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제가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의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2017년 3월21일 「여성건강을 위한 안전한 월경용품 토론회」에서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유해물질 검출시험 결과 약 200종의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TVOCs)이 방출됐으며 벤젠(Benzene), 스타이렌(Styrene) 등 독성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생리대 성분 가운데 유해물질 검출의 원인으로 작용한 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접착제로 사용된 SBC (Styrene Butadiene Copolymer)가 유력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SBC를 유기용매에 녹여 접착제로 사용했을 것”이라며 “제조과정에서 투입된 유독성 용매가 모두 증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생리대에 채용하는 접착제는 핫멜트(Hot-Melt)계이기 때문에 용매를 함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핫멜트 접착제는 상온에서 고체로 존재하는 물질로 용매에 용해하거나 분산시키지 않고 100% 고체만을 용융해 사용하고 있으며 비교적 내열성이 약하고 접착강도가 낮지만 작업공간이 적고 접착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핫멜트 접착제를 공급하고 있는 헨켈(Henkel)은 “SBC는 100% 고형분을 가열해 액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용매를 투입하지 않는다”며 “핫멜트 접착제는 글로벌 위생용품에 채용되고 있으며 피부에 직접 부착하는 의료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환경독성보건학회 임종한 회장은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핫멜트 접착제도 제조공정에서 유해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어떠한 소재든지 유해물질 검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접착제에서 검출된 유해물질로 생리대의 위해성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생리대는 구조상 외부의 접착제 부분이 방수필름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접착제에서 TVOCs가 발생해도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시험을 진행한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김만구 교수는 “일반적으로 생리대는 커버, 날개, 흡수체, 방수막, 접착면 등으로 구성돼 있다”며 “대부분 접착면이 생리대 외부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피부와 닿는 내부에도 접착제를 사용한 곳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생리대 내부에 점선처럼 파인 홈이 핫멜트 접착제를 사용한 부분”이라며 “샘 방지선이라고 불리지만 생리대 각 층을 고정하는 기능이 더 크다”고 덕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유해물질 검출만으로 위해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9월 말 1차 위해성 평가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위생용품 접착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며 또다른 접착소재인 수소 첨가 석유수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첨 DCPD(Dicyclopentadiene) 수지의 위해성 평가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이 확산돼 외부에 위해성 평가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수첨 석유수지는 나프타(Naphtha) 분해과정에서 생성되는 C5 석유수지에 수소를 첨가한 것으로 무색, 무취, 무독성이 장점으로 꼽히며 위생용품, 산업용 접착제 원료로 널리 채용되고 있다.
스타이렌계 열가소성 엘라스토머(TPE: Thermoplastic Elastomer)인 SBS(Styrene Butadiene Styrene), SIS(Styrene Isoprene Styrene), SEBS(Styrene Ethylene Butadiene Styrene) 등과 혼합해 다양한 물성을 구현함에 따라 유해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채용된 위생용품용 접착제가 공개되지 않아 평가 결과가 발표돼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접착제는 중국, 인디아, 러시아 등에서 위생용품 수요가 급증하고 선진국에서도 성인용 기저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시장규모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위해성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면 전망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유해물질 논란으로 대체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유기농제품 역시 접착제로 SBC, 수첨 석유수지 등을 채용하고 있어 흡수체인 SAP(Super Absorbent Polymer)보다 수요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임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