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2017년 9월3일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하던 날 우리는 한숨을 쉬는 것 말고는 할 말을 잃었고 딱히 더 이상 할 일도 없었다. 한반도가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 말고는…
인공지진 강도가 4.7이었느니, 5.7이었느니, 아니 6이 넘었느니 논하는 것조차도 사치에 불과할 정도이다. 원폭을 넘어 수소폭탄으로 무장한 김정은 정권이 남한에 EMP(전자기 펄스) 공격을 감행하는 날 불바다를 넘어 석기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고 하니 끔찍하기 그지없다.
북한은 핵실험 이전 수소폭탄 모형을 공개하면서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 공격까지 가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전투를 언급했다고 한다. EMP는 핵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강력한 전자기 폭풍으로 반도체로 작동하는 모든 전자기기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에 자동차 등 교통수단, 금융기관, 병원, 통신시설 등 모든 기간시설이 멈추거나 오작동을 일으켜 사실상 석기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서울 상공 100km에서 100kt급 핵폭탄이 폭발하면 남쪽 방향을 향해 최대 170km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하니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한국은 일부 군 시설을 제외하고는 EMP 방호시설이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미국도 핵미사일이 400km 상공에서 폭발하면 미국 전역이 영향권에 들어가고 국가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문가의 설명 앞에서는 분노를 넘어 공포가 엄습해오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
수차에 걸쳐 언급한대로 군사행동에 들어가거나 북한과 타협하는 2가지 방안 외에는 선뜻 떠오르는 해결책이 없다. 군사행동이든, 협상이든 코리아 패싱(남한의 의사를 무시한 채 결정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이미 현실화됐고 한반도 운명을 끌어가는 운전대는 이미 우리의 손을 떠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 원유를 중심으로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는 고육지책을 사용하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최후의 카드를 생각해볼 수도 있으나 중국 정부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흔쾌히 받아들일지 의문이고, 북한이 국제적 압박을 빌미로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 정권이 백기를 들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점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한반도를 속국으로 여겨 조공을 바치도록 압박했고, 오늘날에도 그리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을 미국 및 일본과 대치하는 최후의 방어선으로 설정하고 미국이 직접적으로 중국과 대치하는 것을 막아내는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즉, 북한이 약하면 방어선이 뚫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강력한 무엇을 바탕으로 미국의 대륙 진출을 저지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핵무장을 겉으로는 반대하는 척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용인하는 이중전략을 펴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다시 말해 미국이 중국을 강력히 견제함으로써 중국 자체가 더 이상 성장·발전할 수 없다고 인식하게 만들지 않고서는 김정은 정권의 핵 장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든든한 방어막을 스스로 걷어찰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김정은 정권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미국이 북한 핵의 근원이 무엇인지 정확히 꿰뚫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