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기업들이 전기요금이 저렴한 심야에 전기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전력은 전기 사용량이 적은 오후 11시-오전 9시를 경부하 시간대로 설정해 전기요금을 대폭 할인해주고 있다.
전력 피크 때의 수요를 분산시키고 24시간 돌려야 하는 원자력발전 및 석탄발전의 남아도는 전기를 소모하기 위한 것이나 최근에는 제조업의 사용량이 늘어나 발전단가가 높은 LNG(액화천연가스)까지 돌리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을 포함해 대부분 제조업 생산기업들은 요금제의 허점을 노리고 경부하 시간대에 전력 사용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 기준 경부하 시간대 전기요금이 53.7-61.6원으로 중간부하 106.6-114.5원, 최대부하 178.7-196.6원에 비해 최대 3.7배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16년 산업용 전력 판매량 2억788만MWh 가운데 경부하 시간대 사용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억3941만MWh로 50%를 장악했다.
반면, 일반적으로 3-10월 기준으로 전기 사용량이 많은 오전 10시-오후 12시와 오후 1-5시 등 최대부하 시간대 사용량은 5298만MWh로 19%에 그쳤다. 경부하와 최대부하 시간대를 제외한 중간부하 시간대 사용량도 8644만MWh로 31%에 그쳐 경부하 시간대 사용량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특히 대기업의 전력 사용 시간대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을 포함해 계약전력 300kWh 이상 조건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계약한 곳은 4만4414곳으로 전체 산업용 전기요금 계약기업 수 40만5771곳의 10.9%에 불과하지만 연간 전력판매량이 2억5569만MW로 전체 산업용 전력 판매량의 91.7%에 달했다.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교수는 “중소기업은 경부하 요금이 저렴해도 부하 조정능력이 부족해 밤에 공장을 가동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석유화학‧철강‧전기전자 대기업들은 24시간 가동체제를 갖추고 부하 조정이 가능해 일정 시간대 요금을 고정시키면 혜택만 주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송일근 전력연구원 부원장도 “경부하 등 시간대별 요금제는 1973년 오일쇼크 이후 전력의 비효율화를 해소하기 위해 1977년 도입됐다”며 “정상적이라면 중간부하 시간대가 가장 많아야 하고 경부하 및 최대부하가 비슷한 수준으로 나와야 하는데 정책이 무언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전력 시장에서는 경부하 시간대에 집중된 수요를 줄이기 위해 경부하 시간대 전기요금 인상 및 최대부하 시간대 전기요금 소폭 인하 등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강윤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