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폐쇄를 놓고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원전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해 폐쇄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고 발표했으나 반대 진영에서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임의 위원회가 국가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전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지고 결정하라는 것이다.
특히, 공론화위원회나 시민배심원단은 원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공론화위원회 위원 9명의 면면을 살펴보아도 원전과는 거래가 먼 인사가 대부분이어서 원전 폐쇄 여부를 어떠한 방법으로 결정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시민배심원단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아직 구성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지적할 수는 없으나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모집할 수밖에 없어 자칫 군중심리에 영향을 받는 인민재판의 성격이 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25 전쟁 당시 남한을 침공한 북한군이 행정단위 또는 마을단위로 친북한 인민위원회를 구성하고 남한 정부에 협조적이거나 북한 정권에 비판적인 적색분자를 수도 없이 색출한 후 인민재판에 넘겨 죽창으로 살해한 사건은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무력으로 권력을 장악한 인민위원회에 어느 누가 반기를 들 수 있을 것이며,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은 기대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닐지라도 친인척에게까지도 죽창을 들이대지 않을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가 강요됐다고 한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민주적인 선출 과정을 거쳐 탄생했고 국민의 지지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니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 원전 자체가 평가를 요할 정도로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원전 폐쇄 여부를 대의기관인 국회를 통해 결정하거나 최종적으로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고 임의 위원회를 통해 결정토록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임명한 인사들이 국민을 대표할 수는 없고, 또 국가의 장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를 좌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원전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환경·안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가 그렇고, 후쿠시마 원전도 마찬가지이다. 자칫 잘못하면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에너지의 생산 효율성이 높아 에너지원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원전을 대체할만한 대안을 찾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풍력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나 소음문제가 도사리고 있고, 태양광발전도 입지나 코스트 효율성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화학기업들도 풍력발전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상당한 타격을 입고 꿈을 접은 지 오래됐고 태양광발전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환경오염이 심각한 영산강 치수사업을 먼저 시행한 후 영산강 치수 경험을 토대로 다음 정권이 한강, 낙동강, 금강 치수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장기전략을 추진했다면 어떠했을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복지확대, 부자증세, 탈원전 정책도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문제로 장기전략 없이 일방적 밀어붙이기를 계속한다면 이명박 정권과 다를 것이 없다는 점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지율 80%를 과신한 나머지 국민의 대의를 무시하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