene)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등락폭을 보였으나 자일렌(Xylene)은 허리케인 쇼크 이후 9월 FOB Korea 톤당 947달러까지 폭등한 후 11월 636달러로 안정을 되찾았다. 2005년 기초유분 가격등락은 국제유가 강세와 함께 중국의 수요 변화, 중국의 합작 크래커 가동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2. 국제유가 강세 타고 나프타 600달러 돌파 2005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석유화학의 수익성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급등에 이어 나프타(Naphtha) 가격이 톤당 500달러 선을 가뿐히 돌파했으나 다운스트림인 기초유분 가격은 수요부진으로 약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나프타 가격은 2005년 8월19일 C&F Japan 톤당 527달러, 8월26일 573달러에 이어 9월1일 607달러로 급등했다. 반면, 에틸렌 가격은 8월12일 FOB Korea 톤당 900달러로 50달러, 벤젠 가격은 8월19일 750달러로 50달러 급락했고 프로필렌 가격도 8월12일 900달러로 70달러 폭락했다.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은 에틸렌 및 벤젠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태에서 나프타 가격폭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됐으며 특히, 다운스트림으로 갈수록 수요부진과 자유경쟁 시장원리로 가격반영이 어려워 혼란을 겪었다. 9월에는 에틸렌 1000달러에 LDPE 및 HDPE는 1130-1140달러로 스프레드가 30-40달러에 불과했고, 프로필렌 1000달러에 PP는 1130달러로 스프레드가 130달러로 톨링 코스트인 톤당 15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3. 석유화학-다운스트림 갈등 격화 국내 화학시장은 2004년에 이어 2005년에도 원료가격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됐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기초유분 가격급등으로 이어져 원료코스트를 전가하려는 석유화학기업과 수용하지 못하는 다운스트림간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특히, 공급과잉으로 가격인상이 어려운 폴리머 및 화섬기업들의 반발이 극에 달했다. PS와 ABS 생산기업들은 벤젠가격 강세로 원료 SM 가격이 급등했으나 최종 수요제품의 특성상 원료코스트 상승을 반영하기 힘들어 2005년 적자를 면치 못했다. PS 및 ABS는 극심한 수익성 악화가 지속돼 SM 가격인하를 요구했으나 SM도 벤젠가격 강세와 중국의 다운스트림 수요증가율 둔화로 채산성이 악화돼 가격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갈등이 계속됐다. 2005년에는 석유화학기업들과 화섬기업들의 갈등도 깊어지는 양상을 나타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EG(Ethylene Glycol)와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 내수가격을 수출가격보다 낮게 공급해 왔다며 국제가격과의 차이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화섬협회를 중심으로 다운스트림은 공급기업들의 일방적 결정이라고 반발했으나 국제유가 상승 및 원료 코스트 상승으로 시장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업스트림의 입장이 대립되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화섬기업들은 원료코스트 압박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와 더불어 저가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의 물량공세로 범용제품의 경쟁력을 상실해 가동률 감축에 이어 사업철수까지 단행하는 등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Polyester의 원료인 EG 가격은 2004년 12월 CFR Korea 톤당 995달러에서 2005년 1월 1023달러, 2월 1074달러, 3월 1100달러로 상승했고, PTA 가격은 2004년 11월 CFR Asia 톤당 875달러까지 오른 뒤 12월에는 817달러로 떨어졌으나 2005년 들어 1월 848달러, 2월 860달러, 3월 둘째주 870-880달러까지 상승했다.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도 2004년 11월 CFR Asia 톤당 2273달러를 기록한 뒤 12월 1994달러로 떨어졌으나 2005년 1월 2079달러, 2월 2298달러에서 3월 250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4. 허리케인, 미국 석유화학 시장 “초토화” 8월29일과 9월23일 미국 Gulf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Katrina와 Rita의 영향으로 미국의 정유·석유화학 플랜트가 가동을 중단하는 등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북미지역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폭등했다. Katrina는 상륙 당시 시속 225km의 강풍을 동반한 4등급 허리케인으로 Gulf에 인접한 5개 주가 큰 피해를 입었고 Shell, Chevron, ExxonMobil, Dow Chemical, DuPont 등이 화학제품 생산을 중단해 미국의 자일렌 가격이 톤당 266달러 폭등하는 등 석유화학제품 시세가 급등했다. Shell과 Dow Chemical 등은 허리케인 피해로 다수의 플랜트 가동을 중단하고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해 미국의 석유화학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었는데 에틸렌 생산능력의 25%가 가동을 중단했으며 10월 중순까지도 피해가 복구되지 않아 북미 가격이 폭등했다. 9월23일 상륙한 허리케인 Rita는 일시적으로 석유화학제품 가격을 급등시켰으나 전반적인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아시아의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과 아시아의 공급과잉, 중국수요 감소로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5. 중국, 잦은 화학공장 폭발에 벤젠오염 홍역 중국에서는 2005년 Jilin Petrochemical의 벤젠 공장 폭발사고로 벤젠오염 사태가 발생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환경문제를 야기했다. 11월13일 발생한 Jilin의 벤젠 10만톤 공장 폭발사고는 사망 6명에 부상자 70명의 인명피해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벤젠 누출로 쑹화강을 오염시키는 환경 재앙을 불러왔다. 석유화학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나 쑹화강이 벤젠에 오염돼 식수 공급이 차단되고 러시아까지 벤젠오염 영향이 미치는 등 파장이 엄청났다. 중국 정부는 사고 인근지역 주민의 소개령을 내리는 한편 사고책임을 물어 Jilin 공장 폐쇄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Jilin에 이어 11월25일에는 충칭의 Yingte Chemical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으며, 12월1일 Jiangdu Chemical의 AN(Acrylonitrile) 저장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고, 12월5일 Xinya Chemical에서 암모니아 유출사고가 일어나는 등 중국 화학산업은 크고 작은 사고로 얼룩졌다. Jilin은 2004년 12월30일에도 폭발사고가 일어나 3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하는 피해가 발생했는데, 벤젠 플랜트 추출탑에 대한 정기점검 소홀이 사고원인으로 밝혀져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6. SK, 인천정유 인수로 정유시장 완전평정 SK가 3조원이 넘는 거액을 투입하며 인천정유를 인수해 정유시장 공룡으로 부상했지만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SK는 2005년 12월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천정유 기업결합을 허가함에 따라 2006년 2월까지 인수작업을 마무리하면 원유 정제능력이 현재 일일 84만배럴에서 111만5000배럴로 증가돼 2위인 GS칼텍스 65만배럴의 2배에 이르게 된다. SK는 2005년 1-10월 국내 휘발유 시장점유율이 34.8%로 인천정유 6.0%까지 포함하면 40.8%에 달해 GS칼텍스 29.4%, S-Oil 15.3%, 현대오일뱅크 14.5%를 제치고 명실상부한 정유시장의 <공룡>으로 부상하게 된다. 그러나 SK는 1조6000억원의 인천정유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회사채 1조4400억원 상당을 매입하는 등 인수대금이 3조400억원에 달해 무리한 사업확장이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SK는 종로구 서린동 본사 사옥을 메릴린치-신한은행 컨소시엄에게 4400억원에 매각키로 결정하는 등 인수자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SK가 인천정유를 인수하면 GS칼텍스, S-Oil 등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이 85.5%까지 올라가는 등 독과점 논란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기업결합 심사에 신중을 기해왔으나 SK가 인천정유를 인수해도 시장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인수를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7. 가성소다·페인트 가격담합 “철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강철규)가 2005년 들어 화학제품 가격담합 관행에 철퇴를 가하고 나서 주목된다. 공정위는 LG화학, 한화석유화학, 삼성정밀화학 등 5사의 가성소다(Caustic Soda) 가격담합을 적발하고 3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으로 동양제철화학, 백광산업 등 5사에 대해 총 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 부과액은 한화석유화학 33억100만원, LG화학 16억2600만원, 삼성정밀화학 12억4900만원, 동양제철화학 1억7800만원, 백광산업 1억4600만원 등이다. 5사는 2002년 10월과 2003년 4월, 2004년 9월 등 3차례에 걸쳐 공동으로 가성소다 가격을 12.1-33.4% 올렸고 수출물량을 할당하는 방법으로 국내시장 출고량을 조절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성소다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액이 300억원으로 추산됐다. 공정위는 12월8일에도 건축, 자동차, 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페인트 가격의 인상시기와 인상수준 등을 공동으로 결정한 11개 페인트기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10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페인트 11사는 2004년 2월부터 10월까지 2차례에 걸쳐 페인트 가격을 3-20% 올리기로 담합했으며 페인트 가격의 인상수준과 인상시기 등에 대해 공동으로 결정했고 합의 후 1주일-1개월 사이에 합의내용대로 가격인상을 실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페인트 가격담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액은 770억원으로 추산된다. 8. 석유화학 신증설 경쟁 재연 “에틸렌 800만톤 시대”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신증설 경쟁이 재연되고 있다. 여천NCC는 2008년까지 에틸렌 생산능력을 143만톤에서 201만톤으로 확대할 계획 아래 2006년 12월까지 No.1 크래커의 생산능력을 77만톤으로 35만톤 증설하며, 호남석유화학도 2008년까지 132만톤에서 172만톤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LG석유화학도 2005년 말까지 10만톤 증설해 86만톤으로 확대하는 한편 LG대산유화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2007년까지 45만톤에서 65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토탈은 2007년까지 20만톤 증설해 83만톤으로 확대한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에틸렌 신증설 경쟁은 2004년 석유화학제품 가격폭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데 기인하고 있는데, 생산능력을 확대함으로써 제조코스트를 낮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공급과잉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도 11월22일 개최된 <2015년 철강·석유화학산업 발전전략 세미나>에서 2015년까지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을 800만톤으로 확대해 세계 5위권을 유지하고 첨단기술 상용화와 전문화, 대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9. 세계 석유화학 주도권 중국-중동 전환 2009년에는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의 절반가량이 중국·중동지역에 집중돼 세계 석유화학 시장의 중심이 미국·유럽에서 아시아·중동으로 완전히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까지 세계 석유화학 신증설 프로젝트의 약 90%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Shanghai Secco, Yangzi-BASF 합작의 에틸렌 크래커가 가동하면서 자급률이 급상승했고, CNOOC-Shell의 Guangdong 소재 에틸렌 80만톤 크래커가 2006년 1월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Fujian Petrochemical, ExxonMobil, Saudi Aramco의 에틸렌 80만톤 합작 프로젝트도 200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등 석유화학 생산능력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동도 저렴하고 풍부한 석유·가스 자원에서 비롯된 압도적인 코스트 경쟁력을 바탕으로 석유화학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사우디 중심의 신증설 프로젝트에 이어 이란이 NPC (National Petrochemical)을 중심으로 10개가 넘는 Olefin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2010년에는 세계 석유화학 무역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중동지역의 에탄(Ethane) 베이스 크래커는 원료코스트가 크게 낮아 운송비를 고려하더라도 고유가로 코스트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다른 지역 크래커에 비해 비교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0. 지구온난화 방지 교토의정서 정식발효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첫 대규모 공동노력인 교토의정서가 2005년 2월16일 공식 발효됐다. 1992년 체결된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부속조약인 교토의정서는 지금까지 140개국이 비준했지만 이산화탄소 등 6가지 온실가스에 대한 강제 배출규제는 35개 선진국에만 적용된다. 선진국들은 교토의정서에 따라 2008-2012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2% 줄이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가입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은 1997년 교토의정서에 서명했으나 2001년 의정서 내용의 불공평성과 석유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한국은 목표연도를 정해놓고 감축하는 선진국과는 다른 유연한 감축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최근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증가 속도가 선진국보다 낮아 서둘러 나설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G77/중국)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은 개도국과 빈곤층이 더 심각하게 받는다는 점에서 적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의무감축 부담을 지지 않고 있는 한국 등을 대상으로 의무감축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대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표, 그래프 | Olefin 가격추이(2004-05) | BTX 가격추이(2004-05) | 국제유가 및 나프타 가격 변동추이(2005) | 정유시장 점유율 현황(2005) | 페인트 가격담합 과징금 부과현황(2005) | 온실가스(CO2) 배출 순위(2002) | <화학저널 2005/12/1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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