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PS, EPS, ABS의 원료로 사용되는 SM에 대해 반덤핑 혐의를 잡고 조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한국산을 비롯해 미국, 타이완 수입제품이 대상이다.
중국은 SM 순수입국으로 수요가 1000만톤을 넘고 있으나 300만-400만톤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반덤핑 혐의로 조사한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수입량이 막대한 만큼 수입단가가 낮아야 다운스트림을 저코스트로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기업들이 아우성을 처 중국 당국이 어찌할 수 없이 반덤핑에 나섰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한국산과 타이완산은 일상적으로 수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규제할 필요가 있고, 미국산은 일상적으로 수입되지는 않지만 공급과잉이 발생하면 저가에 수출하는 경향이 강해 제어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산 수입은 2014년 142만톤에서 2015년 121만톤, 2016년 123만톤으로 줄었으나 2017년에도 100만톤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한국산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 PS, ABS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한국산 SM을 반덤핑 혐의로 조사한다는 것은 반덤핑이 목적이 아니라 한국을 길들이기 위한 또다른 목적이 숨어있지 않나 의심하게 한다. 사드 보복의 제2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고 또다른 석유화학제품으로 전선을 확대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물론 한국, 타이완, 미국기업들이 저가공세를 폄으로써 중국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면 반덤핑으로 제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중국은 SM의 원료로 사용되는 에틸렌, 벤젠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중국 정부가 에틸렌 및 벤젠의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수가격을 국제가격보다 높게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것은 개발도상국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으로 투자 유치의 일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체적인 원료 코스트 감축 노력도 없이 느닷없이 반덤핑 타령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국내기업들이 4-5년 동안 에틸렌 고공행진의 덕을 톡톡히 본 것도 사실은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화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일부 제기되고 있다.
다만, 2016년까지 톤당 1500-1600달러로 고공행진을 계속했던 SM 현물가격이 2017년 들어 110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점은 중국기업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년에는 3월부터 정기보수를 집중시킴으로써 현물가격 폭등을 유발시켰지만 2017년 들어서는 정기보수가 본격화된 3월에도 일시적으로 반등했을 뿐 반응이 없었다.
중국기업 입장에서는 답답했을 것이고 중국 수입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타이완, 미국산 수입을 규제할 필요성이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판단은 잘못된 것으로, 에틸렌 및 벤젠 코스트를 낮추어 경쟁에 나서야지 수입가격이 낮다고 반덤핑에 나서는 것은 억지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특별히 중국에만 저가에 공급하는 것도 아닌 판에…
중국은 과거에도 한국산 PTA 수입가격이 너무 낮아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덤핑으로 판정했고 국내기업들은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중국은 2010년 8월 한국산 PTA에 5년간 2.6-11.2%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고 2016년 5년 연장함으로써 2010년 286만톤에 달했던 중국 수출량이 2016년 9만톤으로 격감했다.
SM 역시 수입을 규제할 수는 있으나 수입의존도가 너무 높아 PTA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은 석유화학 관련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치를 선행할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