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의 틈바구니에서 화학산업은 어디로 가야할까?
미국이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중국도 미국산 500억달러에 보복관세 25%를 부과한다고 반격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무역전쟁을 선포한 후 협상을 통해 봉합하는 듯했으나 6월15일 백악관이 중국산 818개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중국 국무원도 6월16일 미국산 659개 수입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며 보복에 나섰다.
미국은 로봇, 항공장비, 신소재, 전기자동차 등 첨단기술제품을 중심으로 중국산 수입규제에 나서는 반면, 중국은 농산물, 수산물 중심으로 7월6일부터 관세를 적용한다.
특히, 중국은 2차 규제대상 114개 품목으로 화학제품, 의료설비, 에너지제품을 예고해 미·중 무역전쟁이 화학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면 미국 및 중국 수출 의존도가 매우 큰 전자·기계를 중심으로 국내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화학산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풍랑에 휩싸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TV, 휴대폰을 1차 관세 부과대상으로 지정하지는 않아 당장은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부과대상을 전자제품 전반으로 확대하면 중국이 전자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한국에서 수입하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비롯해 전자용 화학소재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제조업 육성정책 「중국 제조 2025」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첨단기술제품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을 노골화하고 있어 전자제품이 최대 규제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2차 대상으로 미국산 화학제품을 포함시키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셰일혁명을 바탕으로 원료코스트 경쟁력이 크게 올라간 미국산 에틸렌, PE 수입을 규제하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도 있으나 갈 곳을 잃은 미국산이 동남아, 인디아, 유럽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유럽산을 아시아 시장으로 내몰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산 수입규제로 직접적인 타격에서 벗어나 일시적으로 수출가격이 상승할 수는 있으나 결코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석유화학제품은 전체 생산량의 5% 정도가 수출입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산 저코스트 과잉물량이 유럽 및 아시아 시장에 유입되면 아시아 가격이 폭락의 도미노 현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당장 국제유가를 비롯해 금속·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해 수입부담을 덜 수 있게 됐지만 그리 즐거워 할 일은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공급과잉이 겹치면 원료코스트 하락을 넘어선 국제가격 폭락현상이 일어나 수익성을 대폭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경제는 이미 생산·투자·소비·고용 악화로 4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버팀목인 수출까지 직격탄을 맞으면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에 대응해 구체적 대응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