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쓰나미에 쓸려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발 입국 금지라는 초강경조치를 취하면서 미국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3월12일 2만1200으로 9.99% 폭락했다. S&P 500 지수도 9.5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역시 9.43% 폭락을 면치 못했다. 다우지수는 1987년 블랙 먼데이 당시 22% 이상 추락한 이후 하루 낙폭이 가장 컸다고 한다. 33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것이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가 1조5000억달러의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투입한다고 발표했으나 먹혀들지 않았고, 트럼프 행정부가 급여소득 면세를 중심으로 저금리 대출, 개인·사업체에 대한 납세 연기 등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미국만이 아니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은 이미 폭락장세를 경험했고 일본과 유럽 증시도 폭락을 면치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우한(Wuhan)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뒤 세계 증시가 연쇄적으로 폭락하며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중국 8만명을 포함 114개국에서 12만명 이상이 확진을 받았고, 사망자 수도 중국 3000명을 포함 4300명을 넘어섰다. 한국도 확진자 수가 8000명, 사망자 수는 70명을 상회해 이태리, 이란 다음으로 많았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증시 폭락에 그치지 않고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가·대륙 사이의 이동제한이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경제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구매심리 위축으로 여행, 항공 등 서비스업이 침체되고 있고 산업적으로는 국제적 서플라이 체인이 붕괴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제유가 폭락이 대표적 현상이다. 혹자는 정제마진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정유기업들의 영업적자를 걱정하고 있지만 정유산업에 그치지 않고 석유화학으로 도미노처럼 퍼져갈 것이 확실하다. 사우디와 러시아, 그리고 미국 셰일오일이 오일전쟁을 벌이는데 석유화학이 끼어들어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석유화학이 예상 밖으로 고전할 것이라는 징표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춘절 연휴를 10일 이상 연장하고도 모자라 근로자의 현장 복귀를 막고 통행을 제한함으로써 플래스틱 및 정밀화학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낮춰 당장에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를 중심으로 전자, 가전, 건축자재, 섬유 등 전방산업의 가동중단 사태가 몰고올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바로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2020년에는 예상을 초월한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여러 사정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계속한 덕에 불황을 넘어 호황을 맛볼 수 있었으나 2020년에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유일한 동아줄인 중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충격으로 2020년 세계 GDP가 최대 2조6810억달러(3197조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방역복 상시 착용 같은 지엽적 어려움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고 넘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