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산업에 신세대 돌풍이 불어닥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960-1970년대에 산업부흥을 이끌었던 제1세대가 소임을 완수한데 이어 1980-2000년대에 제2세대가 산업발전을 정착시켰다면 제3세대는 지금까지의 틀을 깨고 산업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1세대는 우리나라에 없던 산업을 만들고 부흥시킨 정주영, 이병철로 대표되는 모험가들로 산업의 뿌리를 내리게 했다는 점에서, 제2세대는 선대를 이어 산업을 발전시키고 세계화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면, 제3세대는 누구인가?
흔히, 재벌의 3세대라고 하면 미국에서 유명대학이나 MBA를 나와 선진문물에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았을 때 선대들이 고생해 이룩한 제조업을 회피할 뿐만 아니라 금융업이나 서비스업을 선호하는, 이른바 자본화된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고생이 무엇인지 모를 뿐만 아니라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의욕도 없고 오직 돈으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부류로 평가되면서 긍정적인 면 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갖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는가 하면 회사를 이끌어갈 능력을 갖추지 못해 경영권을 물려받은 지 얼마되지 않아 회사를 거덜내거나 혹은 매각한 자금으로 돈놀이에 재미를 느끼고 부동산에 투자해 투기광풍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평가절하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물려받은 제3세대들은 많은 수가 선대의 구시대적 경영관념에서 벗어나 전문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선진기술을 도입하거나 개발함으로써 선진기업들과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제3세대가 아니라 중소기업을 승계받은 제2세대들이 대부분이다.
화학산업계에서는 정밀화학이나 스페셜티케미칼에 속하는 부문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많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점·접착제가 그렇고 플래스틱 컴파운딩 및 전자·반도체용 화학제품, 자동차용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발전하는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옛날의 중소 화학기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술혁신에 그치지 않고 경영혁신에도 나서 중소기업의 틀을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곳이 많다. 매출이 100억-1000억원으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내실을 다져가는 것으로 볼 때 머지않아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국내 화학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대기업들이 경제와 산업을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출이 크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전문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전자·반도체용 화학소재를 넘어 에너지, 자동차 소재를 개발하고 전문화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면서 중국이 일본을 배척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도 기술적으로 따라갈 수 없고 일본산이 아니면 생산차질이 불가피했기 때문으로, 일시적으로 자동차 등 소비재가 타격을 입었지만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소기업을 물려받은 제2세대들이 범용 중심의 생산 시스템에서 탈피해 특수소재를 개발하고 기술을 차별화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다면 중국이 사드보복 운운해도 하등에 겁먹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화학산업에 불고 있는 제2세대 돌풍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두가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