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지아 석유화학 시장이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말레이지아는 2018년 5월 총선에서 1957년 독립 이후 61년만에 처음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15년만에 수상으로 복귀한 마하티르 모하마드는 재정 재정비를 위해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중단·연기하기로 결정했으나 화학산업은 계속 중점 육성분야로 설정하고 있다.
아울러 2019년에는 말레이지아 국영 화학기업 Petronas Chemicals Group(PCG)이 조호르(Johor) 소재 석유정제·석유화학 컴플렉스 RAPID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다만,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일회용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등 신정권의 환경정책이 산업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RAPID, 유도제품 투자 유치 활성화
PCG와 사우디 국영 아람코(Saudi Aramco)가 50대50 비율로 투자한 RAPID는 2018년 9월 처음으로 원유를 투입했다.
정유공장은 처리능력이 일일 30만배럴로 2019년 1월 시험가동을 시작했으며 6월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상반기에는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 120만톤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와 RFCC(Residue Fluid Catalytic Cracker)를 시험가동하고 연말까지 NCC를 포함 PE(Polyethylene) 75만톤, PP(Polypropylene) 90만톤 등 유도제품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에서 2013년 엑손모빌(ExxonMobil)이 싱가폴 소재 No.2 NCC를 가동한 이후 에틸렌을 신규 생산하는 것은 처음이다.
RAPID는 총 투자액이 27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2014년 말부터 국제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일시적으로 페트로나스(Petronas)의 자금력이 악화돼 유도제품 사업 축소가 불가피했으나 2018년 아람코가 합작투자를 결정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PCG는 한차례 단념한 바 있는 유도제품 프로젝트, 특히 프로필렌(Propylene) 유도제품을 사업화하기 위해 해외기업 투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프로필렌 생산능력은 NCC, RFCC를 포함해 총 130만톤 수준으로 PP 플랜트 가동 이후에도 과잉물량이 30만-40만톤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크릴산(Acrylic Acid) 및 유제품, 우레탄(Urethane) 원료 등 대형 유도제품 투자를 고려하고 있으며 2018년 가을에는 PCG 관계자가 일본을 방문해 여러 화학기업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PCG는 화학제품 원료로 말레이지아산 에탄(Ethane)을 사용했으나 RAPID에서는 수입원유 베이스 나프타(Naphtha)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유도제품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화학기업들은 가격경쟁력, 모기업 2사가 제시하는 기초원료 거래가격을 주목하고 있다.
해외기업 투자의욕 높지만…
말레이지아에서는 RAPID 외에도 해외기업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SDP Global은 2018년 가을 조호르에서 종이기저귀 등의 흡수소재로 사용되는 SAP(Super-Absorbent Polymer)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영국 신토머(Synthomer)도 11월 조호르 소재 NB-라텍스(Nitrile Butadiene-Latex) 플랜트를 9만톤 증설했다.
BASF Petronas는 파항(Pahang)에서 아크릴산 등에 대한 추가투자를 결정했으며, 일본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는 2019년 1월 수도 쿠알라룸푸르 인근 슬랑오르(Selangor)에서 승용차 5만대 공장을 가동했다.
그러나 말레이지아 정부가 항공·우주, 디지털, 바이오 등 첨단산업 유치에 재정자원을 투입하기 위해 2019년 제조업 재투자에 관한 법인세 우대조치를 폐지할 방침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투자의욕이 높은 기존기업들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지아 투자개발청에 따르면, 2018년 1-9월 제조업 직접투자는 591억링깃으로 전년동기대비 70% 증가했으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488억링깃으로 3.5배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전자·전기 및 담배 생산기업 퇴출이 잇달았으나 2019년에는 반도체, 바이오 관련 대규모 FDI의 영향으로 산업계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회용 플래스틱 사용금지 대응 불가피
말레이지아 정부는 2030년까지 일회용 플래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법제화될지는 불투명하나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근교인 푸트라자야(Putrajaya), 라부안(Labuan)에서 2019년 1월부터 패스트푸드점 등의 플래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으며 편의점에 생분해성 수지 베이스 비닐봉투를 보급하는 등 신정권의 환경정책이 본격화하고 있다.
말레이지아 정부는 2017년 7월 폐플래스틱 수입에 대한 신규 라이선스 발행도 중단했다.
2016년 중국이 폐플래스틱 수입을 금지한 이후 말레이지아로 폐플래스틱이 물밀듯이 밀려옴에 따라 지방에서 전부 처리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재고가 축적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재가공 및 수출을 조건으로 기존 자격 보유 재활용기업에 한해 수입을 허가하고 있으나 라이선스 발행을 재개할지 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기업들이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아시아 포장용 필름 메이저 사이언텍스(Scientex)는 2018년 11월 현지 식품·음료용 포장재 생산기업이자 수요처인 다이보치(Daibochi)를 산하에 편입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시장 관계자는 사이언텍스의 인수계획에 대해 “서플라이 체인 전체에서 일회용 플래스틱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사는 글로벌 생활필수품 브랜드 등을 최종 수요처로 보유하고 있어 일회용 플래스틱 감축에 대한 요구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필름 및 포장재 생산기업 단독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조성되고 있다.
할랄, 신규 수출산업으로 육성
최근에는 할랄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말레이지아는 정부기관이 통일적으로 할랄 인증을 실시하고 있어 인도네시아, 싱가폴과 함께 세계 3대 할랄 인증으로 손꼽히며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8년 11월 말 말레이지아 정부와 일본기업의 할랄인증 취득, 관련무역 추진, 도쿄올림픽 관전을 위해 방문하는 이슬람교도에 대한 대응 지원에 관한 협력각서를 체결했다.
말레이지아에는 할랄 전용 공업단지가 10개 이상 있으며 공업단지 소재 관련기업들은 원료 및 각종 소재 조달부터 물류, 생산, 출하, 수출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2019년에도 대규모 도시·공업단지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호르에 새로운 할랄 전용 공업단지를 개설할 예정이다.
무슬림 경제권에 식품이나 생활필수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돼지고기, 알코올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할랄 인증을 필수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이에 따라 네슬레(Nestle), 유니레버(Unilever), 코카콜라(Cocacola) 등 글로벌 식음료 및 생활필수품 메이저들은 말레이지아에서 공장을 가동하며 할랄 인증에 대응하고 있으며 라이온(Lion), 아지노모토(Ajinomoto) 등 일본기업들도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할랄제품 시장은 2023년 최대 4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2019년부터 국가인증제도를 운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나 말레이지아는 제도 운용의 투명성, 인프라 정비를 선행한 우위성을 내세워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