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전기자동차(EV) 보급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자동차기업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무공해 자동차(ZEV: Zero Emission Vehicle) 규제,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NEV: New Energy Vehicle) 규제에 따라 EV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도 2040년부터 가솔린·디젤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할 방침이라고 2017년 7월 표명했고 중국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V를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Tesla)는 고급모델 「Model S」에 이어 판매가격을 3만5000달러까지 낮춘 보급형 「Model 3」를 2017년 7월 말부터 공급하기 시작했다.
부유층 뿐만 아니라 일반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예약물량이 50만대에 달했으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생산 지옥(Production Hell)에 빠져 있다”고 표현했을 만큼 대량생산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하지만, 2015년 배기가스 조작으로 디젤 게이트 논란을 일으킨 폭스바겐(Volkswagen)은 2025년까지 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EV)를 30종 이상 출시할 방침이라고 2017년 밝혔고 벤츠(Daimler Bents), BMW도 동일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후 2030년까지 EV 개발에 200억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함과 동시에 EV 및 PHEV 출시목표를 EV 50종 이상, PHEV 30종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에서도 닛산자동차(Nissan Motor)가 2017년 10월 「Leaf」 2세대 모델을 출시했고 EV에서 뒤처진 혼다(Honda)도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양산형 「Urban EV Concept」를 공개했다.
중국, 자동차산업 육성 목표로 NEV 도입
중국 정부는 2019년 미국의 ZEV 규제를 본뜬 NEV 규제를 시작한다.
ZEV 규제와 마찬가지로 2018년부터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중국기업들의 대응이 미비해 2019년으로 연기했다.
NEV 규제는 가솔린자동차 생산·수입량이 3만대 이상인 자동차기업을 대상으로 NEV 판매를 일정비율 의무화하는 제도로, NEV에는 하이브리드자동차(HEV)를 제외한 PHEV, EV, 연료전기자동차(FCV)가 포함된다.
HEV는 EV에 비해 사용하기 편리한 이점이 있으나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와 혼다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중국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목적으로 NEV 대상에서 제외했다.
PHEV는 엔진을 탑재해 HEV와 마찬가지로 일본기업의 경쟁력이 높지만 EV 주행이 가능함에 따라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기업 가운데서는 BYD만 유일하게 PHEV를 판매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EV에 집중하고 있다.
2018년부터 한층 강화되는 ZEV 규제 역시 대상차량에 PHEV, EV, FCV를 포함시키고 HEV는 제외했다.
베이징(Beijing), 상하이(Shanghai) 등 대도시권에서는 가솔린자동차의 번호판을 추첨으로 발행하고 있으며 최근 경쟁률이 800대1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소비자들이 가솔린자동차를 거의 구입할 수 없도록 제한하면서 EV 구입이 용이한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EV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중국은 자동차 대국이 아닌 강국을 표방하면서 일본, 유럽, 미국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엔진 기술로는 일본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인식 아래 엔진이 없는 EV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및 배터리 생산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을 제정하는 등 중국기업에 대한 우대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은 EV용 배터리 인증제도로, 인증 받지 못한 배터리를 채용한 EV는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토록 하고 있으며 삼성SDI와 LG화학은 물론 일본 등 해외기업들이 잇따라 인증을 신청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국내기업에 대해서는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중국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기업을 배제하고 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NEV 규제의 친환경자동차 라이선스 제도도 해외기업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최근 독일과 중국의 합작기업 Volkswagen- JAC가 라이선스 취득에 성공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도요타, 혼다, 닛산은 여전히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친환경 자동차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도 악화되고 있다.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2017년 1-8월 전년동기대비 45% 급감했고 Beijing Automobile Works(BAW)와 합작이 해소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EV, 성능·가치 향상이 필수적
ZEV 규제는 일정비율의 EV 판매를 의무화하는 제도로, EV를 생산하더라도 판매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의욕이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1998년 미국, 일본의 3대 자동차 메이저를 대상으로 전체 판매량 가운데 2% 이상을 EV로 판매하도록 요구하는 ZEV 규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와 혼다는 1997년 캘리포니아에 EV 약 400만대를 공급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당시 양사가 탑재한 니켈수소전지는 용량이 27kWh, 항속거리가 일본 JC08 모드 기준 215km, 충전시간이 약 8시간이었다.
가격이 높아 리스 판매에 주력했음에도 짧은 항속거리, 긴 충전시간, 충전 인프라 미비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캘리포니아에서 EV가 자취를 감추었다.
20년이 경과한 최근에는 항속거리가 400km에 달하는 EV가 등장했다.
다만, 여름철 에어컨 사용을 전제로 하면 실제로는 300km 가량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EV 중에서는 고성능에 포함되나 가솔린자동차 및 HEV에 비해서는 아직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급속충전 인프라가 서서히 정비되고 있으나 가정용 충전기 보급과 충전시간은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자동차 가격은 LiB(Lithium-ion Battery)를 중심으로 대폭 하락했다.
자동차 가격은 1997년 약 2억5000만원에서 최근 3000만-4000만원으로, 배터리는 kWh당 약 200만원에서 2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LiB는 앞으로 15만원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EV는 여전히 가솔린자동차 및 HEV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기업들은 치열한 개발경쟁 속에서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수 있도록 EV의 가치를 향상시킬 것이 요구되고 있다.
EV는 중고차 시장에서 동일한 연식, 동일한 가격대의 가솔린자동차 및 HEV에 비해 하락폭이 큰 것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배터리가 열화됨과 동시에 항속거리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가치가 낮아지면 신제품에도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가솔린자동차 및 HEV 중에서도 중고차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브랜드는 신차 시장에서도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V는 배터리 열화를 제어하는 소재 및 배터리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자동차기업들은 신차 뿐만 아니라 중고차 시장에서도 매력을 유지할 수 있는 EV 개발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LiB, 과잉투자 가능성도 고려해야…
EV는 배터리 및 관련소재 생산기업에게 리스크를 안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9년 미츠비시자동차의 「i-MiEV」, 2010년 닛산자동차의 Leaf가 시장에 투입되기에 앞서 배터리 및 소재 생산기업들이 자동차기업의 EV 판매목표에 맞추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닛산자동차는 2011-2016년 EV 판매량이 약 42만대로 목표치인 150만대의 30% 수준에 그쳤다.
목표를 설정한 근거에 오류가 있었거나 기대감이 과도했기 때문으로, 배터리 및 소재 생산기업들은 결과적으로 자동차기업의 지나친 목표에 대응해 과잉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도 자동차기업은 배터리 생산기업을 대상으로, 배터리 생산기업은 소재 생산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각각 중국 Xian과 Nanjing에 LiB 공장을 건설했으나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을 취득하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다.
양사는 새롭게 유럽에 진출해 현지 자동차기업을 중심으로 수요처를 개척하고 있다.
LG화학은 폴란드에 약 4000억원을 투입해 2017년 말 LiB 공장을 완공·가동한데 이어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SDI도 2018년 가동을 목표로 헝가리에 약 4000억원을 투입해 LiB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글로벌 생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서산공장의 LiB 생산능력을 1.1GWh에서 3.9GWh로 확대하기 위해 약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헝가리에도 약 8400억원을 투입해 2020년 양산을 목표로 7.5GWh에 달하는 대규모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중국 CATL과 BYD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BYD는 중국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EV버스 공급을 시작으로 유럽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LiB 사업도 유럽시장 공략을 계획하고 있으나 특허 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CATL은 BMW,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와도 LiB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드 보복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국내기업이 배제된 틈을 누비며 성장하고 있다.
CATL은 2030년까지 LiB 생산능력을 150GWh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한국 및 일본기업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V 및 PHEV는 안전성 문제를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테슬라의 Model S는 2013년 미국에서 5번의 화재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으며 2016년에는 프랑스 시승회에서 주행 중 화재가 일어나 전소된 바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에서도 2010년 이후 LiB를 탑재한 택시, 승용차, EV버스에서 화재사고가 다수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의 안전성·신뢰성 향상을 목표로 라이선스를 발행하고 있으며 LiB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 7월에는 독일이 주도한 국제연합(UN) 규칙 ECE R-100.02 Part2가 발효됐다. 배터리팩 압쇄시험, 외부단락시험, 내화시험 등 9개 평가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FCV, 불확실성 높아 개발열풍 “주춤”
연료전지를 이용하는 FCV는 개발 열풍이 잠잠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EV 보급에 집중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FCV는 1990년대 GM(제너럴모터스)과 벤츠가 적극적으로 개발을 추진했으나 최근에는 HEV와 마찬가지로 도요타자동차와 혼다가 2강을 이루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2014년 12월 세계 최초로 FCV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혼다는 2016년 3월 5인승 중형세단 모델을 출시했다.
FCV는 도요타자동차와 혼다만 상용모델을 공개해 큰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ZEV 및 NEV 규제의 크레딧이 하향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기업들은 일제히 FCV에 대한 방침을 변경하고 있다.
BMW는 도요타자동차, GM은 혼다, 벤츠는 닛산자동차와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단독 사업화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공동사업화 방향으로 전환했으나 닛산자동차는 FCV 개발을 거의 중단한 상태이며, 도요타자동차와 혼다도 EV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까지 FCV 10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나 기술개발이 늦어지자 2018년 200만대로 하향 수정했다. 하지만, 2018년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임이 드러나 일본 정부는 2030년 FCV 보급목표를 80만대로 대폭 낮추었다.
수소 충전소는 설치비용이 무려 20억-30억원에 달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연료코스트에 대한 우위성을 찾기 어렵고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수소 제조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하는 등 많은 딜레마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FCV는 보급 장벽이 매우 높아 도요타자동차는 2014년 FCV 「MIRAI」를 발표할 당시 “가까운 미래 궁극의 친환경 자동차”라고 표현했으나 최근에는 “먼 미래의 친환경 자동차”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