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대표 한병로)은 화학원료 공급기업으로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강력한 책임이 요구된다.
SK케미칼이 생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흡입한 소비자가 잇따라 사망하면서 SK케미칼을 비롯해 판매를 담당한 옥시, 애경산업 등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가습기 살균제의 부작용으로 2011-2016년 200여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자가 1000여명을 넘어섰고, 특히 가장 큰 피해를 끼친 글로벌기업 옥시가 가장 높은 질타를 받고 있다.
반면,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은 형사처벌에서 제외돼 논란이 분분하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PHMG(Polyhexamethylene Guanidine), CIMT(Chloromethyl Isothiazolin)/MIT(Methyl Isothiazolin) 등을 옥시, 애경산업,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코스트코, GS마트, 다이소에게 독점 공급했다.
SK케미칼은 흡입 독성에 대한 위험성을 전달했기 때문에 유해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수요기업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돼 사법처리에서 제외됐다.
SK케미칼이 유통기업에게 PHMG를 공급하며 「흡입 독성 자료 없음」으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첨부한 것이 흡입 독성 실험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전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에 대해 독성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영업활동을 지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케미칼은 2003년 오스트레일리아로 PHMG를 수출할 때 호흡기로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현지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PHMG를 옥시에게 판매할 때 위험성 및 용도에 대해 명확히 인지시키지 않아 직·간접적으로 피해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SK케미칼이 원료 도매기업 CDI에게 PHMG를 판매하고, 옥시가 CDI로부터 PHMG를 구매한 후 OEM(위탁생산)을 통해 한빛화학이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생산한 것으로 파악된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가 공급되는 경로를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며 “PHMG의 흡입 독성을 인지했음에도 위험성에 대해 안일하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SK케미칼은 원료 뿐만 아니라 직접 상업화한 가습기 살균제도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SK케미칼은 CMIT/MIT를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품 「가습기 메이트」를 개발한 후 판매권을 2001년 애경산업에게 양도한 바 있다.
「가습기 메이트」는 SK케미칼이 완제품 형태로 애경산업에 공급한 것으로 사용된 원료 CMIT/MIT도 일부 소비자에게 폐질환을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가 2012년 2월 CMIT/MIT가 폐손상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혀 수사대상에서는 제외됐으나 환경부와 의견이 엇갈려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2년 9월 CMIT/MIT를 유독물질로 지정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1년 말 「의약외품」으로 분류했다.
미국 환경청도 CMIT/MIT가 함유된 화학물질을 1998년부터 산업용 살충제로 고시했으며 2등급 흡입 독성물질로 경고하는 등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CMIT/MIT가 유독물, 취급제한물질이 아닌 일반 화학물질로 고시돼 규제를 받지않음으로써 애경산업과 이마트, GS리테일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 CMIT/MIT를 흡입한 소비자가 약 160명에 달하고 사망자가 37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SK케미칼은 2001년 애경산업과 「가습기 메이트」 계약을 맺으면서 결함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SK케미칼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하지만, 애경산업이 SK케미칼을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내용도 계약에 포함돼 SK케미칼이 애경산업을 앞세워 소비자 피해 사태를 모면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를 열고 비염·기관지염 등 경증피해도 파악하는 등 CMIT/MIT 관련제품에 대한 피해도 재조사할 방침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가장 피해가 크고 상징성이 높은 옥시를 주요 타겟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원료 생산기업인 SK케미칼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