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배터리 내권식(제살깎아먹기) 경쟁 방지와 사고 및 화재 근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산업은 실수요와 생산능력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불균형이 일상화됐고 자동차 메이저의 배터리 구입가격 인하 공세에 밀려 수억위안대 적자를 기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배터리산업의 무질서한 경쟁과 비합리적 거래를 시정함은 물론 올바른 경쟁 환경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배터리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LiB(리튬이온전지) 품질 불량에 따른 소규모 화재를 비롯한 부작용이 일상화됨에 따라 새로운 자동차 배터리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전기자동차(EV)용 LiB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대책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사고 예방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준에 대응하지 못하는 배터리 및 소재 생산기업을 솎아내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2026년 7월부터 강화된 배터리 규제 시행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5년 3월 새로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안전에 대한 국가 강제표준을 발표했다.
2020년 공포한 자동차용 배터리 가이드라인을 강화한 것으로 2026년 7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규제로 평가된다.
기존의 화재·폭발 5분 전 경보 발령 조항은 발화 및 폭발 자체를 금지하는 것으로 수정하고 탑승자의 유해 연기 발생 차단
항목을 추가했으며, 배터리 화재 상당수가 단락(쇼트)에 따른 내부 과열이 원인이라는 점을 반영해 시험 항목에 기존의 외부 가열, 핀 천공에 내부 가열 테스트를 추가해 사고 예방을 강화했다.
중국의 배터리 안전 규제 강화에는 배터리 사고 근절과 함께 기준에 미달하는 배터리 생산기업을 걸러내 도태를 가속화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민간항공국은 2025년 6월28일부터 3C(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 인증 로고가 없거나 선명하지 않은 보조 배터리, 리콜 대상 보조 배터리의 비행기 기내 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국제선에는 3C 인증 로고가 없어도 반입이 허용된다.
민간항공국은 승객이 반입한 리튬 배터리를 원인으로 하는 기내 발화·연기 사고가 다발하고 있으며 주요 보조 배터리 생산
기업들이 리콜을 실시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보조 배터리가 비행기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주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민간항공국에 따르면, 2025년 7월까지 15건의 보조 배터리 발화·연기 사고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의 샘플 검사에서 149로트 가운데 65로트(43%)가 불합격 판정을 받는 등 저품질 배터리 유통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있다.
당국은 철도에는 보조 배터리 규제를 도입하지 않았으나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면 동일한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소재, 불공정 시장 구조로 공급망 붕괴 위기
로팔(Lopal)은 2025년 들어 주력인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사업에서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로팔은 후난위넝(Hunan Yuneng), 완런(Wanrun) 등과 함께 대표적인 LFP 양극재 메이저로 꼽히고 있다.
로팔은 2024년 LFP 양극재 출하량이 약 17만톤으로 중국에서도 상위권으로 분류된다. 관련 매출도 57억위안(약 1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LFP 거래가격이 급락하고 재고자산 평가액이 떨어지면서 2025년 상반기에는 순이익이 마이너스 7900만-9800만위안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해액도 영업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3원계용 전해액 평균 공급가격은 2025년 초 톤당 3만위안에서 최근 2만3000위안대로 떨어지면서 관련기업들이 줄줄이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2025년 들어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무질서한 경쟁과 불합리한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경쟁 구조 확립을 선언하고 강력하게 제살깎아먹기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7월1일에는 중앙재경위원회가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6차회의를 열고 법에 기초한 무질서한 공급가격 인하 방지와 낙후된 생산능력의 질서 있는 감축 등 경쟁관리 강화와 저효율 사업 도태 방침을 표명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치우시(Qiushi) 역시 평론을 통해 “과거에는 악성 경쟁이 주로 철강, 시멘트, 경공업 등 전통산업에 집중됐으나 현재는 태양광발전, LiB, 신에너지 자동차(NEV), 전자상거래(EC) 플랫폼 등 신흥산업이 출혈경쟁에 빠졌다”며 “신속하게 정비작업을 진행해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부정경쟁방지법 도입에도 효과 불확실
2025년 6월 전국인민대표대회는 10월15일부로 반부정경쟁법 개정안 시행을 결정했다.
반부정경쟁법의 제정 목적은 공정 경쟁을 장려·보호하고 부정경쟁 행위를 예방·금지해 산업계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제15조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중소기업에게 불합리한 지급 기한·방법·조건을 요구하거나 대금 지급을 지연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중국 정부는 6월1일 중소기업 대금지급 보장 조례 개정안도 시행했다. 정부·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급 지연을 막아 공정 거래와 현금흐름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내용이며 주요 자동차기업도 대상에 포함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오랫동안 지급 기한 장기화가 암묵적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납품 이후 수개월이 지급기한이며 추가로 6개월 어음을 발행하기는 등 실제로 최대 1년간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전 조례는 대기업의 지급 기한을 합리적 기간으로 모호하게 규정했으나 개정안은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급 기한을 물품·서비스 공급일로부터 60일 이내로 의무화했다.
최근 자동차기업들의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용 절감 압박과 지급기한 장기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국 자동차 부품·소재 공급기업들은 지급 기한이 60일 이내로 통일되면 현금 흐름과 경영 체질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자동차 1위 비야디(BYD)를 비롯한 주요 자동차기업들도 조례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업정보화부는 7월9일 중소 자동차 공급망을 위한 지급 지연 온라인 상담 창구를 개설하는 등 지급 관행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60일 조례 시행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났으나 여전히 실제 지급 기한은 예전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정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우성 선임기자: yy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