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감지 못하는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석유화학 시장 구조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뾰쪽한 방법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모두를 답답하게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구조조정 활력 법률을 제정하면서 관련기업들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철강을 제외하고서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해당사업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해당기업 전체적으로는 아직 살만 하고 재벌그룹 전체적으로는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해당사업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있을 뿐 특별한 대책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관련기업들도 구조조정 관련 세제 지원은 별 득이 없다고 판단하고 미적거리고 있다.
구조조정은 수익성이 극히 악화된 사업이나 장래성이 전혀 없는 사업을 대상으로 통폐합을 유도하거나 공장을 폐쇄함으로써 수급밸런스를 맞추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맞지만, 현재로서는 공장 폐쇄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통폐합도 결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쟁력을 보유한 공장을 살리면서 코스트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장을 폐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판단이 쉽지 않고 또 해당사업장에 속한 근로자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답이 없다. 연봉이 1억원에 까운 근로자들이 쉽게 동의해줄리 만무하고 그렇다고 일괄적으로 해고할 수도 없는 형국이다.
일본은 화학사업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면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해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음으로써 큰 저항이 없이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있다. 관행적으로 해고가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 경영자나 근로자 모두가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한 애착심도 강해 담당업무 전환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직원들의 연봉 수준이 일본을 뛰어넘고 있지만 애사심이나 책임감이 크게 뒤질 뿐만 아니라 담당업무를 이행하면 그만이라는 태도가 강해 다른 업무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더군다나 노조를 결성해 저항하면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태로 발전하게 된 책임을 묻는다면 경영진이 첫째이고, 노동자는 다음 순서일 것이다. 특히,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이 대부분 재벌그룹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재벌 경영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재벌의 오너들이 사업성을 판단할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재벌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부실사업을 정리하지 않고 끌고가는 등 무책임이 팽배하고, 해당사업의 전문성이나 경영능력과는 무관하게 인사를 단행하고 경영진들도 자기 멋대로 사업을 조율함으로써 사업의 연속성이나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크게 저하시키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근로자들도 경영진의 지시에 따르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경영진에 대한 책임관계를 명확히 한 후 경쟁력 유무를 정밀하게 판단해 퇴출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해당사업장의 근로자를 모두 해고할 것이 아니라 일부를 전환 배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출발점이지 재벌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특혜를 베풀기 위한 수단은 아니라는 점 강조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