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이상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급등과 폭등을 반복하던 에틸렌은 1200달러 초반에서 멈칫하고 프로필렌은 장기 약세를 벗어나는가 싶더니 600달러대 중반에서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부타디엔도 마찬가지로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급등과 폭등을 반복했으나 합성고무 가격이 폭등했음에도 불구하고 1000달러를 넘어선 후 약세로 돌아섰다. MEG도 수요 침체에 따라 700달러가 위협받고 있다.
BTX는 벤젠을 중심으로 공급과잉의 후유증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정기보수 집중으로 1100달러대 초반까지 올라섰던 SM도 가픈 숨을 몰아쉬며 낭떠러지를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P-X는 본격적인 상승국면을 맛보지도 못한 채 700달러대 후반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한국, 일본, 타이완 석유화학 메이저를 중심으로 봄철에 정기보수를 집중시켜 수급타이트를 유발함으로써 공급과잉을 회피하려는 작전이 일정부분 성공했으나 결국 무리한 전략이라는 것을 잘 증명해주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정기보수를 통해 생산량을 대폭 줄임으로써 수급밸런스를 맞추는 목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결코 초강세 국면이 오래 갈 수 없음을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의 석유화학 메이저, 무역상, 유통상들은 아시아 석유화학 회의를 통해 정기보수를 집중시켜 수급타이트를 유발하고 가격을 올린다는 카르텔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줄곧 실행하고 있지만 에틸렌을 제외하고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공급과잉이 심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관련기업들은 2016년 들어서도 2월 중순부터 중국의 춘절연휴를 전후해 공급과잉이 극심해지는데도 불구하고 거래 조작을 통해 가격상승을 유발했고, 3월 들어서는 스팀 크래커 및 SM 정기보수 집중을 기화로 관련제품 현물시세가 급등과 폭등을 반복하도록 거래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스팀 크래커 폐쇄가 이미 예정된 것이고 전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별로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에틸렌 현물가격이 1200달러를 넘어선 것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나프타는 4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에틸렌의 핵심 다운스트림인 PE가 1200달러 수준을 형성하는데 그치고 있음에도 에틸렌이 1200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누가 적자를 감수하면서 에틸렌을 높은 가격에 구매하겠는가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에틸렌 가격은 크게 하락하지 않음은 물론 높은 수익성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는 에틸렌의 초강세를 빌미로 PE 가격을 폭등시키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에틸렌 폭등이 PE 폭등을 유발했다는 논리가 잘 먹혀들어가지 않자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의 신용도 하락으로 공급을 중단한 것이 수급타이트 유발로 이어진 것처럼 위장하면서까지…
신용불량으로 거래가 끊어질 위기에 처한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이 높은 가격을 주고서라도 사재기에 나섰다는 것은 소가 배꼽을 잡고 웃을 일이다.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정기보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공급이 남아돈다는 것이 훤히 보이는데도… 오죽했으면 운송코스트가 톤당 600달러를 상회하는 미국 석유화학기업들이 아시아 수출을 추진하겠는가!
경제학 고전을 생각케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한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고… 그런데 보이지 않아야 할 손이 눈앞에 생생하니 어떻게 된 일인가?
세상의 흐름을 거역하는 무리수는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