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기업들이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국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중국이 사회적 기반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산당 주도로 너무 급격히 성장한 후유증이라고 치부되고 있지만, 중국에 수출하거나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화학기업들은 사업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은 생산량의 50% 안팎을 수출하고 수출량의 50% 안팎을 중국으로 내보내고 있어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지 않고 어물어물 넘기려 하다가는 큰코다칠 수도 있다. 중국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를 예측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년 전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규제하면서 국제가격이 3-4배 폭등한 것을 비롯해 2018년 본격화된 정밀화학 원제 및 중간체 거래가격 폭등이 그렇고, 예상 깨고 석유화학 불황국면이 늦추어진 것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일본이 중국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생산 차질을 예상하고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1-2년 늦추었다면 아마도 유례가 없는 초호황을 맞볼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앞으로는 중국의 정책적 변화 및 사회적 변수에 따라 글로벌 화학 시장이 타격을 입고 국내 화학기업들이 춤을 추는 사태가 빈번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대표적이다. 겉으로는 미국의 무역적자 확대가 무역전쟁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중국의 급성장에 따른 위협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미국이 견제를 적극화한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군사 대국화를 막지 못하면 미국의 글로벌 패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그리 쉽게 타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미국과 중국의 대결국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미리 예견하고 미국의 견제구가 날아오기 이전에 대비했으면 어떠했을까? 물론, 생산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어찌할 도리가 없었겠지만 무모한 신증설에 도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5%를 상회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10%대 고도성장이라는 착각에 의지해 중국이 석유화학제품을 자급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환상에 빠져 있는 자칭 전문가들이 많다고 들린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중국 장쑤성 농약공장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도 유심히 들여다볼 구석이 있다. 사망자가 100명을 넘고 부상자를 포함하면 사상자가 700명에 달하는 대형 참사로 공산당 정권을 흔들만한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참사를 당한 중국 국민을 걱정하고 위로해주어야 하겠지만, 중국의 화학제품 생산 차질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국 당국이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화학공장을 중심으로 환경·안전 단속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고 실제적으로도 인근 저장성을 중심으로 규제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이 2017년 폐플래스틱 수입을 규제하면서 합성수지의 공급과잉이 늦추어졌듯이 대형 참사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