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주변국으로 유탄이 튀고 있다.
미국이 1차 타겟으로 삼고 있는 화웨이가 관련된 반도체가 가장 먼저 유탄을 맞고 있고, 중국이 맞대응에 나서면서 반도체를 비롯해 정밀기계 부품에 들어가는 희토류가 2차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폭탄과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을 통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술기업들을 불러 중국 압박에 협조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됐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와의 거래금지 조치에 나서지 말 것을 경고하면서 중국에 투자한 해외기업들의 해외이전 움직임에 대해서도 응징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중국기업의 권익을 침해한 외국기업은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정도이다.
중국은 조만간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에 대한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는 가운데 항공기를 비롯해 첨단무기 생산체제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으로, 미국은 자체적으로 희토류를 생산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 등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경제적인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겉으로는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강한 압박을 행사하고 있고 중국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상에 주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미국과 중국이 패권전쟁에 들어가 총알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엄청난 적자를 기록한 것이 도화선으로 작용했지만 중국이 남중국해를 둘러싼 도발에 그치지 않고 일대일로를 통해 미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노골화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오바마 대통령이었으면 점잖게 나무라면서 중국이 스스로 해결책을 제시하기를 기대했거나 아니면 중국의 패권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적이고도 충격적인 도발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어 제3국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화웨이나 반도체, 희토류 선에서 끝나지 않고 경제, 사회, 군사적 대결국면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으로,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화학사업도 예외적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은 한국이 세계 4위 생산대국으로 올라서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내수에서 생산량의 50%도 소비하지 못하고 50% 이상을 수출하고 있으며 전체 수출의 50% 안팎을 중국으로 내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국내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짙다.
사드 보복 사태 때는 중국의 자급률이 낮아 무기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강했으나 상황이 달라져 에틸렌을 비롯한 몇몇 기초유분 및 중간소재를 제외하고는 자급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수입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최근 SM에 이어 페놀에 대해서도 반덤핑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것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과연 중국이 수입규제 카드를 사용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다.