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노벨화학상의 영예는 진화의 힘을 활용해 항체와 효소를 연구개발(R&D)함으로써 인류에 공헌한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월3일(현지시간) 프랜시스 H. 아널드(62: 캘리포니아공과대학)와 조지 P. 스미스(77: 미주리대학), 영국의 그레고리 P. 윈터(67: 케임브리지대학 MRC분자생물학연구소) 경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201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은 인류를 가장 이롭게 하기 위해 진화를 제어(Control)하고 활용해왔다”며 “수상자들은 진화의 힘에서 영감을 받았고 유전적 변이와 선택이라는 동일한 원리를 인류의 화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단백질을 개발하는데 사용했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아널드는 효소의 유도 진화(Directed Evolution of Enzymes)를, 나머지 2명은 항체와 펩타이드의 파지 디스플레이(Phage Display of Peptides & Antibodies)를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미국 아널드는 9년만에 탄생한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마리 퀴리(1911년 수상), 퀴리의 딸인 이렌 졸리오퀴리(1935년), 도러시 크로풋 호지킨(1964년), 아다 요나트(2009년 수상)에 이어 역대 5번째 여성 수상자이다.
2018년 화학상 수상자들은 진화의 원리를 활용해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단백질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효소는 생체에서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단백질로, 아널드는 1993년 효소의 유도진화 작업에 처음 성공했다.
효소 연구는 기존 산업에 쓰였던 독성 촉매를 대체함으로써 의약품과 같은 화학물질을 보다 환경친화적으로 생산하고 재생가능한 수송연료를 생산하는데 이바지했다.
스미스는 세균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새로운 단백질을 진화시킬 수 있는 파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진전시켰으며 윈터도 항체의 유도진화에 파지 디스플레이를 활용했다.
파지 디스플레이 방식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약물이 류머티스성 관절염에 쓰이는 아달리무맙(Adalimumab)으로,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 휴미라(Humira)의 원조이다.
이후 파지 디스플레이는 독소 중화, 자가면역질환 대응, 전이성 암 치료 기능을 하는 항체 생산에 활용돼왔다.
스미스는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AP통신에 “거의 모든 수상자가 자신이 상을 받는 공적은 딱 그때 그곳에 있었기에 활용하게 된 수많은 아이디어와 연구, 전례 위에 쌓인 것임을 알고 있다”며 “노벨상에 이르는 연구는 매우 적고 사실상 전부가 이전에 진행됐던 것에 기반을 둔 것이며 우연으로 이전의 연구들 위에 자연스럽게 구축된 것”이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노벨위원회는 10월1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2일 물리학상, 3일 화학상, 5일 평화상, 8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2018년에는 미투(Me Too) 파문 논란으로 문학상 수상자는 1949년 이후 69년만에 선정하지 않는다. 수상자에게는 노벨상 메달과 증서, 900만S크로나(약 11억3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노벨화학상 상금의 절반은 아널드에게 수여되며 나머지 절반은 스미스와 윈터가 50%씩 나눠 받는다.
2017년 노벨화학상은 용액 내 생체분자를 고화질로 영상화할 수 있는 저온전자 현미경 관찰 기술을 개발한 자크 뒤보셰(스위스), 요아힘 프랑크(독일·미국), 리처드 헨더슨(영국)이 공동 수상했다.
노벨화학상은 1901년부터 2018년까지 110차례에 걸쳐 180명(중복 제외)에게 수여됐다. 2차례 수상한 과학자는 영국 프레더릭 생어(1958년 및 1980년 수상)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