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VA(Ethylene Vinyl Acetate) 필름 생산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이 태양광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중국산 태양광 모듈이 우수한 코스트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에 유입돼 EVA필름을 생산하는 국내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중국 정부가 태양광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함에 따라 중국기업들이 EVA필름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제조코스트보다 낮은 가격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함으로써 국내 EVA필름 생산기업들은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태양광 보조금 지원으로 태양광 모듈 가격이 급격히 하락해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기업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며 “중국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무분별한 태양광 사업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EVA필름 생산능력은 SKC 2만4000톤, 화승인더스트리 7000톤, 한화첨단소재 1만8000톤, 진흥공업 6000톤, 도레이첨단소재 3000톤으로 총 생산능력이 5만8000톤에 달하고 있다.
국내 EVA필름 시장은 2011년 이후 증설이 잇따르면서 공급과잉으로 전환돼 내수시장에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상태이다.
SKC는 EVA필름 생산능력이 국내 2만4000톤, 미국 1만2000톤으로 총 3만6000톤에 달하고 있으며 국내 가동률은 2015년 100%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필름사업 매출액이 2014년 1조1198억원에서 2015년 1-9월 6656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화승인더스트리도 필름사업 매출액이 2013년 1962억3100만원, 2014년 1840억3500만원, 2015년 1-9월 1462억5200만원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화승인더스트리는 EVA필름 생산설비를 PVC(Polyvinyl Chloride) 등 기타 수지를 생산하는 설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추가투자가 요구됨에 따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첨단소재는 2015년 6000톤을 증설해 2만4000톤으로 확대할 방침이었으나 1만8000톤을 유지하고 있으며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는 한화큐셀과 수직계열화를 통해 자가소비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생산능력이 3000톤으로 가장 작을 뿐만 아니라 2014년 진출한 후발주자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국내 기업 관계자는 “생산능력이 가장 큰 SKC가 국내 공장 가동률을 100%로 유지하며 치킨게임을 유발하고 있다”면서 “화승인더스트리와 진흥공업은 생산능력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가동률 감축이 불가피한 상태이며 수익성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VA필름은 원료가 EVA에서 폴리올레핀(Polyolefin)계로 대체되면서 수요 감소도 우려되고 있다.
EVA는 범용 원료로 취급되고 있으나 폴리올레핀은 기능성이 우수하고 가격도 비교적 고가로 특수필름으로 평가되고 있다.
폴리올레핀으로 제조한 필름은 EVA를 사용해 생산한 필름보다 내열성이 우수하고 수분에도 강해 출력을 오랜 기간 높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 신뢰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EVA필름은 시간이 지나면 초산비닐(Vinyl Acetate)을 방출하는데 초산비닐이 수분과 결합해 초산(Acetic Acid)을 발생시켜 태양전지의 전극을 부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출력이 떨어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태양광 모듈은 출력 인증기간이 20-25년은 보장돼야 한다”며 “기능성이 우수한 폴리올레핀 계열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폴리올레핀계 필름은 제조코스트가 높아 박막형 모듈, 수분에 노출되기 쉬운 해안가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EVA필름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제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태양광 모듈 생산기업이 고품질·고효율을 구현할 수 있는 자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EVA필름 생산기업들은 폴리올레핀계 필름과 경쟁할 수 있는 고기능성 EVA필름 개발이 시급한 상태이다.
시장 관계자는 “내열성 등 기능성을 보강한 고부가 EVA필름이 상용화되면 폴리올리핀계 대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