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AP(Super Absorbent Polymer) 시장은 기저귀용 수요를 타고 급성장하고 있지만 2019년 이후에는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SAP 시장은 2016년 250만톤으로 전년대비 20만톤 확대됐으며 신흥국의 기저귀 사용 인구가 늘어나고 선진국에서도 고령화를 타고 성인용 기저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연평균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SAP 생산능력은 LG화학 36만톤, Sumitomo Seika Polymers(SSP) 5만9000톤, 송원산업 5000톤으로 LG화학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기업들이 시장 성장을 계기로 일제히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LG화학은 원료 아크릴산(Acrylic Acid) 침체로 발목을 잡혀 사업 전망이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17년 여름 이후 여성용 위생용품의 유해문제가 불거지면서 면 생리대 사용이 늘어나 SAP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생리대, 화학물질 검출로 공포 확산…
SAP는 인체에 무해한 그레이드를 생산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분해되거나 피부 적합성이 우수한 친환경 소재에 관한 특허 출원이 증가하고 있으나 위생용품 수요가 줄어들 위기에 처해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2017년 3월21일 「여성건강을 위한 안전한 월경용품 토론회」에서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유해물질 검출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체온과 같은 환경의 밀폐공간에서 어떠한 화학물질을 방출하는지 측정한 실험으로 약 200종의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TVOCs)이 방출됐고 벤젠(Benzene), 스타이렌(Styrene) 등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큰 논란이 제기됐다.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유해성과 위해성은 엄연히 다른 의미”라며 “검출실험은 일회용 생리대와 건강 부작용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나 위해성에 대해서는 추가 실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건강 문제의 원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생리대 전제품의 안전성 검사를 촉구하기 위한 사전조사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물질이 없는 이상 SAP는 특별한 유해성이 우려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화학물질에 관한 경계심이 높아지며 SAP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SAP가 탐폰 독성쇼크 증후군의 주원인이었던 것이 알려지며 면생리대, 생리컵등 대체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독성쇼크 증후군은 생리 중 탐폰을 사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흡수력이 좋을수록 장시간 사용하기 때문에 세균 번식 위험성이 커져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SAP는 상당한 양의 수분이 흡수된 후에도 외부에서 습기를 느끼기 어려워 세균 증식 등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력방향으로 과도하게 혈액을 흡수시키기 때문에 생리통을 가중시키거나 질 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전성분 표기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흡수체에 어떠한 물질을 채용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P&G의 Whisper Cosmo는 흡수체로 Flex Foam을 채용하고 있으며 수입제품 가운데 핀란드 Delipap Oy의 Vuokkoset, 이태리 Corman의 Organyc, 영국 Natra Care의 생리대 등은 SAP가 아닌 생분해성 흡수체를 채용하고 있으나 정확한 물질명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생분해성 흡수체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생산하는 PLA(Polylactic Acid) 등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제기되고 있다.
다만, SAP는 기저귀 시장이 연평균 8% 성장하고 있어 여성 위생용품 수요가 감소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도 등장하고 있다.
기저귀 보급률은 2016년 아시아가 21%, 중국이 38%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SAP는 아시아 수요가 2014년 77만톤에서 2016년 96만톤으로 증가했으며 중국은 30만톤에서 37만톤으로 7만톤 늘어났다.
SSP 증설에 송원산업은?
SAP는 자체 무게의 수백배에 달하는 액체를 흡수할 수 있어 기저귀, 여성 위생용품 등 위생용품의 흡수체, 보냉·보온용 팩, 농업용 토양 개질제 등으로 채용되고 있다.
국내시장은 생산량 가운데 90% 가량을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소득수준 향상과 산아제한 정책 완화로 기저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수요비중은 기저귀용이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고 생리대 25%, 성인용 기저귀 5%로 추산되고 있다.
위생용품으로 채용되는 SAP 수요는 15만톤 수준으로 출생률 하락에 따라 시장 위축이 우려되지만 고령화 영향으로 성인용 기저귀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송원산업이 5000톤, LG화학이 2015년 8만톤을 증설해 36만톤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SSP가 2016년 9월 여수 소재 5만9000톤 플랜트를 상업가동하고 풀가동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SSP는 가동률이 100%를 유지하자 1년만에 800억원을 추가 투자해 2018년 12월 가동을 목표로 여수 플랜트를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SSP는 원료인 아크릴산을 LG화학의 여수 플랜트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SSP 관계자는 “원료 수급현황을 밝힐 수는 없으나 아크릴산 공급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송원산업 역시 LG화학으로부터 아크릴산을 공급받고 있으나 생산능력 차이가 커 LG화학, SSP에 비해 코스트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고 증설 결정 또한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LG화학, 매출 1조원대 달성 어렵다!
LG화학은 2008년 코오롱인더스트리로부터 김천 소재 SAP 7만2000톤 플랜트를 인수하면서 SAP 사업에 진출했으며 수요가 호조를 나타내자 2011년 여수 3만6000톤 추가 건설, 2012년 7만2000톤 증설, 2013년 8만톤, 2015년 8만톤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36만톤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13%까지 확대했다.
LG화학은 SAP를 주로 중국, 독일, 미국 등에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수요 신장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SAP 수요가 2011년 23만톤에서 2016년 37만톤으로 연평균 10% 이상 급성장했으며 기저귀 보급률이 38% 수준에 불과한 가운데 2016년부터 한자녀 정책이 폐지됨에 따라 2020년 수요가 55만톤에 육박하는 등 성장잠재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유통기업들은 한자녀 정책 폐지 이후 인터넷 등을 통해 기저귀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인구밀도 상 본래 연안부에 집중됐던 기저귀 수요가 내륙지방까지 확대되며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수출용으로 시장의 니즈를 반영해 수분 흡수속도를 높인 그레이드를 개발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지리적 특성에 맞추어 기능성을 추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크릴산 사업이 SAP 사업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2004년 국내 최초로 아크릴산 촉매와 제조공정 기술까지 전 공정을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함에 따라 아크릴산 사업에 진출했으며 2008년 진출한 SAP와 함께 일괄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아크릴산은 세계적으로 독일 BASF, 미국 Dow Chemical, 일본 Nippon Shokubai 등 일부 메이저만이 고유의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LG화학의 국산화에 기대가 높았다.
또 LG화학이 2015년 51만톤 체제를 완성함에 따라 글로벌 시장 장악력 확대가 기대됐다.
하지만, 아크릴산은 2015년 이후 세계 각국에서 다운스트림인 에스테르(Ester), SAP 수요가 둔화되고 기존 메이저들 뿐만 아니라 중국 Shanghai Huayi, Zhejiang Satellite 등이 대규모 생산체제를 갖춤에 따라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아크릴산 사업이 적자경영을 지속하고 있으며 SAP 사업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한 것으로 판단된다.
LG화학은 SAP 매출을 2018년까지 1조원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글로벌 수요 부진, 아크릴산 적자경영 등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LG화학 외에는 SK종합화학이 2014년 8월 일본 Mitsubishi Chemical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2016년까지 울산에 아크릴산 16만톤 플랜트를 건설하고 SAP 생산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투자를 보류했다.
한화케미칼도 여수에 SAP 1600톤 파일럿 플랜트를 건설하고 중국산 아크릴산을 도입해 시험가동했으나 공정기술 및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아크릴산 생산기업은 LG화학이 유일하며 한화케미칼이 SAP 사업에 진출하면 경쟁기업인 LG화학으로부터 아크릴산을 조달하거나 중국산, 일본산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일본산은 수입가격이 높고 중국산은 품질이 떨어져 프리미엄 기저귀 시장 공략에는 적합하지 않아 수입을 주저한 것으로 알려졌다.<강윤화·임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