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산업은 한국-중국 FTA(자유무역협정) 발효에도 실익이 없어 기대감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한-중 FTA는 2015년 12월20일 공식발효돼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과 중국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산 석유화학 수출에 대한 수입관세를 5-15년 단계적으로 철폐해 사실상 FTA로 발생하는 실익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정밀화학 원료 등에서 중국산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우려돼 국내 화학산업이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위기에 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베트남 FTA와 한국-뉴질랜드 FTA는 한-중 FTA와 함께 발효됐으나 화학제품 수출이 제한적이어서 국내 화학산업에는 무용지물 수준의 협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일본이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면 FTA의 영향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 화학산업은 수출 경쟁력 강화와 함께 밀려들어오는 수입제품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석유화학, 중국 자급률 상승 이후 “무관세”
한-중 FTA는 중국산 석유화학제품 대부분의 수입관세를 즉시 또는 5년 분할 철폐함에 따라 중국산이 거의 무관세로 유입되는 반면, 중국의 한국산 수입은 P-X(Para-Xylene), PP (Polypropylene),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 MEG (Monoethylene Glycol) 등 주력 수출품목의 수입관세가 철폐되지 않는 등 대부분 석유화학제품에 대해 15년에 걸친 장기 균형철폐로 실익을 거두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석유화학은 국내 전체산업에서 수출비중이 2014년 15% 수준이나 중국의 자급률 확대로 수출이 계속 줄어들어 15년 뒤에는 중국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석유화학은 2014년 전체 수출비중에서 중국이 45.7%를 차지한 가운데 총 수출액은 6.2% 감소했으며 2015년에도 마이너스 신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합섬원료인 PTA는 중국의 자급률이 2010년 69%에서 2013년 93%로 크게 상승했으며, CPL(Caprolactam)은 100%로 끌어올려 수출이 차단됐고 CTO(Coal to Olefin), MTO(Methanol to Olefin)를 중심으로 올레핀(Olefin)도 자급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중국은 석탄화학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10-15년 후에는 석유화학제품 대부분의 자급률이 100%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AN(Acrylonitrile), 이소시아네이트(Isocyanate), PEG(Polyethylene Glycol) 왁스, 소비용 탈취제, 화학비료 등도 보호품목으로 설정해 정밀화학 분야에서도 수출 확대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M-X·큐멘, 무관세이나 수출증대 효과 “별로”
석유화학은 중국이 P-X, MEG, PP, PTA 등의 수입관세를 철폐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사실상 무용지물로 평가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도 한-중 FTA로 수출확대 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반면, 수입시장에서는 중국산 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 수출량 1위 P-X, 4위 PP, 6위 PTA, 8위 MEG의 수입관세가 유지됨으로써 석유화학 수출에서 영향력을 미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PTA는 2014년 67만톤을 중국에 수출했으나 중국의 자급률 상승으로 2015년에는 30만톤으로 줄어든데 이어 수입관세가 유지됨에 따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위 SM(Styrene Monomer), 3위 프로필렌(Propylene), 5위 에틸렌(Ethylene) 등도 관세가 10-20년 동안 단계적으로 철폐됨에 따라 사실상 수출확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SM은 20년 동안 단계적 철폐로 FTA 효과를 보기 힘들고, 올레핀도 10년 동안 단계적 철폐가 예상돼 중국이 석탄화학으로 자급률이 급상승한 이후에나 무관세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관세 혜택은 M-X(Mixed Xylene)와 큐멘(Cumene)이 전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수출이 미미해 실익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X는 2014년 17만톤을 수출했으나 2015년에는 10만톤 수준으로 감소했다.
큐멘은 금호P&B화학이 2016년 6월 90만톤으로 증설해 60만톤을 소비하고 30만톤을 수출할 계획이나 큐멘은 수출실적이 전무해 중국 수출이 가능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큐멘은 페놀(Phenol)·아세톤(Acetone)의 원료로 사용되지만 중국이 페놀 공급과잉을 지속함에 따라 큐멘을 수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큐멘은 중국이 아니라 아시아 수출이 불가피해 한-중 FTA의 무관세 혜택이 무의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PVC·PET·부타디엔, 중국산 유입 우려
석유화학기업들은 중국산 PVC(Polyvinyl Chloride),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부타디엔(Butadiene) 등이 국내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양허는 PET가 15년, 부타디엔은 10년 단계적 철폐이지만 한국양허는 모두 무관세로 국내 수출은 둔화되고 중국산 수입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VC는 중국 수출이 2014년 5만4597톤, 중국산 수입이 4만6128톤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중국 수출은 매년 절반 이상 급감하고 있다.
중국산 PVC는 카바이드(Carbide) 공법으로 석탄화학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유가 폭락에 따라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나 중국이 석탄화학에 계속 집중 투자하고 자급률 상승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국 수출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ET 수입은 3344톤으로 아직 시장형성이 미미하나 중국산이 무관세로 유입되고 중국의 자급률이 업스트림인 PTA에 이어 급상승해 수입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역상 관계자는 “한-중 FTA는 석유화학 수출에 영향력이 거의 없다”며 “오히려 저가 PET칩이 국내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대부분 화학무역기업들이 중국산 거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밀화학, 보호품목 설정에도 중국산 유입 “계속”
화학산업은 2014년 기준 중국 수출이 48억8000달러에 달하나 중국산 수입도 51억4000억으로 FTA를 통해 중국산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산은 수입량 순위 기준으로 요소(Urea) 60만톤, 규소 13만톤, 수산화알루미늄 15만톤, 탄산수소나트륨 13만톤, 황산나트륨 13만톤 등이 유입되고 있고 대부분 5년 안에 무관세가 적용돼 기초 무기화학 원료들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 전분, 가성칼륨, 알부민, 솔비톨, 탄산칼륨 등을 보호품목으로 설정했으나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해 보호품목이 소용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가성칼륨은 유니드가 독점하고 있으나 중국산 등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어 관세 철폐가 어려워도 계속적인 유입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정밀화학 시장에서 가장 큰 수출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도료·안료, 잉크는 2014년 중국 수출이 7억5000만달러 수준이며 중국산 수입은 3억5000만달러로 파악되고 있다.
수출은 페인트·바니스 등을 코팅한 철강제품이며 중국산 수입은 안료, 염료 등으로 정밀화학 원료 사업이 중국산에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안료·염료는 이미 중국산이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고급 그레이드는 유럽 및 일본산에 집중되고 있어 국산은 중국산과 유럽·일본산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안료·염료는 경쟁력이 크게 약화돼 유럽 및 일본이 개발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영역에 진입이 필요하나 대책을 강구하지 않아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뉴질랜드, 저가 메탄올 밀려온다!
한국-뉴질랜드 FTA도 한-중 FTA와 함께 2015년 12월20일 발효됨으로써 화학제품 수출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뉴질랜드에 합성수지를 2013-2015년 연평균 5000만달러로, 타이어를 2080만달러 수출했으며 관세는 0-5%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석유화학 수출은 1000억원에도 못 미치고 있어 국내 화학산업에는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은 대부분 무관세가 적용되나 뉴질랜드 수요가 적어 우위를 점해도 높은 수익을 기록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산 화학제품 수입이 2014년 3억달러에 달해 뉴질랜드산이 역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황산 7만톤, 황산암모늄 2만6972톤, 프로필렌 1만2000톤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다만, PE(Polyethylene)를 활용한 다운스트림 수출이 무관세를 적용받음에 따라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플래스틱 수출은 중국 및 오스트레일리아가 장악함에 따라 국산은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은 3년 안에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어서 전자제품용 플래스틱 수요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메탄올(Methanol)은 관세가 2%였으나 FTA를 통해 3년 안에 단계적으로 철폐될 예정이어서 저가 메탄올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메탄올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내수요의 50% 이상인 83만-85만톤을 뉴질랜드에서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메탄올은 중국의 공급부족이 심해 국내에 추가공급하기 어려워 FTA 발효에도 뉴질랜드산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베트남, 전자제품용 폴리머 수출 “기대”
한국-베트남 FTA도 2016년 12월20일 발효돼 수출입에 미칠 영향에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과의 FTA를 통해 섬유 및 부직포 수출증대를 기대하고 있으나 운송비 부담으로 현지화 전략을 채택하고 있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용 부직포는 한국-베트남 FTA 체결로 3년 동안 12%의 관세율이 단계적으로 균등하게 철폐된다.
PS(Polystyrene), PP 등과 다운스트림인 PP 유도제품 및 BOPP(Bi-axially Oriented Polypropylene) 필름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돼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P 20만톤, PET 12만톤, PE 8만톤, 폴리에스터(Polyester) 섬유 4만톤, ABS 3만톤, BR(Butadiene Rubber) 2만톤 등을 베트남으로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중국, 타이완 등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장악하고 있어 관세 철폐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기존 세율은 최대 10%로 대부분 5-7%에 그치고 있어 중국 및 타이완의 저가공세와 운송비를 감안하면 가격적인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며 “베트남에 수출하는 것보다 근거리에 위치한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수지타산이 맞다”고 밝혔다.
다만, 베트남에 스마트폰 등을 중심으로 국내 전자제품 생산공장이 많아 플래스틱 원료 등을 수출할 수 있으나 기존에 수출고 있는 수준에 그쳐 수출증대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베트남산 수입은 섬유 직물이 대부분으로 12% 세율이 3-5년 동안 단계적으로 철폐돼 섬유 수입이 확대되면 합섬원료 시장 침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허웅 기자: hw@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