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A 사업은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인가?
우매한 질문 같지만 현실은 참으로 어지럽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파워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을 바라는 것조차 무리가 따르고 있다.
PTA 생산능력이 200만톤에 달하는 한화종합화학과 180만톤인 삼남석유화학이 구조조정의 선봉에 서 생산능력 감축과 효율화 작업을 선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급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M&A를 추진한답시고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아이러니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한화종합화학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화의 울산 플랜트가 노후화돼 가치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저가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화가 삼성으로부터 석유화학 2사와 방위사업 2사를 1조9000억원에 인수했다는 점에서 한화종합화학은 저평가됐을 것이 분명하고 노후 플랜트를 스크랩한다는 조건을 더하면 2000억원 수준이면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다.
반면, 한화종합화학은 PTA 사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저가에 매각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정부가 일정금액을 지원해주면 울산에 소재하고 있는 효성, 롯데케미칼, 태광산업을 모두 통합해 평가금액으로 지분을 쪼개는 형식의 통폐합을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화가 삼성을 인수할 때의 조건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저평가될 가능성을 경계할 뿐만 아니라 통합기업의 경영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풀겠다는 속셈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삼남석유화학은 3-4년 전 PTA 사업을 매각하려 했으나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실패했고 불황이 현실화되자 생산능력을 감축하고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선행함으로써 정부의 구조조정 작업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플랜트도 여수에 있으니 통합효과를 논하기도 어려워 독자 생존한 후 누군가가 나타나면 매각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효성이나 태광산업은 주도권을 행사할 입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반대할 수도 없어 눈치를 보고 있다.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시하면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으나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나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PTA 사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선에서 독려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미 산업부의 손을 떠난 사안이어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 어렵다는 설까지 대두되고 있다. 청와대가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PTA의 수익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생산능력을 감축하고 인력을 줄이면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5사를 대상으로 강제적 수단을 동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구조조정을 주도할 뚜렷한 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을 지원하는 수준을 제외하고서는…
결론적으로 PTA 사업의 구조조정은 이미 산으로 올라가고 있고 내려오는 길은 낭떠러지가 유일한 오도 가도 못하는 꼴로 전락한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순리를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PTA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먼, 억지논리가 지배하는,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조정의 민낯을 볼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