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갈수록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이 석유화학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태에서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됨으로써 수출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한국 또는 중국-미국·한국·일본의 긴장관계가 높아져 중국이 무역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관영언론은 물론 정부 산하기관들을 총 동원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서는 안되며, 만약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한국의 우호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것이고 나아가 무역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공공연히 압박하고 있다.
아직 사드 배치가 현실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은 외교·경제적 보복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박근혜 정부가 극단적 선택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볼 때 중국이 북한 압박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드 배치를 결정해놓은 상태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사드 배치가 변동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이미 결정됐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석유화학기업들은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글로벌 수출입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무역보복을 적극화해 한국산 수입을 규제하고 나선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석유화학제품은 생산량의 50% 안팎을 수출하고 있고 수출량의 50% 이상을 중국에 내보내고 있어 중국이 한국산 수입을 외면하면 가동률을 20-30% 낮출 수밖에 없어 수익성 악화가 불을 보듯 훤하다. 프로필렌 등 일부는 중국수출 의존도가 100%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가동률은 1980-1990년대에 100-120%로 매우 높아 수익성이 크게 양호했으나 최근에는 10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중국의 수입규제로 70%대로 낮추어야 한다면 엄청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태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아직도 자급률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여서 한국산 수입을 규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으나 현실을 외면한 기대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닌 허상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중동이 막대한 물량공세를 적극화하고 있고 아세안까지 수출에 가세하고 있으며, 미국도 셰일가스 베이스 수출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무역보복에 나서면 한국도 맞대응 조치를 취해야 하나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석유화학이나 철강, 자동차, 전자 등에 걸맞는 중국산 수입품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설혹 중국산 수입을 규제한다고 해도 한국이 당하는 만큼 중국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한국-중국의 외교적·군사적 마찰이 또다른 불통으로 다가오고 있으나 국내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수출 다변화를 외친지 30년이 넘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고, 범용제품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화한 것도 아니며, 일본처럼 경쟁이 거의 없는 차별제품을 개발하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앉아서 쪽박 찰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늘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