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교역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화학시장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중국이 2016년부터 LG화학과 삼성SDI를 견제하기 위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규격을 임의로 변경한 것을 비롯해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섰고 2017년 들어서는 중국 관광객을 실어 나르기 위한 비행 허가까지 취소하는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불리는 사드(THAAD)가 원인으로, 중국이 한국에 대한 사드 배치를 철회하지 않는 한 한국-중국 교역을 정상화시킬 수 없다는 메시지를 강력히 보내고 있고 강도도 점점 더 높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직까지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규제하는데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 화학제품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은 중국 사업을 포기하고 수출로 돌리거나 공장 자체를 이전해야 하는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LG화학은 4개 모델, 삼성SDI는 1개 모델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으나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2016년 12월29일 발표한 5차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 목록 발표 직전에 갑자기 빠졌고 전체 493개 자동차 모델 가운데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은 1종도 없었다.
중국은 2016년 1월 발표한 1차 보조금 지급 목록에서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를 제외한 후 2-4차 목록에도 계속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5차 발표에서는 승용차까지 모두 제외했다.
중국 정부는 실무자의 실수로 5개 모델을 포함시켰고 발표 직전에 수정했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의도가 무엇인지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전기자동차 450만대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보조금 없이는 판매가 불가능한 구조로 LG화학은 전기자동차 5만대, PHEV 18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보유해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문제는 어느 시점부터 어떤 화학제품으로 규제를 확대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중국이 단순히 배터리 규제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PTA는 이미 반덤핑 혐의로 규제하고 있고 연장까지 확정된 마당이니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지만 중국 수출이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석유화학재품으로 규제를 확대한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PTA 규제는 변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만약,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수입을 규제하거나 PE, PP, ABS 수입을 차단하고 나서기라도 하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석유화학 생산 시스템 자체가 붕괴돼 큰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중국이 필요해 수입하는 것이고 글로벌 생산지형을 고려할 때 기초유분 수입을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지만, 중국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규제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산 석유화학제품의 품질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가격이 낮고 지리적 이점이 있어 수입하는 것이지 한국산을 수입하지 않는다고 대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국산 수입 규제로 한국산이 아시아에 대량 유입돼 시장이 혼란스러워지면 글로벌 가격체계를 무너뜨려 코스트까지 낮추는 이중혜택도 노려볼 수도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강 건너 불구경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당분간 한-중 관계 악화를 피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