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Polycarbonate) 생산기업들은 중국이 자급률을 확대함에 따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PC는 방향족 폴리탄산 에스테르 결합을 갖는 열가소성 수지로 충격강도, 굴곡강도, 인장강도가 우수해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며 범용 EP(Engineering Plastic)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국내 PC 생산능력은 롯데첨단소재 24만톤, LG화학 17만톤, 삼양화성 12만톤, 롯데케미칼 8만5000톤으로 총 61만5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첨단소재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공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LG화학과 삼양화성은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신증설을 지속하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기업들의 고전이 우려돼 고부가제품 개발 및 코스트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PC 시장점유율은 2015년 Sabic 25%, Covestro (Bayer MaterialScience) 25%, Mitsubishi Chemical 17%, Teijin 15%, Styron 8%, Idemitsu Kosan 7%, ChiMei 3%로 나타나고 있다.
롯데케미칼, 롯데첨단소재와 시너지 극대화
국내 PC 시장은 롯데케미칼이 M&A(인수합병)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3사 체제로 재편됐다.
롯데케미칼은 PC 생산능력이 8만5000톤에 불과했으나 2015년 말 삼성SDI의 케미칼사업부를 인수해 롯데첨단소재를 출범시키면서 국내 생산능력 1위로 올라섰다.
롯데첨단소재 24만톤을 더해 총 32만5000톤을 가동함으로써 국내 생산능력의 50% 이상을 장악하며 경쟁력이 대폭 강화됐고 원료의 자가조달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첨단소재는 금호석유화학, 일본기업으로부터 주원료인 BPA(Bisphenol-A)를 공급받고 있으며 PC에 투입되는 DMC(Dimetyl Carbonate)는 2016년 10월부터 롯데케미칼로부터 6000톤을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롯데케미칼은 2017년 현대·기아자동차, BMW, 포드(Ford) 등 자동차 생산기업들에게 PP(Polypropylene)를 비롯해 롯데첨단소재의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PC 등을 통합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삼성SDI의 케미칼사업부를 인수함에 따라 생산능력이 떨어지는 LG화학과 삼양화성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커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LG화학은 Dow Chemical과 합작한 LG다우폴리카보네이트를 흡수합병해 PC 17만톤을 가동하고 있으며 BPA와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코스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양화성은 삼양사와 일본 Mitsubishi Chemical의 합작기업으로 PC 12만톤을 가동하고 있으며 BPA 전량을 삼양이노켐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PC 시장은 롯데케미칼이 빅딜을 추진하면서 경쟁력을 대폭 강화했으며 LG화학과 삼양화성은 BPA의 자체조달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Bayer은 농화학·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PC를 담당하는 화학소재사업부 Bayer MaterialScience를 2015년 9월 Covestro로 분사했다.
이에 따라 한국지사도 코베스트로코리아로 회사명을 변경했으며 고부가제품을 중심으로 PC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중국수요 증가에 스프레드 호조 “활짝”
PC는 수급타이트로 스프레드가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
전방산업의 안정적인 수요가 지속된 가운데 BPA가 공급과잉으로 하향화된 이후 꾸준히 상승하면서 2016년 중순부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PC는 BPA와의 스프레드가 톤당 1000달러 이상 벌어지면 수익성이 양호한 것으로 파악되며 2016년 5월 중순 이후부터는 1200-1300달러 이상을 형성하고 있다.
PC 가격은 일본 Teijin, 타이완 Formosa Idemitsu가 8-9월, LG화학 등 아시아 PC 생산기업들이 10월 정기보수를 실시한 영향으로 강세를 나타냈고 중국에서 여름철 음료수병용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승세를 지속했다.
2016년 하반기에는 PC가 톤당 2500-2600달러를 형성했고 BPA와의 스프레드도 1400달러에 육박하면서 국내 생산기업들의 영업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PC는 자동차, 가전,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의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원료의 하향화, 수급타이트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노후 플랜트 폐쇄에 신증설 지속
PC는 노후플랜트가 폐쇄된 가운데 신증설이 계속되고 있다.
PC는 일본기업들이 가동을 중단한 영향으로 아시아 공급이 줄었으나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신증설이 잇따라 추진되며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은 Idemitsu Kosan이 Chiba 소재 4만7000톤을 2013년 폐쇄했고, Teijin도 싱가폴 소재 22만5000톤을 점진적으로 폐쇄해 2015년 11월 영구폐쇄했다.
미국 Styron도 7만5000톤 플랜트를 2014년 폐쇄하는 등 경쟁력을 상실한 공장의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있다.
하지만, Mitsubishi Chemical, Sabic, Covestro 등 글로벌 메이저들이 중국에 현지화를 추진함에 따라 구조조정에 따른 공급부족이 2017-2018년 크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020년 중국의 PC 생산능력이 한국의 3배 이상 성장하고 글로벌 생산능력의 29%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폐쇄된 PC 플랜트들은 생산능력이 작아 신증설된 플랜트에 비해 코스트 경쟁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글로벌 메이저들이 중국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어 공급과잉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중국 자급률 확대 “불안”
국내 PC 시장은 중국이 자급률을 확대함에 따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PC 시장은 2015-2016년 호조를 나타냄에 따라 가동률을 회복했으며 수입포지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급률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PC는 BASF, Sabic, Mitsubishi Chemcial 등 글로벌 메이저가 공정기술을 독점 보유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으나 중국의 신증설로 범용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Mitsubishi Gas Chemical Engineering Plastics은 2015년 Shanghai 소재 PC 8만톤을 10만톤으로 증설했으며, 사우디 Sabic은 중국 Sinopec과 합작해 Tianjin 소재 26만톤을 2016년 상업화했다.
Covestro는 Shanghai 소재 PC 20만톤을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2016년 10월 20만톤을 추가로 증설함에 따라 생산능력이 40만톤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총 생산능력은 2016년 말을 기준으로 총 87만5000톤으로 집계되고 있다.
중국은 2017년 이후 PC 148만톤의 신증설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어 국내 생산기업들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생산능력이 가장 높은 롯데케미칼의 리스크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PC 수요는 32만-33만톤에 불과해 대부분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 수출비중이 2016년 기준으로 52%에 달해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중국의 PC 신증설 프로젝트가 모두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꾸준히 자급률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선제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BPA 수요비중이 2014년 에폭시수지 70%, PC 26%, 기타 4%로 나타났으나 PC용 투입이 증가함에 따라 2016년에는 에폭시수지 56%, PC 39%, 기타 5%를 형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멕시코·베트남 수출 증가도 “역부족”
국내 PC 시장은 수출 다변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어야 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중국 PC 수출은 2016년 30만8883톤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하고 있으나 중국이 자급률을 확대함에 따라 전년대비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멕시코, 베트남 수출이 증가함에 따라 중국 수출 부진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Ford, Toyota Motor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미국·캐나다 시장에 자동차를 무관세로 수출하기 위해 멕시코를 생산거점으로 활용함에 따라 멕시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멕시코 수출은 2016년 4만4433톤으로 35.2% 증가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자동차 생산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멕시코 수출도 낙관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트남은 스마트폰, 가전제품 공장 증가로 PC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수출량이 3만2044톤으로 56.3% 급증했으나 중국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시장 관계자는 “중국 PC 시장은 고급 그레이드를 중심으로 수입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멕시코, 베트남 수출이 증가했으나 중국을 대체할 만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용도 다변화로 수요 증가세
아시아 PC 수요는 컴퓨터, 계산기용이 둔화됐으나 스마트폰, TV, 자동차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PC는 내열·내충격성, 치수안정성, 광학특성, 성형가공성, 투명성, 강인성이 뛰어나 다양한 분야로 용도가 확대되면서 수요 증가가 확실시되고 있다.
글로벌 PC 수요비중은 2015년 전기·전자부품 및 사무용품 27%, 시트·필름 20%, 광데이터 18%, 자동차 15%, 의료·보안 3%, 기타 17%로 파악된다.
전기·전자부품용은 내충격성, 성형가공성 등의 장점을 활용해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복사기, 스마트폰, 테블릿PC의 내·외장재로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용은 투명성 및 내충격성을 활용해 헤드램프, 계기판, 내장재 등에 적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LED(Light Emitting Diode) 커버용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다만, PC는 내화학성, 가공성, 내마모성, 저온충격성이 취약해 다른 소재와의 조합을 통해 활용성을 높이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첨단소재는 PC와 ABS를 합금해 기계적 물성과 유동성을 강화시킨 PC/ABS Alloy를 생산해 자동차 내외장재, TV, 모니터 등에 적용하고 있다.
삼양사는 PC에 실리콘 화합물을 첨가해 저온 충격강도, 내화학성, 난연성 등을 향상시킨 실리콘(Silicon)-PC를 국산화했으며 스마트폰 케이스, 자동차 부품, 스포츠 헬멧 등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PC는 건물의 내·외장재 등 건축소재로도 주목되고 있다.
동신폴리켐은 유리 및 플래스틱의 단점을 보완한 PC 시트(Sheet)를 개발하는 등 건축용에 집중하고 있다.
건축용 PC시트는 동신폴리켐이 내수의 40%를 공급하고 있으며 투과율 및 채광이 우수해 에너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PC시트 시장은 외장재 수요 증가로 후발기업들의 진입이 증가해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며 베트남, 중남미, 멕시코 등 다양한 국가로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한편, PC는 전자여권용으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57%가 PC로 만든 전자여권을 사용하고 있으며 외교부는 2016년 6월 여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2020년부터 PC로 제조한 전자여권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PC로 신원정보면을 제작하고 레이저 각인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종이로 제작된 전자여권에 비해 위·변조가 어려워 보안성을 강화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현섭 기자: jh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