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탄소섬유(Carbon Fiber) 시장은 기술 부족으로 시장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섬유는 일본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글로벌 생산량의 50% 이상을 Toray, Toho, Mitsubishi Rayon이 공급하고 있다.
원료에 따라 PAN(Polyacrylonitrile)계, 피치(Pitch)계, 레이온(Rayon)계로 분류되며 PAN계 탄소섬유의 생산·수요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PAN계 탄소섬유는 아크릴섬유(Acrylic Fiber)를 300℃ 이상에서 탄화해 생산하며 무게는 철보다 4분의 1에 불과한 반면 강도는 10배가 넘고 탄성률은 7배에 달해 경량화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섬유는 비강도가 우수해 항공기·우주선 소재로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자동차 경량화 트렌드가 급부상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항공용은 일본기업이 선도하고 있어 시장 진입이 사실상 힘들 것으로 판단되며 국내기업들은 자동차 복합소재용 개발을 통한 시장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탄소섬유 생산기술, 중간소재 설계 및 제조, 복합소재 개발 등 기술적 측면이 취약해 연구개발(R&D) 및 투자 확대가 시급해지고 있다.
국내 탄소섬유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산 효율성 향상 및 코스트 감축이 대전제로 원사 뿐만 아니라 중간소재, 복합소재, 최종 부품 적용까지 통합적인 발전 및 협업을 통한 수요 창출이 요구되고 있다.
생산기술 부족에 수율 저조…
국내 탄소섬유 시장은 생산 기술 부족에 수율이 저조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탄소섬유 생산 수율은 평균 80%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일본기업은 수율이 95% 이상으로 생산 기술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탄소섬유는 Precursor 공정, 안정화 공정, 탄화 공정, 흑연화 공정, 표면처리 공정 등 크게 5가지 공정을 거쳐 생산되고 있다.
Precursor 공정은 단량체인 AN(Acrylonitrile)을 중합, 방사하여 탄소섬유 전구체인 PAN을 제조하는 공정이다.
Precursor 공정은 분자량을 일정한 범위로 조절해 품질균일성을 향상시키고 첨가제 등을 사용해 분자 배향도를 증가시키는 공정으로 기술적 비중이 60%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어 핵심공정에 해당된다.
국내기업들은 분자량 조절, 배향도 향상 등 세부 공정 기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Precursor 공정은 탄소섬유 물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공정에 해당하며 Toray는 국내기업보다 공정 경험에서 40년을 앞서고 있는 반면 국내기업들은 시장진입이 2-3년에 불과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Toray는 Precursor 공정을 통해 전구체를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에너지 비용이 높게 투입되고 있는 안정화 및 탄화 공정만을 실시하고 있다.
안정화 공정은 200-300℃에서 공기를 주입해 직선상으로 배열된 PAN 분자구조를 고리구조로 재배열함으로써 강도 및 탄성률을 증가시키는 공정으로 기술적 비중은 20%를 차지하고 있다.
탄화 공정은 최대 1000-2000℃에서 질소를 다량 공급해 선형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고리분자를 평면구조로 재배열함으로써 섬유 강도 및 탄성률을 증가시키는 공정으로 기술적 비중은 1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탄소소유 생산능력은 효성이 2200톤, 태광산업이 1500톤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가동률은 50-60% 이하이며, 수율도 50%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탄소섬유 생산기업은 수율이 저조하며 균일성도 기복이 심해 실질적으로 가동률을 높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흑연화 공정은 최대 2000-3000℃ 온도에서 아르곤(Ar)을 공급하여 평면구조인 고리분자를 다층구조로 재배열함으로써 탄성률을 높이는 공정이다.
섬유를 완전 탄화하는 과정으로 국내기업들은 Precursor 공정, 안정화공정, 탄화공정 기술이 아직 부족한 실정으로 흑연화 공정까지는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공정들은 기술적 비중과 관계없이 모두 중요하며 경험을 통해 물성을 맞추는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원사 가격하락 쉽지 않아…
탄소섬유 가격은 kg당 평균 20-30달러 수준으로 철이 kg당 1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20-30배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대체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탄소섬유 코스트 비중은 AN이 33%, 에너지 비용 33%, 기타 부대비용 34%로 원료 외 투입비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탄소섬유는 수요 확대를 가속화하기 위해 코스트 절감이 절실히 요구되나 안정화공정, 탄화공정 등에서 에너지 비용이 높게 투입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기업 관계자는 “탄소섬유 생산에는 고가의 설비가 사용되고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이 설비 기술을 주도하고 있어 설비 국산화가 필요하다”며 “탄소섬유는 안정화공정, 탄화공정에서 에너지 투입이 높은 것이 특징으로 코스트 감축이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했다.
탄소섬유는 일반적으로 단독소재로 쓰이지 않으며 수지·세라믹·금속 등과 결합해 복합소재인 CFRP(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로 제조돼 활용되고 있다.
원사 자체는 코스트 감축이 쉽지 않기 때문에 CFRP로 성형·가공하는 과정에서 코스트를 낮춰야 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CFRP 관계자는 “원사 가격이 철과 비교해 20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 생산된 복합소재 부품 가격은 20배가 차이 나지는 않는다”며 “복합소재 제조 공정을 잘 컨트롤할 수 있다면 최종 생산된 부품 가격은 최소 3-4배 정도로 차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FRP는 중간기재에 해당하는 프리프레그와 최종 CFRP 제조까지 표준화된 설계기술이 없고 특정 부품에 대한 최적화된 공정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대량생산에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고 있다.
CFRP, 자동차용 생산 “고전”
국내에서는 CFRP 생산기술 부족으로 자동차용 부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CFRP는 중간기재로 탄소섬유에 매트릭스 수지를 예비 함침해 성형한 프리프레그를 적층한 후 열과 압력을 가해 수지를 이용해 최종 경화시킴으로써 성형제품을 제조하고 있으나 CFRP는 복합섬유 물성으로 기존 금속소재와 대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철은 비중이 kg당 7.8, 복합소재는 1.8 수준으로 같은 강도를 견딜 수 있는 부품을 생산 했을 때 복합소재는 철보다 더 가볍지만 철과 동일한 부피로 제조했을 때는 오히려 철보다 강도가 약할 수 있어 기존 부품보다 부피가 더 커져야 하는 단점이 있다.
부품 크기가 변하면 주변 부품들도 함께 변해야 하는데 주변 부품을 맞추는 과정에서 비용과 노력이 많이 투입되고 부품 형상에 대한 자유로운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기업은 복합소재 채용에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철은 등방성 물질로 방향에 관계없이 동일한 외압을 견딜 수 있는 반면 복합소재는 이방성으로 프리프레그 레이어(Layer)와 수직방향 외압에 강하지만 수평방향에서는 약해 외압 방향에 따른 적절한 설계 기술도 요구되고 있다.
복합소재 물성의 특성상 자동차 부품의 크기 및 형태를 기존의 것과 동일하게 제작할 수 없는 것이 자동차용으로 채용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CFRP 관계자는 “일부 자동차 부품 생산기업에서는 금속부품을 CFRP를 사용해 동일한 크기와 형태로 제작해달라는 불가능한 주문이 자주 들어온다”며, “복합소재가 지닌 물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량화에만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복합소재는 공정 최적화를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하며 실질적으로 양산이 가능한 공법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정현섭 기자: jh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